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한국에서 자동차 경주는 비인기 스포츠다. 지난 10여 년간 특정 소수의 사람이 이 땅에 모터스포츠가 뿌리내리기를 바라고 노력했지만, 자동차 경주장은 여전히 썰렁하다. 

이 세상의 모든 프로스포츠는 참가하는 선수나 팀이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관객의 유희를 위해 존재한다. 관람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그 스포츠는 발전한다. 반대로 관람객에게 외면을 받으면 그 스포츠는 더 이상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논할 수 없다. 그저 게임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의 모터스포츠가 그러하다. 관중이 없다. 그러니 기업들이 이곳에서 광고나 홍보를 할 이유가 없다. 돈이 없으니 발전을 못 한다. 지난 10여 년간 이런 식이었다. 그럼에도 경주가 계속 열릴 수 있었던 건 경주를 사랑하는 특정 소수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다. 

자동차 경주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경주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흥미가 없다. 자동차 경주장에 가더라도 여러 대의 경주차가 굉음을 내며 출발하는 모습은 아주 흥미롭지만 그뿐이다. 그 뒤로는 그저 똑같은 광경의 연속이다. 경주차가 계속 내가 볼 수 있는 곳에서 경주하면 좋겠는데, 경주장이 크니 금세 사라져버린다. 한참 후에 나타났다가 또 없어진다. 그러니 순위도 모르겠고 경주차를 추적하는 것도 지친다. 

F1을 10년 가까이 본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슈퍼레이스 녹화방송을 보는데 출전 선수의 성향이나 성적 등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가 없으니 재미가 없었다. 누군가 꼼꼼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면 좋겠는데, 해설과 캐스터도 경주 상황만을 이야기할 뿐 정작 재미를 유발하는 스토리텔링이 없었다.
  
한국의 모터스포츠가 발전하는 길은 단 하나다. 관람객을 끌어모아야 한다. 하지만 경주는 재미없으니 다른 무엇으로 그들을 끌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베팅이다. 지난해 경마는 7조6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경륜과 경정, 체육진흥투표권도 각각 2조2000억, 6808억, 3조2000억원의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매출 총량제가 있어 이 정도지 제한이 없었다면 수십, 수백 조의 돈이 오갔을지 모른다. 

지난 7월,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이 ‘자동차경주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이렇다. 전남 영암 서킷에서 자체 자동차 경주를 벌여 외국인들에게 베팅할 수 있게 하자는 것. 황 의원은 “중국과 일본 관광객의 지역 유치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국고 1001억원, 지방비 5031억원 등 막대한 예산을 들였지만 1902억원에 달한 F1 서킷 누적 적자를 환수할 수 있다”고 했다. 수익금은 공익사업 및 지역개발 등에 쓴다는 계획이다. 

인간의 본성인 사행성을 이용하는 사업은 대부분 성공한다. 경마, 경륜, 경정이 보는 재미가 있어 사람들이 경주장을 그렇게 많이 찾는 게 아니다. 대부분 베팅을 위해 가는 것이다. 물론 사행성 조장과 승부 조작 등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여기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창출되면서 국민 복지에 기여하는 바도 있다. 

경마, 경륜, 경정은 베팅이 되는데 자동차 경주는 안 될 이유가 있을까? 이미 좋은 경주장이 있고 달리고 싶어 하는 레이서도 많다. 또 베팅은 외국인에게만 허용하자는 것이니 국민 사행성에 대한 우려도 없다. 

베팅이라는 건 단순히 ‘돈을 따먹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경주를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정보를 취합하고 공부를 한다. 그렇게 경주에 대한 지식이 많아질수록 경주는 더 재미있어지는 거다. 

모터스포츠 발전은 정부가 발표한 튜닝사업과도 직결된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관련 산업과 경제 발전에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베팅을 단순히 사행성 조장이라 치부하지 말자. 자동차 경주 베팅은 ‘착한 베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