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쌍용 XAV 콘셉트 2 인피니티 Q70L 3 기아 K5 4 기아 노보 콘셉트

현대 콘셉트카 엔듀로는 소형 SUV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추세에 적절하다. 벨로스터를 살짝 들어 올려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끼운 듯한데, 작고 간단한 차를 가볍게 몰아가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 차가 진창길을 마구 달릴 수 있다니 더욱 즐겁다. 폭스바겐에서 전시한 T-록의 경쟁 상대인데, 엔듀로가 나아 보인다. 엔듀로를 보는 순간 현대차임을 알아볼 수 있었고, 이제 디자인에서 현대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것 같아 반가웠다. 현대는 마진이 적은 투싼 아래급 차를 내놓기 주저하는데, 엔듀로는 비싼 퍼스널 럭셔리 같아 그 등장을 기대할 만하다. 현대의 6각형 프런트 그릴은 차마다 모양이 달라 다행이다. 엔듀로의 6각 그릴은 아래 모서리가 또 다른 모양이었다. 벤츠, BMW, 아우디의 프런트 그릴이 차마다 똑같아 식상한데, 현대의 작은 변화는 위로가 된다.

기아 K5가 완전한 신형 같지 않고 페이스리프트 같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이제 구형이 된 K5는 오늘 보아도 너무 멋지다. 그래서 신형이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새차가 필요한 순간, 좋은 디자인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새 차는 모든 부분을 다듬어 우아하고 스포티해졌지만 어딘가 아쉬움을 부인할 수 없다. 원형보다 나은 페이스리프트는 없었다. 슈라이어 씨는 작은 변화가 전체적인 감성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라고 하지만… 내 눈썰미가 그렇게 수준이 높지 않다. 그래도 K5는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신형 아우디 A6보다 많이 나아 보인다.

기아 콘셉트카 노보는 몇 해 전 만들어진 콘셉트카 기아 GT의 또 다른 변형이었다. 괜찮은 시도라 여겨진다. 노보는 K5를 대신할 차로 만들었다가 너무 앞서간 디자인으로 탈락한 모형 같기도 하다. 노보는 준중형이라니, 혹시나 다음 K3가 이럴까 상상해본다.

안팎으로 어른스러워진 쉐보레 스파크는 더 큰 차 같아 보인다. 두터운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상품가치가 커졌다. 이제 제대로 기아 모닝의 라이벌이 된 듯싶다. 더 많이 팔릴 차 같았다. 그런데 마음 어딘가 옛날보다 재미가 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스멀스멀하다. 7~8년 전 GM 디자이너들의 경쟁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스파크보다 참신한 기운이 덜하다. 평범해진 스파크 신형은 이제 여느 GM 소형차와 다르지 않다. 낮아진 운전석도 심심해진 이유의 하나다.

쌍용 XAV는 디자인이 타당하다. 보는 순간 이 차를 좋아하고 말았다. 티볼리를 보면서 어딘가 말 못할 아쉬움이 XAV로 모두 풀렸다. 앞모습은 <스타워즈>의 스톰 트루퍼 같고, C필러에서 토요타 FJ 크루저가 언뜻 보이는 것이 재밌다. 두터운 타이어에서 오프로드를 달리는 강인한 모습이 떠올랐다. 앞바퀴 휠아치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구형 코란도(1996년)가 떠오른다. 오프로더로 보기에는 앞 오버행이 지나치게 길지만, 정말 산속을 달릴 차는 아니기에 눈감아주기로 한다. 한 가지 걱정은 작은 회사가 티볼리와 XAV를 동시에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싶다.

마쓰다 미아타를 꿈꾸는 내게 미니 로드스터는 대체품이 될 수 없었다. 너무 앙증맞아 내가 타기에 멋쩍은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미니 슈퍼레제라 비전이라면 괜찮다. 적당한 크기가 덩치 큰 나에게도 어울릴 것 같아서다. 이 정도라면 1960년대의 유럽 로드스터를 탄다고 우겨도 될 만하다. 보닛이 조금 더 길고 트렁크가 좀 더 짧아도 좋겠지만, 양산형을 기다려본다. 심플한 대시보드 디자인은 이 차의 백미다. 인피니티 Q70L은 널찍한 뒷자리가 좋았다. 차에 개성을 더하고, 실제로 넉넉한 공간이 도움될 듯하다. 중국에 흔한 이런 뒷자리 넓은 차들은 우리 취향에도 잘 맞을 것 같다. 번쩍이는 크롬 장식도 우리 취향에 맞아 보인다. 벤츠와 아우디 등이 만드는 중국 버전 프리미엄 중형차를 멀리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