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카페를 열었다? 사실이다. 볼보자동차 코리아가 신사동 가로수길에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이라는 카페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단 4월 21일까지만 영업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는 점이 일반 카페와는 다르다. 스웨덴의 다양한 문화를 고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해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의 이미지와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됐기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도 비슷한 공간을 선보인 적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10월 ‘메르세데스 미’라는 공간을 가로수길에 열어 자사의 소형 모델을 젊은 고객에게 선보였다. 폭스바겐 역시 가로수길에서 시로코 R 라인 카페를 연 적 있고, 유명 레스토랑과 폭스바겐 스페셜 메뉴를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기획도 진행한 적이 있다. 겨울철 스키리조트에서는 여러 자동차 회사가 자신들의 고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이 될 것 같은 사람들에게 브랜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브랜드 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팝업 스토어(pop-up store)’라고 부른다. 웹페이지의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해 팝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원래 팝업 스토어는 미국의 한 대형 할인점이 신규 매장을 개설할 공간을 찾지 못해 단기간 임대한 곳에 임시 매장을 열었던 것이 대성공을 거둔 사례로 시작됐다. 이와 같은 팝업 스토어 개념이 요즘 수입차 시장에 주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수입차들은 팝업 스토어를 영업용이라기보다 마케팅 용도로 사용하므로 어떤 면으로는 팝업 스토어일 수 있고, 다른 면으로는 쇼케이스, 즉 임시 전시장과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

수입차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실질적인 이유는 비용의 효율성이다. 기존의 공간을 가볍게 리모델링하거나 가건물을 지어서 임시로 사용하므로 임대료나 공사비에 대한 부담이 적다. 특히 가로수길과 같은 핫 플레이스를 장기간 임대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지만 단기 임대를 한다면 비용이 적게 든다. 여기에 기존 업소와의 계약을 통한다면 이미 준비돼 있는 집기와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팝업 스토어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과의 접촉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핫 플레이스는 비싸지만 많은 고객과 접촉할 수 있다. 자사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매우 중요한 기회다. 가망 고객들이 주로 모이는 곳에 팝업 스토어를 차리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수입차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규 쇼룸은 큰 규모와 화려함 때문에 문턱이 높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하지만 팝업 스토어는 젊고 새로운 고객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수입차 브랜드의 문화를 접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리적으로 고객들을 서두르게 할 수도 있다. 상설 전시장의 경우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고객들이 게을러질 수 있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은 문을 닫기 전에 방문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유도할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면서 판촉활동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된다. 만약 정규 전시장에서 고객에게 선물이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자칫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팝업 스토어에서는 방문 고객에게 선물을 주거나 구매 계약을 하는 경우 특별한 케이스로 분류해 특전을 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케팅과 세일즈를 동시에 이뤄 비용 대비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를 여는 이유는 또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볼보의 팝업 스토어는 중앙 일간지는 물론 각종 패션 잡지와 자동차 전문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무수한 기사를 만들어냈다. 블로거들을 통한 홍보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크다. 팝업 스토어로 생산된 기사를 광고비로 환산한다면 비용 대비 효과가 훨씬 크다.

마지막으로 팝업 스토어는 기존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도구가 된다. 스키장에서의 브랜드 하우스가 대표적인 예다. 친구들과 스키 리조트를 찾은 어떤 자동차 브랜드의 고객은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를 통해 친구들에게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과시하는 효과를 얻는다.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홍보 대사가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광고는 10퍼센트만 믿고, 기사는 50퍼센트만 믿는데 친구의 이야기는 거의 100퍼센트 믿는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자기 스스로 재구매율이 높을 뿐 아니라 그를 통한 브랜드 홍보와 판매 신장 효과가 매우 크다. 특히 요즘처럼 시장이 과밀해 다른 브랜드의 고객을 빼앗아 와야 하는 상황에서는 기존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더욱 중요하다.

이처럼 팝업 스토어는 수입차 브랜드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고객에게는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첫 번째는 과다경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다. 앞서 알아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은 모두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좁은 거리에 경쟁적으로 팝업 스토어를 연다는 건 그렇지 않아도 임대료가 비싼 이곳의 비용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팝업 스토어의 핵심적 순기능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 종착점에는 공중파 TV 광고를 메이저급 브랜드들이 독식하는 것처럼 현재 앞서가고 있는 브랜드들이 팝업 스토어의 기회마저 독점할, 빈익빈 부익부의 우려가 큰 것이다. 

두 번째는 콘텐츠의 유사성이다. 현재 수입차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는 타깃 고객층의 문화적 코드를 바탕에 깔고 자기 브랜드와 국가의 문화적 요소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브랜드 간의 차별성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요즘은 모든 브랜드가 젊은 고객들을 흡수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공통 목적을 갖고 있고, 대부분의 잘나가는 수입차 브랜드들은 독일 또는 유럽에서 온 것들이다. 자신들은 미묘한 문화적 차이를 알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일반 국민들은 그들 사이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또한 이들은 모두 자사 고유의 특별한 서비스를 주장하지만 이것 또한 고객 만족이라는 목적 아래에서 한정된 숫자의 컨설팅 회사와 개발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 사이에도 유사성이 크다. 따라서 수입차 팝업 스토어가 현재처럼 브랜드 또는 신제품의 쇼케이스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에는 그 차별성을 어떻게 극대화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칵테일이나 음식 메뉴에 자사 브랜드의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공감할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비싼 곳에서 비슷한 콘텐츠를 갖고 팝업 스토어를 시도한다면 서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규모와 화려함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팝업 스토어가 경쟁적으로 화려하고 커진다면 이건 문턱을 낮추고 고객에게 다가가 자신의 제품과 브랜드를 더 많이 알리겠다는 팝업 스토어의 본래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일반 전시장이나 단순 홍보용 이벤트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면 이 또한 팝업 스토어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슷한 캐릭터의 팝업 스토어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한다면 고객들도 설레는 마음이 사라질 것이고 미디어들은 그런 팝업 스토어를 더 이상 기삿거리로 다루지 않을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서 팝업 스토어가 한때의 유행처럼 왔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