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6990대. 전년 대비 31.7퍼센트 늘어난 판매대수다. 그중에서 특정 제품 하나가 무려 1만 4894대, 40퍼센트 비중에 이른다. 다른 모든 제품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홀로 승승 장구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절대 판매는 31퍼센트 증가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우울하다. 왜? ‘남는 게 없으니까.’ 쌍용자동차의 고민이다. 요즘 쌍용차 사람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티볼리의 선전으로 평택공장에 생기가 돌고, 터키 등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우울하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쌍용차 최종식 대표가 답했다. “티볼리, 남는 게 없어요.” 장사꾼의 뻔한 거짓 중 하나가 ‘남는 게 없다’는 말이다. 혹시 그가 거짓말을? 그래서 재확인을 위해 다른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비슷한 답이 돌아온다. “가격을 워낙 낮게 책정한 탓에 수익이 별로 없어요. 수익을 내서 다른 제품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데, 수익이 적으니 신차 개발이 지연돼 선순환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대체 티볼리를 얼마에 판매하기에 수익성을 운운 하는 것일까. 쌍용차 홈페이지를 보니 자동변속기 기준 최저 가격이 1795만원이다. 그리고 최고 급형은 2347만원이다. 선택품목을 모두 넣어도 2467만원이다.

그럼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르노삼성 QM3 가격은? 최저가는 2280만원이고, 최고급형은 2570만원이다. 그런데 QM3 전용 액세서리가 선택품목으로 마련돼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둘을 비교하니 확실히 티볼리 가격이 착한(?) 편이다. 월 판매대수 3000대를 넘긴 이유로 가격이 지목 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티볼리의 가격 경쟁력은 ‘SUV=디젤’의 공식마저 깼다. 이전 쉐보레가 트랙스에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했을 때 소비자들은 디젤 엔진 부재를 아쉬워했고, 아쉬움은 판매 결과로 연결됐다. 쌍용차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솔린 엔진은 잘해야 2000대 정도를 넘기면 성공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고민은 디젤에 있다. 디젤은 가솔린보다 엔진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티볼리 디젤은 가솔린 대비 최저 150만원 이상 인상될 수밖에 없다. 착한 가격으로 티볼리를 부각시켰던 쌍용차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에게 가솔린과 디젤의 엔진 원가는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게다가 경쟁자인 QM3는 환율 하락에 따라 발생한 여유분을 그대로 가격에 반영해 인하했다.

금액만 80만원에 달한다. 디젤 SUV QM3의 가격은 낮아졌지만 가솔린의 인기를 디젤로 옮겨가 려는 쌍용차로선 티볼리 디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으니 고민이다. 가솔린의 착한 가격이 판매 증대의 유인구였는데, 디젤로 가면 관심몰이가 사라질까 걱정이다. 가뜩이나 수익성 낮은 차종의 가격을 높이지 못한다면 개발비 확보가 다시 주춤해 질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수익성이 내수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수출도 있다. 그러나 쌍용차의 주력 수출 시장인 러시아가 붕괴되면서 5월까지 수출은 2만216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4083대와 비교해 40.7퍼센트나 폭락했다. 한마디로 수출로돈 버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내수에 사활을 거는데,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그렇다면 쌍용차의 수익성을 높여줄 차종은 없을까? 물론 있다. 렉스턴과 체어맨이다.

하지만 렉스턴과 체어맨은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심지어 체어맨은 단종을 검토할 정도로 판매대수가 미미하다. 올해 5월까지 527대가 팔렸다. 월 100대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그러니 수익성은 높아도 판매대수가 적어 수익이 낮다. 렉스턴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같은 기간 2020대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35.4퍼센트 하락했다. 나아가 뉴 코란도 C와 코란도 스포츠도 전년 대비 13퍼센트와 12.8퍼센트 하락했다.티볼리의 선전이 반갑기는 하지만 홀로 수익을 만들어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형국이다.

돌파구는 없을까? 쌍용차는 향후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록 러시아 루블화 폭락으로 주요 시장은 잃었지만 서유럽 내 티볼리는 반응이 괜찮아서다. 쉽게 보면 수출 가격을 높이는 전략이다. 한 푼이라도 이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이 여의치 않다면 수출 단가를 높이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추가적인 비용절감 노력이다.

그래야 예정된 신차 개발비로 이어져 다시 한 번 신제품을 통한 수익 반등을 노릴 수 있다.하지만 이런 전략은 외부로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경쟁 상황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다익선 전략을 위해 국내 판매 차종 가격을 섣불리 조정하면 경쟁사와 할인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이 경우 경쟁사가 제대로 총구를 겨누면 실탄이 부족한 쌍용차는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얼마 전 만난 쌍용차 관계자가 건넨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쌍용차는 조용히 내실을 추구해야 한다. 국내 경쟁사를 자극해봐야 오히려 손실이 더 크다. 지금으로선 무언가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보다 알리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조용한 행보에서 관건은 수익이다. 그렇게 본다면 곧 나올 티볼리 디젤의 가격을 과연 어떻게 책정할까 궁금해진다. 원가 인상과 함께 수익을 보다 높일 것인지, 아니면 가솔린에서 톡톡히 경험했던 착한 가격 효과를 지속할지 말이다. 선택과 판단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다른 차종에서 수익을 극복한다는 것은 이미 기대를 접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새로운 수장이 된 최종식 대표가 풀어야 할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