애스턴마틴 라피드 S
요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요리사가 있다. 그는 너도나도 요리에 적잖이 넣으면서도 터놓고 말하기는 꺼리던 설탕을 떳떳하게 많이 넣는다. 시중에 제품으로 나오는 소스나 향신료도 거리낌 없이 듬뿍 사용한다. 그리고 “맛있지유?”라고 묻는다. 이에 네티즌의 비난과 댓글이 빗발쳤다. 그가 만든 요리가 제대로 된 요리라고 할 수 없으며, 그는 올바른 요리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맞아요. 저는 요리사가 아니에유. 저는 사업가예유.” 그러자 이번에는 사람들이 그를 참 대범한 사람이라고 말했고, 그를 비난한 요리사들을 편협하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솔직함을 무기로 사태를 정면 돌파한 냉정한 승부사였다. 그가 자기 자신을 지칭한 사업가, 즉 외식사업가는 사람들 입맛에 맞는 요리를 적당한 원가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표준 레시피를 개발해 판매의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에 비해 정통 요리사란 자신의 이름을 걸 수 있는 좋은 요리를 만들고, 이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쪽이겠다.  

오늘 모인 다섯 대의 차들에 큰 기대가 있었다. 나름대로 뚜렷한 색깔을 갖고 우리를 다양한 종류의 슈퍼히어로로 만들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자동차계의 ‘작품’들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내 생각과 달랐다. 이미 그들 대부분은 시장이 원하는 것을 냉정하게 계산해 맞춘 상품이었다. 예컨대 외식사업용 맞춤 레시피처럼 말이다. 이 차를 사기만 하면 뭔가 특별한 능력이 당장 생길 것처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카탈로그의 미사여구와 제원표의 숫자는 실제 체감과 분명 달랐다.

그 와중에 애스턴마틴 라피드 S는 달랐다. 이건 진짜였다. 560마력의 출력에 확신을 갖고 자신 있게 다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슈퍼맨이었다. 다양한 주행 보조 장치로 무장한 아우디 RS7과 확실히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이동희의 표현을 빌리자면, RS7은 마치 슈퍼맨의 등에 올라탄 것처럼 그 힘에 압도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비해 훨씬 단순한 후륜구동 방식인 라피드 S가 다루기 훨씬 쉽다. 잘 만든 섀시가 어떤 것인지를 애스턴마틴이 확실히 보여줬다. 네 바퀴에 걸리는 하중과 접지력이 마치 내 손발처럼 느껴지니 축력을 얼마나 노면에 퍼부을 것인지 확신을 갖고 결정할 수 있다. 게다가 6.0리터 V12 엔진은 자연흡기 엔진의 자연스럽고 정교한 출력 제어를 매끈하게 실현했다. 아쉬움도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같이 세월의 흔적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친절한 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라피드 S는 전자장치와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의 양념 맛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섀시와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훌륭한 원재료로 깊고 풍부한 맛을 낸 걸작 요리 같았다. 이 차와 함께하는 순간 나는 분명 슈퍼맨이었다.

기본 가격 2억79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4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12 6.0ℓ DOHC, 560마력, 63.2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990kg 길이×너비×높이 5020×2140×1360mm 휠베이스 2989mm 복합연비 7.8km/ℓ CO₂ 배출량 241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