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GT3를 출고한 지 어느덧 6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동안 누적 주행거리는 5800킬로미터다. 6개월간 이 차를 운전하며 느낀 감동 중 가장 독특한 감동을 꼽으라면 ‘엔진의 위치’다. 포르쉐 911은 엔진을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RR 구동방식이다. 엔진을 트렁크 자리에 얹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자동차다(버스는 제외). 1세대가 왜 엔진을 뒤에 얹었는지 그 역사적 사실을 모른다 해도, 911은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6번이나 모델 체인지를 거쳤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뒤 엔진-뒷바퀴굴림 레이아웃을 기술력으로 극복해낸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차다. 그렇다면 왜 포르쉐 엔지니어들은 RR 구동방식을 버리지 않았을까? 단순히 헤리티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911을 타기 이전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도 여기에 있다. 물론 지금은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 할 수 있게 됐다.

911 GT3는 굉장히 솔직한 차다. 버킷 시트에 엉덩이를 깊숙이 파묻고 운전하면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이동한 무게중심이 어느쪽 타이어에 접지력을 주는지 느낄 수 있다. 하중 이동에 대한 정보는 신체 부위 중 엉덩이에서 시작되어 머리로 전달되는 탓에 흔히 운전을 잘하는 사람을 보고 엉덩이 센서가 좋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911 GT3를 운전해보면 엉덩이에 많은 감각이 전달되는데, 그중 급가속 할 때가 압권이다. 급가속은 차의 모든 무게를 뒤로 밀어낸다. 엔진을 앞에 실은 자동차는 무게중심을 온전히 뒷바퀴에 싣기 힘들다. 하지만 911과 같이 엔진이 뒷바퀴 바로 뒤에 있다면 뒷바퀴로 아스팔트를 더 강하게 누를 수 있다.

차의 모든 무게중심과 엔진이 힘을 합쳐 짓누르는 뒤 타이어(305밀리미터)는 노면에 출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차가 노면을 박차고 튀어나갈 때는 엔진이 프런트 혹은 미드십에 얹은 스포츠카에서 경험하지 못한 강렬함과 짜릿함이 존재한다. 그 감각이 하도 독특해서 911만의 가속감에 빠져들게 된다. 굳이 비유하자면 비행기 이륙과 비슷하다. 엄청난 하중이 뒷바퀴에 실리는 탓에 순간적으로 프런트 서스펜션이 이완되면서 스티어링휠이 가벼워지는 감각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브레이크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무게중심이 뒤에 있어 노즈다이브 현상이 심하지 않다. 코너를 잘 돌아나가는 차는 지구상에 이미 너무 많다. 벌써 머릿속에 몇몇 모델이 떠오르지 않는가? 하지만 매력적으로 가속하고 감속하는 차는 드물다. 포르쉐 911 GT3는 뜨겁게 타오르는 강력한 심장과 멋진 외모로 평가되지만 본질적으로 911이 가진 RR 구동방식을 극대화한 과정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다. 

가격 2억2500만원 레이아웃 뒤 엔진, RWD, 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수평대향 6기통 3.8ℓ, 475마력, 44.9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무게 1505kg 휠베이스 2457mm 길이×너비×높이 4545×1852×1269mm 연비(통합) 6.8km/ℓ CO₂ 배출량 267g/km

구입 시기 2014년 12월 총 주행거리 5886km 평균연비 4.9km/ℓ 월 주행거리 1246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53만원(유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