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SBS에 계시다 인제스피디움으로 오셨어요.
A 대표직을 제안받으며 인제스피디움과 국내 모터스포츠 등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흥미로웠죠. 자동차 프로모션과 행사 기획, 운영, 방송사 업무 등 지난 30년간 쌓아온 경력들을 집약해 풀어내야 할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인제스피디움은 개장하고 잘되나 싶더니 얼마 못 가 운영권 분쟁, 지역 민원 등 이런저런 악재가 터졌습니다. 그 일들이 다 수습되기 전에 부임하셨는데,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A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더 가벼워졌죠.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잖아요. 올라갈 일만 남았지. 여기다 색깔만 더하면 컬러가 입혀지는 거니까 부담감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겁니다. 기본적으로 모터스포츠라는 게 프로모션, 마케팅이랑 똑같은 프로세스예요. 예전에 제가 오래 해왔던 일이 바로 그거니 일하는 데 어려움이나 무서움은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좀 걸리겠죠? 모터스포츠 대중화부터 이뤄내야 하니 말이에요. 일단 오늘부터 가칭 <드림레이서>라는 방송을 촬영합니다. 토요일에 하는 <스타킹>이 종영하고 그 시간에 방영될 프로그램이에요.

Q 아, <스타킹> 시간이면 토요일 황금시간대네요.
A 류시원 씨가 감독으로 참여하는데 연예인들이 레이서로 서바이벌 미션을 치르게 될 거예요. 그렇게 해서 최후의 승자들을 뽑아 CJ슈퍼레이스나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에 출전시킨다고 하네요. 10부작 예정인데 8월 29일 첫 방송입니다. 모터스포츠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대표님이 SBS에서 오셔서 그런지 SBS 쪽이랑 손발이 맞는 것 같아요.
A 그런 건 아니에요. 나라가 발전하고 경제력이 커질수록 모터스포츠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해서 선도적으로 시작하는 거라고 알고 있어요. 인제스피디움이 이 프로그램들을 후원하긴 합니다. 모터스포츠의 대중화와 발전을 위해서요. 모터스포츠의 대중화와 발전은 인제스피디움이 해내야 할 일입니다.

Q 인제스피디움이 WRC를 유치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A 8월 중 FIA로 유치 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강원도와 SBS가 지난 7월 9일 WRC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큰 힘을 쏟기로 했고요. 내년엔 중국 산둥성에서 WRC가 개최될 거예요. 그리고 토요타가 WRC에 컴백하면서 일본이 2017년 유치를 위해 뛰고 있죠. 우리는 2018년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면 소위 아시아 벨트라는 게 완성될 수 있습니다. 한국 혼자 들어가면 물류비 등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유치가 어려운데 한국, 중국, 일본이 함께하게 되면 훨씬 유리해지죠. WRC 프로모터 올리버 키슬라 총괄 매니저의 반응도 긍정적이었습니다. 한국 유치에 대한 레터도 보내왔고요. 사실 WRC를 유치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국내엔 랠리 대회가 전무한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일단 국내 랠리 대회를 만들어 어느 정도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 후 아시아 퍼시픽 랠리 챔피언십(APRC) 같은 대륙별 대회도 치러야 하고요. 그 이후에야 최종적으로 WRC를 강원도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Q 그러면 일정이 매우 촉박할 것 같은데요.
A 그래서 APRC까지 하면 여러 가지 부담이 좀 돼서 8월에 올리버 키슬라와 장 토드 FIA 회장에게 우리는 WRC로 바로 간다고 하려고요. 대신 국내 대회를 치를 때 오피셜들은 호주에서 데리고 오겠다는 조건으로 말이죠. 사실 WRC는 돈이 많이 들어도 현대가 있으니까 협찬이 되는데 APRC는 지원을 받을 수가 없어요.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죠. 국내 대회는 내년 4월부터 할 겁니다. 강원도하고 말이죠. 원래 올해 10월부터 하려고 했는데 인제군이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Q 그런데 왜 트랙 경주가 아닌 도로 경주를 유치하려는 건가요?
A 모터스포츠 산업과 서킷이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토양 자체가 비옥해야 꽃을 심든 벼를 심든 잘 자라나지 않겠어요? 인제스피디움이 잘되려면 일단은 한국에 모터스포츠가 자리를 잡아야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WRC에 관심을 갖게 된 겁니다. 한국은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형이잖아요. 이런 데서 랠리를 해야죠.

Q 아시다시피 한국은 F1도 철수한 나라입니다. WRC를 유치한다고 해서 관객이 확 늘진 않을 것 같은데요.
A 국내에서 치러진 F1은 국민적인 관심도 떨어졌고 국내 방송사도 중계를 외면해 흥행에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술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참여하지 않았잖아요. 국내 모터스포츠의 현실과 산업구조를 파악하지 못해 생긴 결과라고 봐요. WRC 랠리카는 양산차를 기본으로 합니다. 평생에 한 번 타볼까 말까 한 F1 경주차하곤 다릅니다. 일반인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관심을 가지기 쉬워요. WRC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경주차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델이고 길에서 종종 보이는 차예요. 그러니 WRC에 참가 중인 현대자동차와 폭스바겐, 시트로엥, 포드 등의 참여를 유도하기에도 유리합니다. 또한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WRC 중계를 통해 전 세계로 알려지면 해외 관광객 유입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들이 인제스피디움의 WRC 코스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끌어들여야죠.

Q 랠리는 아무래도 산길을 달리고 하니까 관광 상품으로 위험하지 않나 싶은데요.
A 관광 상품은 그냥 드라이빙이에요. 시속 60킬로미터로 선두차를 따르는 거죠.

Q 그럼 느낌만?
A 차 타고 랠리 코스를 체험하는 거죠. 관광객이 랠리하면 안 되죠. 물론 차는 롤케이지도 넣고 해서 안전하게 만들어 제공하겠지만 그냥 관광 형식으로 가는 거예요. 랠리 기분을 느껴보는 정도로요. 그래서 우리가 랠리 드라이빙이라고 하는 겁니다.

Q 중국 관광객 유치를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중국에서 산둥성 랠리가 2년이나 먼저 시작합니다. 그러면 그쪽도 관광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텐데요.
A 중국 사람들은 산둥성으로 가지 않고 해외로 나올 겁니다. 인제에는 내린천 래프팅, 자작나무 숲, 곰배령, 백담사 등등 관광자원이 많잖아요. 이런 곳들을 랠리 코스랑 엮을 거예요. 랠리 택시나 랠리 드라이빙을 하며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거죠. 한국 사람들도 여기 와서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할 거고. 여기서 타볼 수 있는 건 다 타보게 만들 겁니다. 레이싱 카트까지. 참. 미시령은 겨울철에 폐쇄하잖아요. 11월부터 이듬해 5월달까지. 그때 눈 오면 우리가 치워서 랠리 체험도 운영할 겁니다. 타임 트라이얼 방식으로 고성까지 갔다 오는 거죠.

Q 구상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없나요?
A 고성능 튜닝차 제작판매 사업이 곧 시작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랠리스트>에서 참가자들을 평가하기 위해 제작된 현대 i30 5대가 그 첫 번째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제군이 추진 중인 ‘고성능 자동차 융복합 튜닝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힘을 보태는 겁니다. 인제스피디움 내에 연간 10~20대의 고성능 튜닝차를 제작 판매하는 고성능 완성차 튜닝센터를 운영할 거예요. 인제스피디움 주변을 고성능 자동차 튜닝 생산 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이죠. 피트 등 기반시설에 약 9개 튜닝 업체들을 들여와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시설로 사업모델을 확대할 겁니다. 금년 하반기부터 월 2대 정도의 완성차 생산 판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Q 튜닝사업이 경주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까요?
A 이 차들은 인제스피디움 트랙과 랠리 코스에서 담금질하며 완성될 겁니다. 차를 출고하러 인제스피디움에 온 고객은 호텔이나 콘도에 묵으며 특급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거고요. 다음 날 새로운 차를 받아서 트랙과 랠리 코스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짤 겁니다.

Q 어쨌든 모든 사업의 기반은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가 될 것 같습니다.
A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모터스포츠도 체험뿐 아니라 관람객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 모터스포츠는 관람객이 거의 없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도 서킷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프로야구 관객 증가 배경을 살펴보면 관람객을 위한 시설 투자, 프로그램 개발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에요. 인제스피디움도 모터스포츠의 관람문화 육성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관람석에서의 먹을거리,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 시간 동안의 즐길 거리 등을 마련해나갈 겁니다. 이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모터스포츠도 프로야구처럼 관중석에서 ‘치맥’하며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요?

Q 대표님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A 강원도를 한국의 뉘르부르크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뉘르부르크링과 아우토슈타트가 결합된 자동차 레저 문화의 메카로 발전시키는 겁니다. 단순히 자동차를 타러 오는 것이 아니라 주문한 차를 가족과 함께 방문해 인계받고, 그 차를 서킷과 랠리 코스를 통해 테스트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가족과 콘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과 함께 카트, RC카 등으로 자동차의 원리에 대해 체험도 해보고 말이죠. 이렇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주는 즐거운 곳으로 키워보고 싶어요. 자동차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Q 마지막으로 <모터 트렌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모터 트렌드> 독자라면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조예가 깊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킷을 즐기는 독자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요. 서킷을 직접 운전해본 사람만이 서킷 주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압니다. 만약 아직 체험해보지 못했다면 반드시 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분명히 자동차를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거니까요. 그리고 이미 서킷을 즐기시는 독자들은 주변에 서킷의 즐거움을 많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재밌는 건 함께하면 더 재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