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모터쇼라고 주장하는 서울모터쇼가 살아남는 길은 부품 비즈니스의 활성화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부품 공급국이다.

2013 서울모터쇼가 끝난 후 ‘105만명이 몰린 서울모터쇼, 부품업체들은 어디로 갔나?’라는 제목으로 일간지에 기고했던 적이 있다. 그게 인연이 돼 2015 서울모터쇼 준비위원회에서는 내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고, 그들에게 ‘트레이드 데이’를 만들거나 부품산업 육성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모터쇼에 참가하기는 했지만 바이어와의 상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모터쇼장에서 그냥 시간만 보내고 인력만 소모하는 중소 부품업체들의 모습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완성차 제작사들에겐 일반 대중에게 브랜드의 비전과 새로운 모델을 홍보하는 게 모터쇼의 중요한 목표다. 하지만 부품업체들은 다르다. 부품업체들은 주로 완성차 제작사나 대형 부품사를 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굳이 홍보할 필요가 없다. 이보다는 모터쇼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계약을 진행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해외 지사를 둔 대형 부품업체는 고객을 직접 찾아다닐 수 있지만 실력은 있으나 영업력이 따르지 못하는 중소 부품 회사에게는 모터쇼가 아주 중요한 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년 전에도 그랬듯 이번 모터쇼에서도 완성차업체 부스가 아닌 참가한 부품업체들을 일일이 방문하며 인터뷰를 했다. 질문은 “이번 모터쇼에서 새로운 바이어와 접촉이 있었나? 만약 있었다면 모터쇼 기간 중에 상담이 예약돼 있나?” 였다. 대답은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간혹 바이어와 상담이 예약돼 있다는 업체가 있었지만 기존의 바이어를 모터쇼에 직접 초대해 미팅 자리를 만든 경우였다. 해외 영업담당 임원에게도 물었지만 결과는 역시 실망스러웠다. 특히 2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참가한 국내 유수의 와이어링 하네스 전문 업체들의 대답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차종에 맞게 주문 제작해야 하는 제품의 특성상 자동차 제작사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런데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대두하면서 충전기와 관련 케이블을 새로운 품목으로 추가해 보다 자유롭게 영업할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확인한 바로는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그들이 새롭게 얻은 영업 결과는 없는 것 같았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제1 전시장에 자리 잡은 부품업체들은 그나마 규모가 큰 업체들이라서 자체 영업력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제2 전시장 7관에 출품한 소규모 부품업체들은 해외 영업이 거의 불가능한 규모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모터쇼 조직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혹시 모터쇼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회사와 제품의 프로필 등 바이어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자료를 조직위원회가 요청한 적이 있는지 그들에게 물었다. 그런 기억이 없단다. 그들이 주로 받은 연락은 참가비용과 부스 관리지침 등 모터쇼 기간과 직접 관련된 내용뿐이었다고 했다.

모터쇼 기간 동안 모터쇼 주관 단체이면서 부품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부품 관련 사업과 연관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2014년 12월 17일에 공지된 ‘2015년판 영문 디렉토리 게재용 업체정보 제출 요청’이 눈에 띄었다. 회원사의 정보를 수집해 2015 서울모터쇼는 물론 세계 주요 전시회에 이를 배포할 뿐 아니라 해외 각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회사의 구매담당자와 주요 바이어, 외국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유관기관, KOTRA 해외무역관 등에 보낼 예정이라고 써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자료를 업데이트는 했지만 이를 이용해 업체가 모터쇼에 참가하도록 독려한다든지 반대로 참가 업체의 정보 업데이트를 요청하는 등의 일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5년 2월 2일에 공지된 ‘일본 미쓰비시·혼다 자동차와의 수출상담회 참가업체 모집’이 전부였다. 즉 업체들에게 생각이 있으면 참가하라고 정보만 전달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국제 모터쇼라고 주장하는 서울모터쇼가 살아남는 길은 부품 비즈니스의 활성화밖에 없다. 완성차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일본 사이에서 규모의 경쟁력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만약 모터쇼를 위해 해외 바이어들을 조직적으로 모집하고, 국내 부품업체들이 모터쇼를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판매 상담을 진행한다면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국내 부품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특히 요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우리나라에서 부품을 구입하는 비중을 점점 늘리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크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력과 신속한 개발·생산 능력을 갖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부품 공급국이다. 그런데 중국의 부품산업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모터쇼는 축제, 즉 페스티벌이다. 동시에 무역 박람회, 즉 페어(fair)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