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나는 ‘흥미롭다’라는 형용사를 모레이 칼럼이 만든 프로토타입 마쓰다 이부키(2003년 도쿄모터쇼)에 썼다. 그런데 그는 ‘흥미롭다’는 단어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는 홱 돌아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나는 그를 절대 무시하지 않았다. ‘흥미롭다’는 표현은 내가 쇼카에 선사하는 최고의 찬사다. ‘뻔하고 어디선가 본 디자인이 아니라 혁신적이고 거대한 잠재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요즘 흥미로운 차를 발견했다. 바로 3세대 포드 GT다. 이 차는 ‘아주 흥미롭다.’

포드 GT40은 일반도로에서도 운전할 수 있는 마지막 레이싱 스포츠카였을까? 그렇진 않다. 왜냐면 르망 첫 출전에서 우승했던 맥라렌 F1은 사실 로드카에 더 가깝다. 오리지널 GT40은 제대로 된 넓이의 윈드실드를 갖춘 마지막 순수한 경주차로 그 덕에 실내에 두 명의 승객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편하게 여행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러한 개념이 들어간 차로는 메르세데스 300 SL이나 초기 페라리 GT들이 그렇다. 최근의 레이싱 프로토타입은 혼자서 탑승해 조종하는 전투기에 더 알맞을 법한 아주 좁은 윈드실드와 헤드룸을 지녔다. 전투 폭격에는 알맞을지 모르나 두 명이 여행하기는 어렵다. 포르쉐 919나 아우디 R18을 타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걸 상상해보자. 아마 고속도로에 오르기 전에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사실 포드 디자인센터에서 새로운 포드 GT를 살펴보니 실내는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좋은 인상을 받았고 여러 면에서 즐거운 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히 편할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이 차는 BMW i8과 같이 버터플라이 도어를 사용하지만 i8보다 도어를 여닫기 쉽다. 즉 일상생활에서 더 편하다. 언젠가는 포드 GT를 타고 여행을 가고 싶다.

지금 상태로도 포드 GT는 훌륭하지만 아직 디자인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이 차가 개발된 포드의 가장 비밀스러운 곳에서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완벽한 디자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체 곳곳은 양산을 위해 다듬어질 것이고 다소 무거워 보이는 앞모습도 시각적 감량이 있을 것이다. 물론 포드 디자이너들이 게을러 이런 변화를 하나도 주지 않더라도 나는 지금의 포드 GT를 환영한다. 더불어 포드가 국제 자동차 경주 무대에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흥분되는 일이다. 미국 스포츠카 마니아들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앞모습
1 프런트 스쿠프는 브레이크로 공기를 보내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더워진 공기는 휠하우스로 빠져나간다.
2 이 구멍 덕분에 메인 라디에이터로 더 많은 공기를 보낼 수 있다. 이는 50년 전 오리지널 GT40을 떠올리게 하는 분명한 포드의 정체성이다.
3 윈드실드가 A필러까지 넓게 이어진다. 요즘 르망 경주차들은 전투기처럼 실내가 좁은데, 그에 비해 훨씬 넓다.
4 두 개의 가로 바는 지붕과 스포일러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공력성능도 높인다. 독특한 디자인에 기능성도 훌륭하다.
5 인터쿨러 덕트로 들어온 공기는 테일램프 근처로 빠져나간다.
6 뒤를 더 잘 보기 위해 미러 지지대를 길게 뽑았다. 아주 단단한 카본파이버로 만들어 진동에 대비했다.
7 앞 휠하우스에서 시작돼 리어엔드까지 이어지는 굵은 라인이 거의 일직선에 가깝다.
8 이 부분은 많은 플랩과 핀이 달린 F1 경주차의 프런트 윙을 연상시킨다. 그것보다 훨씬 단순한 구조이지만 기능적으로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건 같다. 미적인 이유만으로 이렇게 각을 준 것은 아니다.  
9 노즈를 이렇게 날카로운 라인으로 자른 것은 공기를 아래로 더 많이 보내기 위해서다. 공기가 앞 펜더 아래로 흘러야 공기저항이 덜하기 때문이다.  
10 포드 디자이너들은 이전 세대의 GT 헤드램프와 비슷하게 만들려 했다. 하지만 너무 복고적인 느낌이 들어 램프를 다시 디자인했다.
11 내가 보기에 이 검은색 밴드가 이 차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한다. 공력성능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너무 무거운 느낌이다. 다른 부분에 비해 신경을 덜 쓴 것이 아닌가 싶다.

뒷모습
12 크고 동그란 테일램프는 포드 GT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바로 옆으로는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터널이 있다. 심플하면서 획기적인 디자인이다.
13 배기가스뿐만 아니라 엔진룸의 뜨거운 공기도 이 드라마틱한 원형 배기파이프를 통해 빠져나온다.
14 리어 윙은 아주 훌륭한 수평 디자인 요소다. 덕분에 뒷부분이 깔끔하게 정돈됐다. 더불어 리어램프와 공기 터널, 배기파이프가 가지런해졌다.
15 터널과 램프 사이의 얇은 벽은 장식적인 요소와 기능적 요소 모두를 지녔다.
16 엔진룸의 뜨거운 열을 빼내기 위해서는 리어윈도 옆으로 에어 아웃렛이 있어야 한다. 약간 좁은 듯하지만 아주 우아한 디자인이다.
17 앞 휠하우스를 많이 부풀렸다. 도어 쪽 보디는 에어 인렛과 아웃렛이 있고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라인도 있다. 아주 복잡한 구조인데 기능성에 충실한 디자인이다.
18 이 날카로운 라인은 앞과 뒤의 인렛과 아웃렛의 베이스가 된다. 더불어 앞에서 들어온 공기가 매끄럽게 뒤로 흐르게 한다.
19 이 깔끔한 가로 라인이 리어 윙과 함께 뒤쪽 디자인을 정리한다. 앞에도 똑같은 라인이 있다.
20 노즈에 달린 플랩보다는 설득력 있는 디자인이다. 공기 배출구와 밑의 리어 디퓨저 틀이 되기도 한다.
21 이렇게 번호판을 디자인에서 배제하지 않았다는 건 GT를 일반도로에서도 탈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나는 향후 생산될 몇 대의 GT들이 서킷에는 가지 않기를 바란다. 란치아 스트라토스 스트라달레 중 몇몇 차가 그랬듯이 말이다.

인테리어
22 레이싱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실내다. GT를 일반도로에서만 타려는 사람은 소박한 취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송풍구가 도어에 달려 차를 탈 때 거치적거리지 않는다.
23 F1 경주차의 운전대만큼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많은 컨트롤러가 달렸다.
24 충격적으로 계기반에 게이지가 하나도 없다. 이 차는 디지털 세대를 위한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 있는 늙은이를 위한 차가 아니다.
25 기어레버도 찾을 수 없다. GT는 진정한 21세기 스포츠카다.

Robert Cumberford  GM 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 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