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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비싼 차는 제네바를 좋아해

변변한 자동차 메이커 하나 없다. 땅덩이는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인구도 820만명뿐이다. 그래서 자동차 판매량이 적다. 그런데 세계 5대 모터쇼가 열린다. 바로 스위스 제네바 이야기다

2015.04.21

올해로 85회를 맞은 제네바 모터쇼는 열흘간 총 68만 2000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8퍼센트 올랐다고 한다.

 

 

매년 3월 초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모터쇼가 열린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슈퍼카와 이그조틱카들이 제네바를 수놓는다. 예전부터 제네바는 비싼 차들이 많이 출시되는 모터쇼였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쾨닉세그, 애스턴마틴, 롤스로이스 등 비싼 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브랜드가 제네바를 찾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작은 나라로 엄청나게 비싼 차들이 모이는 걸까?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다. 타국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국의 영토를 보전받는다. 즉 전쟁 없는 땅이다. 유럽 전역이 포화 속에 있던 1, 2차 세계대전 때도 유럽의 중심에 있는 스위스는 포탄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평화의 땅 스위스는 유명한 예술가, 사상가, 과학자들의 도피처(망명)가 되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29명에 이르는 건 중립국으로서의 큰 혜택이었다.  
스위스는 또 정치적 갈등이 적다. 그래서 국제연합(UN) 본부 등 독립성이 존중돼야 하고 정치적 간섭이 없어야 하는 국제기구들이 많다. UN 이외에도 국제노동기구(ILO), 유네스코(UNESC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을 비롯한 24개의 국제기구 본부가 스위스에 있다. IOC, FIFA 등 체육 및 문화 기구까지 합치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스위스는 또 유럽 금융의 중심이다. 스위스가 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경제적 안정과 정치적 중립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은행비밀주의가 있었다. 스위스의 은행비밀주의는 17세기부터 시작됐다. 1930년대 독일 나치정권이 스위스 은행의 독일 고객, 특히 유대인 고객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가했을 때도 스위스는 공개하지 않았다. 오히려 은행비밀주의 원칙을 입법화해 돈의 출처를 더욱 공고히 숨겼다. 

전쟁의 흔적이 없는 뛰어난 자연경관에 정치적 중립과 경제적 안정 그리고 은행비밀주의까지, 스위스는 부자들이 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더불어 스위스는 외국인에 대한 세금(3.8퍼센트)이 굉장히 낮다. 독일과 영국 등의 세금이 30~50퍼센트에 달하는 걸 생각하면 외국인에 대한 재산세 비율이 엄청 낮다. 그래서 부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FOM 회장 버니 에클래스톤(영국, 추정 자산규모 3조4000억원), 미하엘 슈마허(독일, 9700억원), 키미 라이쾨넨(핀란드), 제바스티안 페텔(독일) 등도 모두 스위스에 살고 있다. 이 네 사람은 스위스 부자 300위 안에 드는 재력가들이다. 이외에도 유럽과 미국의 재계와 연예계 거물들이 알프스 산자락 밑에 고급 별장을 짓고 산다. 2014년 현재 스위스 거주인구는 820만명인데 이 중 외국인이 182만5000명으로 인구의 23퍼센트에 이른다. 한편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취리히는 전 세계 300개 대도시 가운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다고 한다.

스위스는 세금이 낮고 돈을 숨기기 쉬운 환경이다. 부자들의 천국이다. 제네바 모터쇼에 엄청나게 비싼 차들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모터쇼는 브랜드의 미래상을 선보이는 기술의 장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모터쇼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박람회는 ‘돈의 논리’를 따른다. 돈이 없다면 미래상은 커녕 현재도 없으니까. 그런 면으로 볼 때 제네바 모터쇼로 비싸고 좋은 차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어차피 돈을 좇는 것이 돈의 논리이니까. 결국은 돈이다. 올해의 제네바도 돈의 생리를 좇는 고가·고성능 차의 향연이었다.

 

 

 

KOENIGSEGG REGERA
스웨덴 슈퍼카 브랜드 쾨닉세그는 대부분의 모델을 제네바 모터쇼에서 출시했다. 2002년 CC8S를 시작으로 2004년 CCR, 2011년 아제라, 2012년 아제라 R, 2013년 아제라 S, 2014년 ONE:1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그들 역사에 처음(역사라고 해봤자 1994년에 시작됐다) 등장한 레제라도 제네바에서 베일을 벗었다.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창립자이자 CEO인 크리스티안 폰 쾨닉세그가 직접 등장해 새 차를 소개했다. 레제라의 5.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은 고출력 1100마력을 내고 3개의 전기모터가 더해져 도합 1500마력을 낸다. ONE:1의 1341마력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재미있는 건 1개의 모터를 엔진에 사용했다는 것. 2개의 터보에서 초반 터보래그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스타트모터 역할을 한다. 덕분에 엔진 터보래그는 있어도 토크 곡선의 흔들림이 없다. 나머지 2개의 모터는 각각 좌우 뒷바퀴에 동력을 더한다. 차체 무게는 1628킬로그램. 그러니 1마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단 1.08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쾨닉세그는 아직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일각에서는 2초 안쪽의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고속도도 시속 400킬로미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제라는 단 80대만 만들어지고 가격은 190만 달러(약 20억8500만원)다. 

 

 


PORSCHE 911 GT3 RS & CAYMAN GT4
포르쉐는 성능을 끌어올린 두 대의 스포츠카를 제네바에 투입했다. 911 GT3 RS와 카이맨 GT4다. 911 GT3 RS는 배기량을 4.0리터로 올리면서 최고출력이 500마력이 됐다. 터보 등의 과급기 없이 순수하게 압축비만으로 올린 출력이다. 그러니 GT3 RS는 911 자연흡기 모델 중에서 출력이 가장 높다. 이 출력을 노면에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리어 액슬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하고 폭이 더 넓은 타이어를 끼웠다. 그래서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3.3초에 달린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를 7분 20초에 달려 카레라 GT(7분 29초)보다 월등히 빨랐다고 한다. 

GT4라는 이전에 없던 네이밍의 카이맨도 등장했다. 911의 수평대향 6기통 3.8리터 엔진을 얹고 385마력으로 세팅했다. 카이맨은 911보다 뛰어난 미드십 밸런스를 지녔다. 벌써부터 ‘팀킬’ 모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포르쉐는 스위스에서 판매량이 높다. 지난해 2871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29퍼센트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다. 판매 수치는 그다지 높지 않으나 스위스 인구가 800만명밖에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판매량이다. 5000만이 넘는 한국은 지난해 1965대가 팔렸다. 스위스 누적 판매량도 4만대에 이른다. 한국은 누적 1만대다. 

 

 


ASTON MARTIN VULCAN
영국은 제네바 모터쇼보다 2년 먼저인 1903년에 처음으로 브리티시 모터쇼를 개최했다. 당시만 해도 영국은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가장 럭셔리한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동차 산업이 쇠퇴해 좋은 자동차 브랜드가 독일, 미국, 인도 등으로 팔려나갔다. 2008년부터는 모터쇼도 열리지 않는다(2016년부터 다시 열릴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 영국 브랜드들은 지역적으로 가깝고 부자들이 많이 사는 스위스(국민의 10퍼센트가 세계 상위 1퍼센트 부자에 속한다) 제네바 모터쇼를 선호한다. 

이번에 애스턴마틴은 24명에게만 제공되는 트랙 전용 머신 벌칸을 공개했다. 탄소섬유 모노코크 보디에 800마력이 넘는 V12 7.0리터 엔진을 얹었다. 슬립 디퍼렌셜과 탄소섬유 프로펠러 샤프트, 브렘보 브레이크 디스크, 6단 시퀀셜 기어박스, 푸시로드 서스펜션, 안티롤 바, 트랙션 컨트롤이 모두 트랙용이다. 무게당 마력도 WEC GTE 클래스에 출전하는 애스턴마틴 경주차보다 뛰어나다. 차를 사면 특정 트랙에서 V12 밴티지, 원-77 등을 타면서 애스턴마틴 르망 우승자 대런 터너에게서 드라이빙 테크닉을 하사받게 된다. 

 

 


LAMBORGHINI AVENTADOR LP 750-4 SV
모터쇼 개막 전날 폭스바겐 그룹 나이트에서 람보르기니 CEO 슈테판 빈켈만이 아벤타도르 LP 750-4 슈퍼벨로체를 직접 끌고 나와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벨로체가 빠르다는 뜻이니 말 그대로 ‘겁나 빠른’ 람보르기니 되겠다. 얼마나 빠르냐면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2.8초 만에 달린다. 일반 모델보다 0.1초 빠르고 최고속도는 시속 350킬로미터에 이른다. 이 같은 ‘겁나 빠름’은 엔진 출력을 50마력 높이고 무게를 50킬로그램 줄여(1525킬로그램) 가능했다. 더불어 빠른 속도에 대비해 다운포스도 170퍼센트 높였다. 실내는 모두 알칸타라와 최고급 가죽 그리고 탄소섬유로 마감했다. 계기반을 통으로 LCD로 만든 것도 일반 모델과 다르다. 가격은 32만7190유로(약 4억원)에서 시작한다. 만약 ‘일반 아벤타도르도 엄청난데 굳이 SV까지 필요할까’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이 차를 살 재력이 안 된다는 뜻이다. 부자에게는 이 차의 성능이 아니라 람보르기니 중에서도 ‘비싼 차’라는 게 중요한 거다. 

 

 


FERRARI 488 GTB
굳이 페라리와 스위스의 인연을 꼽자면. 우선 이탈리아에 제대로 된 자동차 모터쇼가 없고 국경을 접하고 있어 제네바 모터쇼에서 중요한 모델들을 많이 발표했다. 그리고 페라리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위블로와 오랜 시간 파트너로 관계를 맺고 있다.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두 드라이버 키미 라이쾨넨(핀란드)과 제바스티안 페텔(독일)도 스위스에 살고 있다. 이전 페라리 드라이버였던 미하엘 슈마허도 스위스에 산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T에 이어 올해 488 GTB도 제네바에서 첫선을 보였다. 배기량을 4.5리터에서 3.9리터로 줄이고 두 개의 터보를 붙였다. 결과는 스페치알레보다 65마력 높아진 670마력이다. 페라리가 본격적으로 내놓은 미드십 터보 엔진이라는 것이 관심을 끈다. 터보 엔진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포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데 큰 문제는 없을 듯 보인다. 이미 피오라노 서킷에서 458 스페치알레와 비슷한 수준의 랩타임을 기록했고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기록과 최고속도도 스페치알레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차는 페라리다.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이자 부자들의 Must have item.

 

 


AUDI R8
각을 날카롭게 세운 2세대 아우디 R8이 제네바에서 공개됐다. 아우디 이사회 의장 겸 회장 루퍼트 슈타들러가 폭스바겐 그룹 나이트에서 ‘슈퍼 스포츠카’라며 이 차를 소개했다. 2세대는 다시 V10 5.2리터 엔진을 사용한다. 출력은 V10이 540마력, V10 플러스가 610마력이다. 기존 직분사 5.2리터 엔진에서 간접분사 방식을 더하는 독특한 발상으로 이전보다 10퍼센트 정도 연비를 높였다. 유럽 기준으로 R8 V10 플러스가 리터당 8킬로미터다. 변속기는 7단 S트로닉으로 론치 컨트롤 기능이 더해졌다. 차체 무게도 1세대보다 50킬로그램 가볍다. 복합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차체를 설계하고 알루미늄 보디 구조로 비틀림 강성을 높이면서 무게를 줄였다. V10 플러스의 무게가 1454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V10과 V10 플러스의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은 각각 3.5, 3.2초다. 최고속도는 각각 시속 323, 330킬로미터다.

 

 

BENTLEY EXP 10 SPEED 6
벤틀리 EXP 10 스피드 6는 영국식 수작업 스포츠카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벤틀리가 각종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명성을 보여주는 모델로 수공예 기술과 최첨단 현대 기술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이다. 특히 구리가 내외관 디자인에 적용된 것이 눈길을 끈다. 벤틀리의 전통대로 깔끔하고 간결한 선으로 외관을 만들었다. 실내는 그 어떤 차보다 럭셔리하면서 고전적인 분위기와 미래적인 디자인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특히 중앙 센터페시아의 커브드 스크린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EXP 10 스피드 6는 컨티넨탈 GT보다 아래급 스포츠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모델 확장을 꾀하는 벤틀리에 중요한 콘셉트카다.

 

 


LOTUS EVORA 400
부호들의 장난감 로터스는 그들의 역사에서 가장 빠르고 출력이 높은 차를 출시했다. 에보라 400이다. 400은 출력을 뜻한다. 그런데 한국이 쓰는 출력 단위(ps)로 하면 406마력이다. 토요타에서 공급받은 3.5리터 V6 엔진에 로터스가 슈퍼차저와 인터쿨러 등을 붙여 역대 가장 높은 출력을 완성했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은 4.1초, 최고속도는 시속 300킬로미터에 이른다. 속도에 대응해 다운포스를 높이기 위해 리어윙을 달았다. 알루미늄 튜브 섀시의 설계도 변경하면서 캐빈으로 드나들기 쉬워진 것도 큰 변화다. 그러면서 섀시 무게를 22킬로그램 정도 줄였다.

 

 


ROLLS-ROYCE PHANTOM SERENITY
비싼 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롤스로이스. 그들이 팬텀 세레니티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은 곳은 중국이었다. 세레니티의 뜻은 ‘평온.’ 그만큼 탑승자의 심리 상태까지 신경 썼다는 뜻인데, 왠지 동양스러운 느낌이 짙다 싶었더니 실내의 벚꽃 수를 중국 쑤저우에서 가져왔다. 솜씨 좋은 중국인이 최고급 실크에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았고 이게 영국으로 넘어가 팬텀의 천장에 쓰였다.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10미터 정도의 실크가 필요하단다. 우드패널 안에도 장인이 자개 장식을 새겼다. 이 패널 제작에 600시간이 소요된다. ‘팬텀에 꽃이라니.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스위스 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500만 달러 이상을 지닌 부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이고 그다음이 중국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롤스로이스가 빨간 꽃으로 유혹하려는 건 중국 부자가 아닐까? 

 

CREDIT

EDITOR / 이진우 / PHOTO /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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