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멧 650의 기술 수준에 캐릭터가 뚜렷하면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더해진다면 우리도 이륜차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륜차 정책에 대한 이 크리틱은 서울 모터쇼가 끝난 지난 4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이륜차 정책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의 이륜차 정책 관련 제안이 이륜차의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현행 제도와 이륜차 사용자의 문화적 성숙도 등에 주로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이륜차 산업 전반을 망라하는 제안이 시급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나라 이륜차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서울 모터쇼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5 서울 모터쇼에는 세 개의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참가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두 개 브랜드는 승용차와 모터사이클을 동시에 취급하는 BMW와 혼다였다. 서울 모터쇼에 유일하게 참가한 모터사이클 전문 브랜드는 일본의 야마하 모터사이클을 오랫동안 수입해온 (주)한국모터트레이딩뿐이다. 이들은 규모나 전시 품목에서 상당한 수준을 보여줘 국내 수입 이륜차 시장의 성장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안타까움을 느꼈다. 대림자동차와 KR모터스(구 효성기계공업)가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륜차 제작사가 우리나라 최대 모터쇼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 이륜차 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한다.

우리나라 이륜차 산업은 규모부터 비관적이다. 1997년 30만대 규모였던 이륜차 시장은 2014년에 7만5000대로 크게 줄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출 시장조차 2004년 5만3000대 규모에서 2014년에는 고작 1만7000대 수준으로 거의 70퍼센트가 줄었다. 국내 이륜차 시장의 속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대형 이륜차 시장은 KR모터스가 생산하는 250cc와 650cc급 모델이 국산 모델의 명맥을 유지할 뿐 예전부터 수입차 시장의 독무대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 브랜드의 마지막 보루였던 소형 이륜차 시장조차 동남아산과 중국산 제품에 급격하게 먹히고 있다. 이륜차산업협회의 회원사 실적을 기준으로 국내 이륜차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93.3퍼센트였으나 2014년에는 51.9퍼센트까지 감소했다. 대형 이륜차의 시장 규모가 여전히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소형 이륜차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먹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혼다코리아는 대형 기종의 판매가 부진한데도 소형 모델의 힘으로 2014년 1만3000대를 넘는 판매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형 모델만 판매하는 할리 데이비슨과 BMW 등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판매실적은 1600대 전후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할리  데이비슨 1563대, BMW 1677대).

수출 경쟁력을 거의 잃은 현재 상황에서 퀵서비스나 배달용으로 사용되는 실용적인 소형 모델 시장까지 수입 이륜차에 급격히 잠식되고 있다는 건 이륜차 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권익 보장과 같은 순수한 관점에서 이륜차 제도에 접근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경제적 손익 개념까지 구체적으로 고려하면서 종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라는 기치 아래 새로운 아이템이나 산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산업과 시장을 지키고, 일으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지난 6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국내 이륜차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가 열렸다. 정계 인사는 물론 관련 부처 공무원과 학계, 이륜차 사용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겉으로 보기엔 크게 진전이 없어 보이는 토론이 오갔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륜차 산업을 경제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시각이 발표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이륜차를 1~2인용 친환경 모빌리티 도입의 필요성과 관련된 연구과제 입장으로 접근했다. 또 하나의 소득은 그동안 소통이 막혀 있었다는 게 확인된 점이었다. 국토부의 한 국장급 참석자가 “이 세미나가 이륜차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첫 기회였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이륜차 산업과 정책 담당자와 당사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쩌면 아예 생각하지 않고 옆으로 밀어놨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륜차 시장을 퀵서비스나 배달 같은 생계형 상업용과 여가를 위한 레저용으로 양분해왔다. 소형 이륜차는 생계형 상업용이라는 관점에만 머무르다 보니 오래된 플랫폼을 재활용해 사용할 뿐 작아도 고급스러운 이륜차를 만든다거나 첨단 기술과 친환경 기술을 적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제품에 밀리고, 상품성에서는 동남아 제품에 뒤처지는 등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 소형 시장에서도 기술력이 떨어진다면 대형 이륜차 시장에서의 고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세계 이륜차 시장에 세 가지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하나는 스크램블러나 카페레이서 같은 복고 바람이며, 둘째는 500~800cc 미들급 스탠더드 바이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인도를 주축으로 제3세계에서 생산하는 300cc급 모델의 등장이다. 바로 여기에 기회가 있다.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국산 중형 바이크인 KR모터스의 코멧 650(GT650)이 대표적 예다. 이 모델은 스즈키 SV650보다 기술적 수준이 한 세대나 뒤처졌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우수한 가격대비 성능과 비교적 안정적인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GT650의 기술 수준에 캐릭터가 뚜렷하면서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 더해진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륜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오락성이 강하고 감성적이다. 다르게 말하면 고부가가치 제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이륜차를 더 많이 즐기고, 여기에서 쌓인 시장 노하우가 새로운 시장 흐름에 어울리도록, 더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토대가 되도록 이륜차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라이더들 가운데에는 EU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이륜차의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 제한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국가 간 투자자 소송제도(ISD)가 우리나라의 이런 규제를 시장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보고 제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할리 데이비슨이 이 문제를 제기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떠밀려서 제도가 개선된다면 라이더들을 보는 시선은 절대 곱지 않을 것이고, 이륜차 산업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부는 능동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야말로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