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5일, 태풍이 일본열도에 엄청난 비를 쏟아부었다. 일본 GP가 열리는 스즈카 서킷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천으로 인해 경주가 제시간에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경주를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레이스 후반에는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이프티카를 앞세워 경주가 시작됐다. 그런데 비는 더 많이 쏟아졌고 2랩 만에 레드 플래그(경주 중단)가 떴다. 20분 후 비가 잦아들었고 레이스는 재개됐다. 

노면 상태는 최악이고 드라이버 시야도 극도로 짧았다. 드라이버들은 어떻게든 바퀴를 서킷에 붙어 있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서킷 여기저기서 아스팔트를 벗어나는 차들이 속출했다. 42랩째, 자우버의 아드리안 수틸이 던롭 커브에서 스핀하면서 방호벽을 들이받았다. 그런데 잠시 후 같은 곳에서 훨씬 더 큰 충격음이 들렸다. 17번 경주차가 수틸의 차를 치우기 위해 투입된 크레인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마루시아의 쥘 비앙키가 컨트롤을 잃었고 그대로 크레인과 충돌한 것이다. 또다시 중단된 경주는 다시 재개되지 않고 마무리됐다.

당시 비앙키는 중력의 90배에 해당하는 충격을 받았다.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코마 상태에 빠졌다. 많은 이들이 전도유망한 젊은 레이서의 쾌유를 바라고 바랐지만 뇌를 심하게 다친 비앙키는 끝내 기나긴 어둠 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지난 7월 17일, 쥘 비앙키는 2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일톤 세나 이후 20년 만에 F1에서 경주 중 사고로 인한 사망이다. 

쥘 비앙키는 2013년 마루시아 F1 팀에서 데뷔했다. 그 전에는 포뮬러 르노 3.5, GP2 등에서 활약하면서 수많은 포디엄 피니시를 기록했다. 그리고 24세의 나이에 F1에 진출했고 이듬해 마루시아 팀 역사상 최초의 포인트를 따낸다. 

 

쥘 비앙키가 몸담고 있던 마루시아 F1 팀은 재정이 어려워 2014년을 끝으로 F1을 떠났다.

비앙키는 빠르게 성장하는 전도유망한 레이서였다. 그래서 상위 팀에서 입맛을 다시며 눈여겨보고 있었다. 특히 페라리는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 출신인 비앙키를 키미 라이쾨넨의 자리에 점찍어두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은 비앙키의 죽음을 더욱 아쉬워했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비앙키 자신일 것이다. 그는 더 좋은 팀에서 더 빠른 경주차를 타고 멋지게 포디엄 피니시를 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9개월간의 코마 상태에서도 매일매일 달리고 달리며 랩타임을 줄이는 훈련을 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다시 일어나 속도와 경쟁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앙키는 일어나지 못했고 우리는 미래의 챔피언을 잃었다. 

7월 18일, 전현직 F1 드라이버들이 비앙키의 고향에 모여 추모와 애도를 표했다. 그리고 7월 26일 헝가리 GP에서 모든 드라이버가 경주차와 헬멧에 비앙키를 기억하겠다는 추도문을 붙이고 경주에 출전했다. 이번 헝가리 GP는 최근 몇 년간 GP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주였다. 비앙키도 현직 드라이버들과 같이 달리며 아주 즐거워했을 것이다.  

판지오가 무덤 밖으로 나온다
지난 1950년대 F1에서 5차례 월드챔피언에 올랐던 후안 마누엘 판지오의 무덤이 파헤쳐진다. 아르헨티나 국민 영웅의 관이 열리는 안타까운 사건은 판지오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두 남성 때문이다. 판지오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한 여성과 20년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고 알려졌다. 오스카 에스피노사와 루벤 바스케스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아르헨티나 법원은 검시를 명령했다. 

향후 DNA 분석으로 진짜 아들이 판가름 날 것이다. 이들이 판지오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판지오가 가진 엄청난 부를 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