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일대를 마비시키다
그날 강남 압구정 교통은 혼란에 빠졌다. 동호대교 남단에서 북단으로 넘어가는 방향이 마치 마비된 것처럼 꽉 막혔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올림픽대로 김포공항 방향의 정체가 평소보다 길어졌다. 동호대교 남단으로도 학동역 사거리까지 자동차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차들은 이따금 강남을지병원 사거리에서 꼬리를 물었다. 그러면 또 반포 방향으로 가는 도산대로의 차들이 가로막혔다. 심지어 퇴근 시간이었다. 교통 혼잡은 거의 비극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그때 나는 택시를 타고 올림픽대로를 지나고 있었다. 라디오에선 교통정보 브리핑이 흘러나왔다. “동호대교에 고장 차가 서 있어 남단에서 북단으로 넘어가기 대단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여파로 남단 일대 교통이 혼잡하므로 우회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뿔싸. 아내가 출연한 첫 방송이다. 그 ‘고장 난 자동차’의 주인공이 그녀다. 그날의 비극은 여유에서 비롯됐다. 실제 그녀는 전혀 느긋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계기반에 들어온 빨간 주유 경고등을 보고도 바로 주유하지 않았단다. “레이는 주행가능거리가 50킬로미터 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표시하지 않잖아. 하지만 30킬로미터도 안 달렸어. 그래서 집까지는 가겠구나 했지.” 그녀의 항변이다. 이해는 간다. 운전 경력도 짧지 않으니 주유 경고등이 들어온 시점을 보고 나름대로 계산했을 것이다. 문제는 오후에 에어컨을 쓰면서 연비가 뚝 떨어진 거다.

어쨌건 강남 일대 교통을 마비시킨 그녀는 옴짝달싹 못 하고 긴급출동 서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긴급출동 서비스는 동호대교를 건너와야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차들이 꽉 막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애타게 기다리던 긴급출동 서비스가 제시간에 올 리 없다. 그녀로 인해 도움의 손길이 늦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일부 운전자들에게 욕까지 먹었단다. 나는 아내를 안아줬다. 그러곤 앞으로 주유 경고등이 들어오면 무조건 기름부터 넣으라고 당부했다. 어쨌든 교통정체를 일으켜 많은 사람이 소중한 시간을 도로에 허비하도록 한 건 사실이다. 남편으로서 사과드린다.

기본 가격 1653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3기통 1.0ℓ 터보 가솔린, 106마력, 14kg·m 변속기 무단변속기 무게 1070kg 휠베이스 2520mm 길이×너비×높이 3595×1595×1700mm 연비(복합) 13.9km/ℓ CO₂ 배출량 123g/km 구입 시기 2013년 10월 총 주행거리 2만4153km 평균연비 13.1km/ℓ 월 주행거리 1012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20만원(유류비 2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