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국민차의 지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 폭스바겐 골프와 같이 쏘나타도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세분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것이다.” 쏘나타 2.0T 미디어 시승회에서 현대가 밝힌 내용이다. 현대는 이번 쏘나타 2.0리터 터보 외에도 1.6 터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디젤까지 준비하고 있다. 판매되고 있는 2.0리터, 2.4리터, LPI, 하이브리드까지 합치면 모두 8개의 엔진을 갖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 말대로 국내 모델 중 이렇게나 많은 엔진이 얹힌 모델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럼 이제 쏘나타가 골프처럼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 국민차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그리고 쏘나타 터보가 그 시발점이 될까?  

아주 잠깐의 터보래그가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엔진음은 잘 틀어막았고 네 개의 배기 파이프(이건 좀 과하다)에서도 귀를 괴롭히는 소리를 내지르지 않는다. 터보라고 해서 무작정 소리만 키우는 그런 세팅은 아니다. 이 차는 세단이다. 기본적으로 조용한 것이 맞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이 차가 터보 엔진이라는 걸 느끼기 힘들다. 디젤 터보처럼 반응이 무르지 않다. 또 자연흡기 엔진처럼 rpm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출력을 ‘꽝꽝’ 터트리는 기아 K5 터보와는 사뭇 달랐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321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 245마력, 36.0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570kg 휠베이스 2805mm 길이×너비×높이 4855×1865×1475mm 복합연비 10.8km/ℓ CO₂ 배출량 164g/km

이번 터보 엔진 변화의 요지는 반응성이었다. 출력 감소도 불사했다. 터빈 직경을 줄이면서 출력이 270마력에서 245마력으로 떨어졌다. 터빈 용량이 줄었으니 배기가스 채우는 속도가 빨라졌다. 더불어 터빈 날개 크기도 줄였다. 날개가 움직일 때 부하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물론 엔진 속도에 따라 가변식 밸브가 공기 흡입량을 조절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70퍼센트 이상의 부품을 교체하고 41개월의 엔진 개발기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 41개월의 기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듯 보인다. 정말 알근한 엔진이다. 반응성이 뛰어나고 초반 래그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고속에서도 제풀에 못 이겨 숨을 죽이는 2.0리터 자연흡기와는 격이 다르다. 힘이 부치는 느낌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차고 박력 있다.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잘 맞는다. 언제 얼마큼 rpm을 높이고 낮춰야 할지 잘 알고 있다. 기분 좋은 파워트레인이다. 현대차에서 거의 느껴보지 못한 만족감이었다.

출력이 낮아졌다고 해서 코웃음으로 넘길 게 아니다. 섀시가 245마력의 엔진 출력을 제대로 받쳐주니 거리낌 없이 출력을 쏟아내도 불안하지 않다. 시속 230킬로미터까지 올려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섀시가 낭창거려 힘을 제대로 뽑지 못하고 터빈에 배기가스가 다시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리낌 있는(?) 270마력보다는 이쪽이 훨씬 훌륭하다. 고속에서 안정적이고 승차감도 훌륭하다. 일반 모델보다 서스펜션을 더욱 단단하게 세팅했음에도 충격을 잘 흡수하고 안정적인 건 그만큼 섀시가 충격을 잘 흡수해준 덕분이다. 승차감과 고속안정성 모두 제대로 조율된 느낌이다. 이제 현대차도 이 부분에 대한 노하우가 꽤 쌓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직 공부가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스티어링이다. 운전대에 전동 모터 느낌이 너무 강하다. 내가 운전대를 돌리는지 모터가 돌리는지 모를 지경이다. 일반 2.0리터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현대는 이번에 전동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새로 넣어 직결감을 높이려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 노면과의 연결은 단절됐고 모터와의 연결감이 살아났다. 특히 스티어링이 센터를 찾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크게 도는 완곡한 고속 코너에서 운전대가 자꾸 센터로 돌아가려고 움찔거렸다. 더불어 노면 피드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어링으로 노면 충격이 전해져 그에 따라 운전자가 세밀하게 스티어링을 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전혀 없다. 그저 모터와 밀당만 해야 한다.  

현대차가 착각한 것이 있다. 폭스바겐 골프는 다양한 엔진을 얹어서 많이 팔린 게 아니다.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엔진 가짓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밑바탕에 탄탄한 기본기가 있어야 한다. 쏘나타는 꽤 좋은 하드웨어를 지녔다. 섀시, 엔진, 변속기 모두 훌륭하다. 그런데 훌륭한 하드웨어를 조율하는 노하우가 부족하다. 현대차는 늘 지적받아왔던 핸들링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스티어링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 하지만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드웨어의 결함이 아니니 충분히 수정될 여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현대차가 변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핸들링까지 뛰어난 쏘나타 터보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쏘나타 터보이자 현대차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