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영하 15도 캠핑에서 이진우 에디터는 “캠핑 같은 것을 왜 하느냐”고 투덜거렸다. 서리 쌓인 보닛에 이진우가 언 손가락으로 적었던 ‘이건 미친 짓이야’라는 글씨가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캠핑을 가자고 다시 소집한 사람이 이진우였다. 캠핑은 마력이 있다. 외박할 수 있어서 흥분된다고는 대놓고 말하기가 무서운 40대 아저씨이기도 하지만. 그때 동행했던 SUV 두 대도 기억난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4와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든든한 그들이 있어서 혹한기 캠핑도 겁 없이 해치울 수 있었다.

나윤석의 선택 ▶ 디스커버리 스포츠 시승차의 가격이 6660만원으로 5280만원의 체로키보다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솔직히 내 용도에서는 디스커버리 스포츠 정도의 오프로드 주파 성능이면 충분하다. 내게 SUV는 가족과 먼 거리를 노면에 상관없이 여행할 수 있는 장거리 전천후 차다. 온로드 승차감과 믿음직한 조종 성능을 지닌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번엔 차가 좀 작아졌다. 자동차 평론가 류청희와 사진작가 이명재가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타고 출발했고, 나는 이진우와 함께 체로키를 타고 갔다. 난 이전에 체로키를 많이 타보았지만, 이진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에게 체로키 첫인상을 물었다. “전반적으로는 괜찮은데 조금 피곤하네요.” 이유를 물었다. 우선 막히는 길에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놓았다 할 때마다 변속기에 유격이 있는지 덜컥거리고, 노면에 조금만 요철이 있어도 차체가 들썩들썩 요동을 일으켜서 피곤하단다. 나도 전에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노면의 요철을 흡수하지 못하고 때로는 증폭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알파로메오 줄리에타와 공유하는 플랫폼 영향인지 서스펜션의 반응은 마치 스트로크가 짧은 스포츠 서스펜션과 비슷하다. 진폭 감응형 댐퍼가 이런 느낌을 만드는 것 같다. 온로드 코너링은 예리한 편은 아니지만 감각은 확실해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ZF에서 라이선스를 가져와 직접 생산하는 9단 자동변속기는 열심히 일한다는 좋은 느낌이 컸고, 감속 후 다시 가속할 때 간혹 헤매는 느낌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는 가속페달을 지긋하게 사용하는 운전 스타일이었고, 이진우는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차이가 아주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남아서 오후에 달릴 임도를 먼저 답사하기로 했다. 어? 이상하다. 흙길에 올라오니 체로키가 훨씬 편안해졌다. 포장도로의 요철을 되받아치던 서스펜션이 비포장에서는 오히려 차분하고 너그럽다. 정말 희한하다. 그리고 도로에서는 평범한 느낌이었던 엔진의 출력이 비포장에서는 다루기 쉬운 특성으로 다가온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가 보다.” 이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차를 바꿔 탔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고급차였다. 지난달에 잠시 시승했을 때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많이 보이는 인테리어가 랜드로버에서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달하는 것 같아서 실망했었다. 그런데 체로키에서 옮겨오니 그래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손임을 느낄 수 있다. 가죽시트의 풍부한 촉감이나 아이덴티티가 충만한 실내 디자인 등, 고급차에 탄 분위기가 물씬 난다. 포장도로에서의 승차감도 아주 좋았다. 노면의 요철을 능수능란하게 걸러내어 승차감은 물론 주행 안정성도 매우 높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매끄러운 주행 감각이다. 코너링도 앞바퀴에 저항감이 전혀 없이 코너의 결을 매끄럽게 따라가는 감촉이 일품이다. 코너링 성능도 그만큼 예리하고 통쾌하다. 체로키와는 달리 ZF에서 직접 제작한 9단 자동변속기는 조금 더 매끄럽게 작동한다. 체로키의 편안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170마력에 비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20마력 이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단, 2000rpm 이하에서는 힘이 많이 빠지는데 회전수가 상승하면서 갑작스럽게 몰려나오는 토크가 다루기에 까다롭다.

점심식사 전에 체로키로 미리 답사했던 임도에 이번에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몰고 들어간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다. 승차감이 체로키보다 좋지 않았다. 임도의 요철을 밟으면 롤을 일으킨다. 속도를 조금 올려서 안정시키려 했더니 이번에는 차체 전체가 아래위로 튀는 바운싱 현상이 나타난다. 도로에서의 감각으로는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비포장에서도 훨씬 유연해야 했다. 그런데 실제는 반대였다. 저회전에서 힘이 빠지는 엔진도 비포장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단점으로 더 크게 다가온다.
가벼운 오프로드를 주파하고 일찍 야영할 곳을 찾았다. 강변의 자갈밭. 길에서 내려가는 길에 팬 곳이 많아서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어이없다 싶을 정도로 쉽게 내려간다. 지상고도 여유롭고 차 바닥도 잘 정리되어 있다는 뜻. 머리통만 한 자갈이 깔린 강변에서도 두 모델 모두 문제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체로키는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길어 바퀴가 안정적으로 땅을 움켜잡고 충격도 흡수해서 승차감이 좋다."

다음 날 아침 잠자리를 정리하고 어제 내려온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먼저 체로키가 문제없이 올라왔다. 그런데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어려워한다. 바퀴가 대각선으로 헛돌고 있었다. 전자제어식 디퍼렌셜 록도 한계는 있다. 이 장면에서 어제 왜 체로키가 비포장 임도에서 더 편안하고 안정적이었는지가 드러난다. 서스펜션 스트로크의 차이였다. 체로키는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길어 구덩이에 대각선으로 걸려도 바퀴가 안정적으로 땅을 움켜잡고 노면충격도 흡수해서 승차감이 좋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바퀴가 한쪽 또는 대각선으로 뜨는 경우가 많아 접지력도 약하고 차체의 요동이 커서 비포장 승차감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사실 강변에서 체로키도 곤경에 빠졌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강변의 모래밭을 이동하다가 빠진 것. 체로키에만 있는 로 기어도, 노면에 따라 차량을 적응시키는 셀렉-터레인 기능도 소용이 없었다. 이유는 많이 닳은 앞 타이어 때문이었다. 역시 오프로드는 적합한 타이어가 지면에 든든하게 닿아 있어야 된다는 철칙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두 모델이 곤경에 처한 상황을 보면 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오프로드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랜드로버는 사막이나 정글같이 바퀴가 빠지기 쉬운 상황에서 강했고, 지프는 록크롤링이나 도하처럼 긴 스트로크와 접근 및 이탈각이 중요한 상황에 상대적으로 강했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 오늘은 좀 더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경험하기로 했다. 오프로드에 일가견이 있는 이진우가 환상의 오프로드 산길을 찾아냈다. 드디어 체로키의 로 기어를 사용해볼 기회가 왔다. 그런데 로 기어가 없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도 이 정도는 괜찮다며 잘 헤쳐나간다. 물론 이진우가 바퀴를 놓을 곳을 정확하게 알려주었기에 훨씬 수월했다. 오프로드는 팀워크라는 것을 실감했다.

두 모델은 단순한 크로스오버 SUV가 아니었다. 모양만 SUV가 아니라 가문의 전통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오프로드 성능까지 겸비한 올라운드 SUV였다. 성격에 차이가 있다면, 최근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오프로드보다 강조하는 랜드로버에 걸맞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온로드 주행 품질과 거주성을 강화했다. 반면 SUV의 명가라는 선명한 이미지로 FCA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지프 브랜드의 체로키는 유니보디 모델임에도 오프로드 성능에 타협이 없다.

자신의 전통은 물론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까지 잘 담겨 있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체로키.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SUV, 아니 자동차를 만났다. 글•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의 선택 ▶ 체로키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끌리긴 하지만, 나의 선택은 체로키다. 빈약한 면도 있지만 로 기어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게다가 시승차 기준으로 1000만원 남짓 싼값도 무시할 수 없다.

등산이 스포츠라는 의견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동의한다. 나아가 ‘산은 차를 타고 오르는 곳’이라는 지론을 가진 나에게는 SUV가 스포츠카와 다름없는 존재다. 즐기는 방식이 다를 뿐, SUV도 스포츠카 못지않게 차가 열심히 움직일수록 더 재미있다. 그런데 이번에 모인 두 차는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면서도 도시 생활에 어울리도록 만들어졌다. 심지어 두 브랜드 모두 오프로더의 아이콘이라 할 브랜드들이다. 정통 등산용품 전문 브랜드가 만든 트레킹 웨어라고나 할까. 어쩌면 지금 각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가장 보편적인 모습으로 풀어낸 것이 두 차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시승은 시작부터 흥미진진했다.

스타일이 아무리 개인 취향이라도, 세련미만큼은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체로키를 압도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실내외 모두 그렇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밖으로는 간결하면서도 힘이 느껴지고, 안으로는 기능적이면서 명쾌하다. 체로키는 도시형 SUV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현대적 감각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좋았다. 다만 지프 브랜드다운 특징은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SUV 전용 플랫폼, 체로키는 승용차 플랫폼을 응용해 만들었다는 사실은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운전석에 올라보면 체로키의 바닥이 낮아 승용차 운전 자세에 더 가깝다. 재미있는 것은 디스커버리 스포츠 쪽이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더 스포티하다는 점이다.

실내 디자인과 구성은 두 회사가 차의 개념을 어떻게 잡고 만들었는지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이상적이라면 체로키는 무척 현실적이다. 오디오, 공조장치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에서부터 컵홀더와 콘솔박스 같은 수납공간의 구성과 배치가 그렇다. 체로키는 그랜드 체로키와 통일성을 추구한 느낌이지만 내장재 질감과 구성이 조금 허술하다. 랜드로버 기준으로는 평범한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실내가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전방 시야를 고려해 대시보드를 비교적 낮게 배치한 것과 앞좌석보다 뒷좌석이 높은 극장식 좌석 배치는 두 차의 공통점이다. USB 포트나 전원 소켓 등 장비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실력은 디스커버리 스포츠 쪽이 한 수 위다. 체로키는 보기에는 어수선해도 쓰기는 쉽고 편하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트렁크 공간은 차체 크기보다 비교적 넉넉하다. 체로키의 해치를 여니 너비와 깊이는 거의 비슷하지만 바닥이 높아 실제 쓸 수 있는 공간은 약간 뒤진다. 두 차 모두 해치는 전동 개폐식이다. 해치 닫힘 버튼은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해치 끝 부분에, 체로키가 운전석 쪽 트렁크 벽면에 있다. 체로키는 뒷좌석 등받이를 레버로 접어야 하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동반석 쪽 트렁크 벽면의 스위치로 접을 수 있다. 실내에서 짐칸에 이르기까지, 두 차 모두 실용적인 배려는 만족스럽다.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엔진에서 아쉬운 부분은 다행히도 매끄럽게 작동하는 변속기가 잘 걸러낸다. 에코 모드를 선택하면 불편함은 훨씬 줄어든다."

두 차의 색깔은 역시 달릴 때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다. 차가 편하게 느껴지는 곳도 다르고, 편안함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점이 두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잘 포장된 도로 위에서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편안함이 두드러진다. 스티어링은 부드럽고 차체 움직임은 차분하다. 웬만큼 속도를 올려도 승차감은 안정적이다. 브레이크도 차체 높이와 무게의 부담이 살짝 묻어날 뿐 고르게 속도를 줄인다. 살짝 껄끄러운 부분은 배기량에 비해 높은 출력을 끌어내기 위한 터보차저 세팅 정도다.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여지없이 잠깐의 지체 뒤에 힘찬 가속이 시작된다. 엔진에서 아쉬운 부분은 다행히도 매끄럽게 작동하는 변속기가 잘 걸러낸다. 속도가 높아지면 껄끄러움은 사라지고, 효율 중심으로 파워트레인이 조절되는 에코 모드를 선택하면 불편함은 훨씬 줄어든다.

성공적으로 가려졌던 단점은 노면이 거친 곳으로 가면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속도가 낮더라도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비포장도로까지만 해도 불편함은 거의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돌이 깔려 울퉁불퉁한 길이나 요철이 심한 비포장도로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주 느린 속도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섬세하게 조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차를 다루기가 어렵다. 휠의 상하 움직임이 크지 않은 것도 험로 주행을 망설이게 한다. 노면이 거칠어도 승차감이 편한 대신 요철이 심하면 바퀴가 접지력을 잃는 순간이 빨리 찾아온다. 건강관리 차원의 운동까지는 괜찮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정도의 체질은 아닌 셈이다. 디스커버리라는 이름 뒤에 스포츠라는 단어가 괜히 더해진 것이 아니다.

오프로드에 갈 때는 견인줄을 꼭 챙겨야 한다. 이게 없었으면 보험사를 부를 뻔했다.

포장도로에서의 달리기는 체로키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 차체 움직임은 조금 둔하고 바퀴 움직임은 조금 거칠다. 묵직한 가속감은 과격하게 몰 성격의 차가 아니라고 말한다. 터보래그 없이 고르게 가속하는 대신 시원한 맛은 덜하다. 실내로 전달되는 엔진 소음과 진동도 상대적으로 더 뚜렷하다. 가속처럼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의 차체 반응도 조금은 느슨하다. 그러나 승용차 플랫폼을 쓴 도시형 SUV의 평균 수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고회전을 유지하며 거칠게 몰아붙이지 않는 이상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둔한 차체 반응이 서스펜션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브레이크를 밟아보면 알 수 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 차체 앞쪽이 주저앉는 느낌이 더 크고, 그만큼 브레이크가 부담스러워하는 티도 더 많이 난다.

신기하게도 포장도로를 벗어나 노면이 거칠어지면 체로키는 점점 편해진다. 포장도로에서 거슬리던 승차감도 비포장도로에서는 작은 요철의 충격이 잘 걸러져 편하다. 바퀴가 튀어 올라도 빠르게 노면을 찾아 내려가고, 그런 움직임은 고스란히 접지력에 반영되어 차체 움직임을 바로잡는다. 결정적으로 체로키에는 로 기어가 있다. 기어가듯 느린 속도로 달리면서 높은 토크를 유지하는 덕분에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돌이 깔린 곳에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간다. 뒤뚱거리는 차체는 험한 상황을 탈출할 때 접지력을 찾기가 좋다. 급한 내리막에서 시속 1킬로미터로 주행속도를 고정하는 HDC(내리막 속도조절장치)도 아주 유용하다. 최저지상고나 휠 크기라는 물리적 한계는 있어도, 어지간한 오프로드는 어렵지 않게 지날 수 있다.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성격을 지녔지만 특징이 다른 두 차. 그러나 두 회사가 비슷한 목표와 소비자를 향해 선택한 길은 서로 다르고, 도착한 지점도 조금은 다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이런 차를 만들어야겠다’는 큰 그림을 잡아놓고, 필요한 목적과 형태에 맞춰 필요 없는 특징과 요소들을 하나씩 깎아내어 만든 차라는 느낌을 준다. 조각상처럼 완성도 높게 잘 빚어진 탓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좋게 넘어갈 수 있고 티도 잘 나지 않는다. 체로키는 반대다. 기본 틀을 잡아놓고 ‘우리는 지프니까 이런 건 있어야 해’라며 이것저것 덧붙이는 식으로 만든 티가 난다. 어느 한쪽은 덜 붙이고 다른 쪽은 더 붙인 모습도 엿보인다. 그런 절묘한 불균형과 모난 모습이 체로키의 매력을 만든다. 혈통이 어떻든 지프 유전자는 어디 가지 않는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단번에 꼭 내 차로 만들고 싶을 정도의 매력을 발산한다. 그만큼 훌륭한 차인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체로키에 끌리는 이유는 ‘만에 하나’에 대비한 보험을 하나 더 들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변수가 적은 모험을 즐긴다면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변수가 많은 모험을 즐긴다면 체로키가 제격이다. 글•류청희(자동차 평론가)

이진우의 선택 ▶ 체로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머잖아 엔진이 바뀐다. 더 비싼 돈을 주고 구닥다리 엔진을 타고 싶지 않다. 체로키는 승차감이 약간 거칠어도 엔진 반응과 서스펜션 움직임이 솔직하다.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서 거칠게 반응한다는 말이다. 이런 차는 밀당하면서 타는 맛이 있다.

JEEP CHEROKEE LIMITED 기본 가격 528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77마력, 35.7kg·m 변속기 9단 자동 공차중량 1678kg 휠베이스 2720mm 길이×너비×높이 4620×1860×1710mm 복합연비 14.0km/ℓ CO₂ 배출량 141g/km

LAND ROVER DISCOVERY SPORT SD4 기본 가격 5960만~666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직렬 4기통 2.2ℓ DOHC 터보 디젤, 190마력, 42.8kg·m 변속기 9단 자동 공차중량 1990kg 휠베이스 2741mm 길이×너비×높이 4590×2069×1724mm 복합연비 11.2km/ℓ CO₂ 배출량 162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