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등등, 기세등등 새로운 W205 플랫폼에서 빚어진 신형 C 63은 이전 모델의 살기등등한 기운은 유지한 채 치명적인 단점은 말끔히 지워냈다. 이제는 뒷바퀴가 흘러도 전혀 두렵지 않고 간편한 레이스 스타트 기능까지 더해졌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레이스트랙 안과 밖 어디서든 최고의 운전 재미를 경험하고 싶은 이에게 이 차보다 나은 선택은 없습니다.” 메르세데스 AMG에서 차량 개발을 총괄하는 올리버 비흐(Oliever Wiech) 박사가 말했다. 그의 말은 어제까지만 해도 코웃음을 샀을 거다. 하지만 이날은 새로운 C 63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행사장에 있는 모든 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이전 세대(W204)의 C 63 AMG로 말하자면, 단순한 차였다. 어마어마한 V8 엔진과 재래식 댐퍼가 전부였고 운전자는 기어레버를 D에 두고 전속력으로 달리기만 하면 됐다. 화끈한 힘은 피를 들끓게 했지만 부들부들 떠는 차체가 온몸을 옹송그리게 했다. 새로운 플랫폼(W205)에서 빚어진 새로운 C 63은 다르다. 엔진은 솜씨가 좋고, 댐퍼는 다재다능하다. 변속기는 다양한 운전 취향까지 만족시킨다. 나아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굽은 길을 세차게 돌아나갈 때조차 즐겁다. 같은 이름을 쓰는 다른 차원의 차라고 해도 좋다. 따지고 보면 이름도 완전히 같지 않다. 신형 C 63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로 재단장한 메르세데스 AMG의 작명법을 따른다. 메르세데스 벤츠 C 63 AMG가 아니라 메르세데스 AMG C 63이 정확한 호칭이다.

호칭에 관해서는 달라진 점이 또 있다. C 63 AMG 하나뿐이던 이전과 달리 이 차는 기본형인 C 63과 성능을 한층 강화한 C 63 S 두 가지로 나뉜다. 두 차는 먼저 출력으로 구분된다. 기본형은 5500rpm부터 6250rpm까지 최고출력 476마력을 낸다. 세그먼트 내 경쟁 모델(M3·M4가 431마력, RS4·RS5가 450마력)을 이미 압도하는 수치지만 S 모델의 출력은 여기서 또 껑충 뛴다. 510마력. 나아가 최대토크도 66.3kg·m에서 71.4kg·m로 크게 올라간다. 다만 기본형과 S 모델의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 차이는 0.1초에 불과하다(C 63이 4.0초, C 63 S가 4.1초다). 겨우 손톱만큼 더 빨리 가속하기 위해 웃돈 수천만 원을 지불하는 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 내 대답은 ‘YES’다. S 모델에만 더해지는 몇몇 장치(다이내믹 엔진 마운트, 전자제어식 LSD, 옵션 품목인 세라믹 콤퍼짓 브레이크 등)가 트렁크 리드에 알파벳 하나를 더한 것 이상의 큰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에 열린 C 63 시승 행사는 포르투갈 남부에 자리한 알가르브 국제서킷에서부터였다. 메르세데스 AMG는 10여 대의 C 63 S를 피트레인에 늘어놓고 마음껏 트랙을 누비게끔 했다. 알가르브 트랙은 차와 운전자 모두에게 가혹한 무대지만 먼저 나동그라진 건 부실한 체력의 운전자 쪽이었다. C 63 S의 단단한 차체는 긴 내리막 이후 오르막 코너가 급하게 이어지는 코스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4.0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은 심장이 짓눌릴 정도로 강력한 속력(速力)을 연출했고, 세라믹 콤퍼짓 브레이크는 뒤늦은 제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호하게 속도를 지웠다.

도로 위의 합법적 깡패 54밀리미터 넓어진 프런트 펜더와 떡 벌어진 트레드가 차의 인상을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보닛 위에 등뼈처럼 솟아오른 두 개의 주름과 세 군데로 나뉜 큼직한 공기흡입구도 한층 위악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AMG 엔지니어들은 레이스트랙에서의 끝내주는 운전 경험을 위해 레이스(Race) 주행 모드라는 교묘한 장치도 마련했다. 이 모드에서는 3스테이지 ESP가 중단 단계인 다이내믹 핸들링 모드로 바뀌고 뒤 타이어의 슬립 앵글이 커진다. 의도적인 오버스티어로 드리프트를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ESP는 조금만 더 밀고 나갔으면, 하고 생각할 즈음마다 어김없이 미끄러짐을 제압했다. C 63 S의 슬립이 언제나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에 아쉬움은 한층 컸다. 나는 저녁만찬 자리에서 AMG 엔지니어에게 레이스 모드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다 좋은데, 날카로움 면에서 10퍼센트 양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요!”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흘려듣는 눈치였지만 나도 더 이상 투덜대진 않았다. 트랙에서의 이벤트를 마친 이후 이뤄진 일반도로에서의 주행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주행 프로그램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운전 감각은 특히 놀라웠다. C 63은 AMG 다이내믹 셀렉트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주행 프로그램을 둔다. 변속기와 엔진 스로틀,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ESP에 배기 시스템까지 제어하는데 기본형은 컴포트(C), 스포트(S)와 스포트 플러스(S+), 인디비주얼 등 4가지로 구성되고 S 모델은 여기에 레이스 모드가 추가된다. 일반적인 C 클래스에 비하면 C 모드조차 이루 말할 수 없이 단단하다. C 모드는 고속도로를 난도질하기에 그만인 최고의 애피타이저다. 댐퍼는 노면 충격에 솔직하게 반응하지만 반동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며, 파워트레인은 넘치는 파워를 부드럽게 끌어낸다. 배기음은 평소에는 차분하다가도 엔진이 고속으로 올라가면 한껏 드세진다. 여기서 S 모드 정도만으로도 반응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댐핑에 여유가 줄고 가속엔 주춤거림이 없다. S+ 모드에 이르면 AMG가 왜 ‘레이싱카 감각’ 운운했는지를 알게 된다. 댐퍼는 돌덩이처럼 단단해지고 차체에까지 단단함이 가득 찬다. 스로틀과 서브 모터의 조력을 줄인 스티어링 반응도 눈에 띄게 예리해진다. 진가는 굽이진 도로에서 드러난다. 움직임에 망설임이 없고 군더더기도 없다. 머리는 예리하게 코너 안쪽을 파고들고 꼬리는 세차게 회전하며 이른 탈출을 돕는다. 운전자가 개입할 여지조차 없어 보이는 그 단단하고 단호한 핸들링엔 절로 탄성을 내뱉게 된다.

핸드메이드 & 인디비주얼  4.0리터 V8 엔진은 AMG GT에서 가져왔다. 원 맨 원 엔진의 제작 철학은 변함없다. 조그 다이얼 주변에는 주행 프로그램부터 수동변속, 서스펜션, 배기음 그리고 3스테이지 ESP까지 다양한 제어 버튼이 배치돼 있다. 

C 63 S의 주행 프로그램은 C 모드, S와 S+, 인디비주얼에 레이스 모드를 더한다. 차마다 가장 잘 어울리는 상태가 있게 마련인데 이 차는 어떤 모드에서든 수긍이 가고, 각각의 맛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차마다 가장 잘 어울리는 상태(주행 모드)가 있게 마련인데 C 63 S는 어떤 모드에서든 수긍이 가고, 주행 프로그램 각각의 맛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앞서 트렁크리드에 덧대진 S자 레터링이 수천만 원의 값어치를 한다고 말한 까닭도 여기 있다. C 63 S에만 마련되는 기능들은 하나같이 제 몫을 톡톡히 한다. AMG GT에서 가져온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는 주행 상황에 따라 즉각적이고 개별적으로 성격을 바꾼다.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크루징 상태에서는 최대한 부드러워져 진동과 소음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반면 코너링 상황에서는 한층 단단해져 엔진의 회전 관성이 섀시 밸런스를 흐트러뜨리는 걸 예방한다. 전자제어 방식 로킹 디퍼렌셜은 안쪽 바퀴가 더 빠르게 회전하는 효과를 가져와 코너 탈출 시점을 보다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고속에서 제동 때 차체에 안정감을 더하는 건 덤이다. 당연히 기본형에 실린 기계식 LSD보다 예민하며 반응도 자연스럽다. 옵션인 퍼포먼스 이그조스트 시스템이 더해지면 배기음이 더욱 세밀하게 조율된다. C와 S 모드는 장거리 주행에 알맞은 보다 편안한 사운드를 연주하고, S+와 레이스 모드일 때는 마치 레이싱카처럼 요란한 소리를 퍼부어댄다. AMG다운 후련한 사운드가 울리고 가속페달에서 힘을 뺄 때마다 콩 볶는 소리가 작렬한다. V8 트윈터보 엔진이 조성하는 무시무시한 속력을 게눈 감추듯 삼켜버리는 세라믹 브레이크의 강력한 성능 또한 S 모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미다.

 AMG 엔지니어들은 직접적인 반응을 살리기 위해 앞쪽 서스펜션의 고무 부싱을 아예 제거해버렸다. 덕분에 앞바퀴와 운전대 사이엔 소통을 방해하는 어떤 장애물도 없다. 생동감 넘치는 노면 감각은 단연 일품이다.

하지만 음식의 기본 재료가 부실하면 제아무리 뛰어난 만능간장이라 해도 그 맛을 온전히 살릴 수 없다. C 63 기본형의 재능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S 모델에 감칠맛을 더하는 첨단의 부가장치 없이도 C 63은 충분히 빠르고(직선과 코너 어디서든) 빈틈없이 정확하며 안도감을 준다. AMG 엔지니어들은 직접적인 반응을 살리기 위해 앞쪽 서스펜션의 고무 부싱을 아예 제거해버렸고, 덕분에 앞바퀴와 운전대 사이엔 소통을 방해하는 어떤 장애물도 없다. 운전대로 전해오는 생동감 넘치는 노면 감각은 최근 경험한 승용차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괄목상대한 섀시에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신형 V8 엔진은 이미 충분히 뛰어나다. AMG 엔지니어들은 이 엔진을 AMG GT에서 가져와 C 클래스의 작은(?) 공간에 맞게 여러 부분을 손봤다. 냉각 시스템은 엔진 뒤로 숨겼고 드라이섬프 윤활 시스템은 재래식 웨트섬프 방식으로 대체했다. 이전 M156 엔진에 비하면 피스톤 직경(83밀리미터)이 줄고 스트로크(92밀리미터)는 길어져 한층 콤팩트해졌다.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파워 못지않게 눈에 띄는 건 연료효율이다. 유럽 기준 복합연비가 리터당 12.2킬로미터로 V8 엔진의 하이 퍼포먼스카 중 가장 뛰어나다는 게 AMG의 주장이다. 실제로 C 63 S의 연비는 V8 자연흡기 엔진의 아우디 RS4(리터당 9.3킬로미터)를 압도하고, 3.0리터 트윈터보 6기통으로 내려앉은 BMW M3(리터당 12.0킬로미터)보다도 미세하게 앞선다(모두 유럽 복합연비 기준).

사진이 말해주지 못하는 것 퍼포먼스 사운드 시스템이 연출하는 장쾌한 배기음. S+와 레이스 모드에서의 사운드는 C 63 S의 매서운 주행감각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그 요란한 배기음에 주눅들지 않고 소리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뽑아내는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도 정말 대단하다.

V자 형태로 벌어진 실린더 사이에 담긴 두 개의 터보차저는 그저 높은 기어에서나 지체 현상이나 출력이 부풀어 오른다는 느낌을 줬다. 나머지 상황에선 대체로 직선적인 파워 밴드를 보여줬고 그건 이전 M156 엔진의 광팬조차 눈물을 머금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속도는 거침없이 오르고 시속 250킬로미터에서 제한이 걸리기 전까지는 일체의 머뭇거림도 없다. 하지만 회전수가 6000rpm을 넘어가면 그 이전보다 박력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날카로움이 덜하고 기운이 빠지는 기분이다. 파워트레인의 사소한 단점이라면 듀얼클러치 기어박스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변속 속도는 충분히 빠르고 직결감도 충분하다. 주행 프로그램에 따른 변속 패턴의 변화도 뚜렷하다. 다만 코너 진입 전에 속도를 성큼 줄일 때의 다운시프트 타이밍이 조금 아쉽다. 미리 기어를 내리기보다는 제동이 거의 끝나갈 때쯤 다운시프트를 단행해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

구형 C 63은 4만대 가까이 팔린 메르세데스 AMG의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다. 그럼에도 M3와의 비교에서만큼은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물론 6.2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은 항상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그 사운드와 화끈한 힘, 뜨거운 기질과 날카로운 회전으로 운전자를 매혹했다. 하지만 C 클래스 차체에 6.2리터 엔진은 너무 컸다. AMG 엔지니어들이 있는 힘껏 보강한 차체 뒤쪽은 있는 힘껏 가속할 때마다 뒤틀리며 운전자를 위협했다. 그쯤 됐으면 머리를 숙일 법도 한데 메르세데스 AMG는 우직하게 자기만의 방식을 밀어붙였다. 경쟁자가 6기통으로 다운사이징하는 걸 똑똑히 지켜보고도 V8 엔진의 콤팩트한 머슬카라는 이전 모델의 레시피를 바꾸지 않았다(배기량은 성큼 줄었지만). 심지어 출력까지 크게 끌어올렸다. 상급의 63 AMG 모델들이 그랬던 것처럼 위험천만한 고출력을 어르고 달랠 4WD 시스템을 도입해볼 법도 한데 그조차 아예 안중에 없다. 포르투갈 행사장에서 만난 엔지니어는 C 63의 4매틱 버전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4WD로는 뒷바퀴굴림의 운전재미를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다양한 장치를 통해 4WD에 준하는 주행성격을 챙겼지요. 한층 넓어진 트레드, 기본으로 장착된 로킹 디퍼렌셜 등이 그 대안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구형에 비해 한층 향상된 트랙션 성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개선은 당연히 랩타임 단축으로 연결되지요. 단언컨대 C 63에 4매틱 4WD가 쓰일 일은 없을 겁니다.” 결과는 내가 포르투갈에서 목격한 그대로다. C 63은 파워, 효율, 핸들링 등 어떤 점에서건 라이벌을 압도하는 차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세련된 주행품질의 럭셔리카에서 생동감 넘치는 진짜 스포츠카의 기질까지 솜씨 좋게 아울렀다.

C 63과 M3 중 무엇을 살래? 묵은 고민이다. 이전까지는 M3의 손을 들어주는 게 자연스러웠다. M3는 언제나 이 세그먼트 소비자에게 최우선순위였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신형이라면 그 뻔한 판세를 뒤집을 만하다. ‘피지컬 괴물’ 메르세데스 AMG C 63은 8월 말부터 한국 시판에 들어갔다. 가격은 C 63이 1억1600만원이고, 에디션 1 한정판으로 들어온 C 63 S는 1억3550만원이다. 

SPECIFICATION

MERCEDES-AMG C 63
기본 가격 1억16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8 4.0ℓ DOHC 트윈터보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최고출력 476마력/5500~6250rpm 최대토크 66.3kg·m/1750~4500rpm 공차중량 1640kg 휠베이스 2840mm 길이×너비×높이 4756×1839×1426mm 0→시속 100km 가속시간 4.1초 최고시속 250km(속도제한), 290km(AMG 드라이버스 패키지) 연비(유럽 복합) 12.2km/ℓ CO₂ 배출량(유럽) 192g/km 한국 판매 시기 2015년 8월 말

MERCEDES-AMG C 63 S EDITION 1
기본 가격 1억355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8 4.0ℓ DOHC 트윈터보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최고출력 510마력/5500~6250rpm 최대토크 71.4kg·m/1750~4500rpm 공차중량 1655kg 휠베이스 2840mm 길이×너비×높이 4756×1839×1426mm 0→시속 100km 가속시간 4.0초 최고시속 250km(속도제한), 290km(AMG 드라이버스 패키지) 연비(유럽 복합) 12.2km/ℓ CO₂ 배출량(유럽) 192g/km 한국 판매 시기 2015년 8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