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나 집안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주말에 낯선 동네로 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점은 주차공간이 넉넉한 곳이 정말 드물다는 사실이다. 전국 어느 곳이나 상황은 비슷하다. 밀려드는 차들로 복잡한 주변 도로, 우왕좌왕하는 주차요원, 어렵사리 주차장 안으로 들어와도 여전히 주차하기 힘든 구조 등은 익숙한 장면이다. 세월이 흘러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서 주차요원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주변 도로에 그냥 차를 세워두고 오라는 것뿐이다. 말하자면 불법 주차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종종 겪을 수 있다. 업무 관련해 다른 회사 주차장 입구에서 ‘등록된 차만 들어갈 수 있다’며 막을 때가 있다. 주변에 주차장을 어렵게 찾아갔지만 자리가 없다면 난감하다. 대로변보다는 좁은 이면도로나 골목에 위치한 건물을 방문한다면 거의 100퍼센트 겪는 일이다. 그럴 때도 마찬가지로 근처에 주차장이 없으니 불법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 주차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공영주차장을 짓고 운영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곳에도 늘 주차공간은 부족하고, 주차난이 심한 지역일수록 주차단속은 엄격하다. 범법자가 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 만한 여건이면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렇지 않으니까 굳이 불편을 감수하고 차를 몰고 나서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아주 넉넉하지 않은 이상 단순히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기름 태워가며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차를 쓰면서, 어쩔 수 없이 불법 주차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찜찜하고 또 불편하다. 

주차공간 부족은 차가 많은 것도 이유지만, 절대적인 주차공간 수와 면적이 모자란 것도 원인이다. 건물에 딸린 주차장의 크기는 여러 법규에 따라 정해진다. 주차장법과 건축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기타 지자체 조례 등이다. 법규에 따라 일정 규모의 건물에는 크기에 비례해 주차장을 확보하게 되어 있으니, 정상적인 건물이라면 합법적인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도시 지역은 어딜 가나 주차장이 넉넉한 곳을 찾기 어렵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가 늘어나고 주차공간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도 모든 여건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운전자들이 본의 아니게 불법 주차로 범법자가 되는 일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도로 위에서도 평범한 운전자를 본의 아닌 얌체로 만드는 상황이 종종 있다. 여러 차로로 이루어진 도로를 달리는 와중에 별다른 표지 없이 직진 차로가 갑자기 좌회전 차로로 바뀌는 곳들이 있다. 그 지역을 자주 다니는 운전자라면 미리 알고 차로를 변경할 수 있겠지만, 초행길인 운전자는 멋모르고 직진하다가 좌회전 차선을 만나 난감해지기 쉽다. 다시 직진 차로로 들어서려고 하면 “왜 끼어드느냐”며 무지막지하게 경적과 상향등 세례가 따라붙는다. 하필 그 자리에 교통경찰이라도 있어 단속을 당한다면 그날 하루 기분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서울 시내에서 얌체 운전자를 자주 접하는 도로 유형 중 하나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진입로 부근이다. 각 도로에서 한강 다리로 올라서는 구간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이면 대부분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려 옆 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들이 수시로 눈에 들어온다. 그런 곳에 얌체 운전자가 몰리는 것은 정말 운전자가 법을 어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다리 위가 밀리거나 합류 지점에서 차들의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다리 위가 밀리는 이유도 분명하다. 다리와 뭍이 만나는 부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한강 다리와 주변 도로의 상당수는 수십 년 전에 만들어졌다. 자동차가 요즘처럼 많지 않던 시절이거나 교통 흐름에 영향을 주는 대규모 신도시나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 설계된 곳이 많다. 그런 곳은 지금의 교통 흐름을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다리임에도 진출입로 문제가 있는 곳도 있다. 진입로와 다리가 합쳐지는 부분에서 차들이 가속할 수 있는 구간이 너무 짧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고, 진입로는 두 차로로 이어져 있는데 다리 합류 부분에서 완충지대가 없이 곧바로 한 차로로 줄어들기도 한다. 진입로를 올라 다리 위로 들어서려는 차들은 이미 다리 위를 달리고 있는 차들을 피해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뒤를 따라 진입로를 오르는 차들이 줄지어 서행하고, 다리 위 상황을 알 수 없는 운전자는 본의 아니게 얌체 운전을 하게 된다.

물론 교통 정체가 모두 법규의 미비나 도로 설계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도 모두 자의에 따른 행동의 결과는 아니다. 자의로 법규를 어기는 사람은 엄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회적 시스템의 미비로 본의 아니게 법을 어기는 운전자는 시스템을 보완해서 줄일 수 있다. 시설의 특정한 상황을 고려해 법규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면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주택가나 근린생활시설 주변의 주차장을 늘리는 방법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도 있다. 근린공원을 입체화하거나 신축 건물에 주차장을 법정 규모 이상으로 확보하고 공유하면 성과보수(세금 혜택이나 허가 수위 조절 등)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다리 진출입로 부근은 보강공사로 합류 부분을 개선하면 된다. 주변 차로와 신호체계를 세밀하고 지능적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리 진입로에 못 미친 부분에 진입로 소통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만 달아도 얌체 운전자가 줄어들 것이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좋은 방안이 많이 나오리라고 본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