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모터쇼가 열리기 몇 달 전,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가 보도자료 하나를 발표했다. ‘한국, 금호, 넥센의 타이어 국내 판매량이 엄청남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모터쇼에 참가하지 않는 건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는 것’이라며 모터쇼 불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판매량 1위인 한국타이어를 맹비난했다. ‘1999년 서울모터쇼 이후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아 다른 업체들도 참여를 망설인다는 것’이다. 

당시 많은 언론이 이 보도자료를 여과 없이 내보냈고 한국, 금호, 넥센은 소비자들과 네티즌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서울모터쇼에 나타나지 않았다.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어떻게 업체가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조직위가 언론을 활용해 참여를 종용할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이런 치졸함이 먹힐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업체들에게 겁을 주기 위한 본보기용 액션이었을까?

박람회는 업체에게 그들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기회의 장일 뿐이다. 참가를 결정하는 건 업체고 주최측은 그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할 뿐이다. 그런데 업체가 참가하지 않는다고 언론을 이용해 강요한 것은 못난 짓이었다. 더불어 조직위가 서울모터쇼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했다. 

타이어 업체가 서울모터쇼에 부스를 차리기를 바랐다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계기와 여건을 만들어줬어야 했다. 그들이 인도나 태국 등에서 열리는 박람회에는 참가하면서 서울모터쇼에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뗑깡을 부리기 이전에, 왜 서울모터쇼를 외면했을까를 생각해야 했다. 

지난 2월 24일,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가 모터쇼에 앞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에도 타이어 회사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뜻밖의 발표가 있었다. “올해 서울모터쇼는 관람객 65만 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서울모터쇼에 100만 명 내외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을 생각하면 목표치를 굉장히 낮춘 것이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그동안의 관람객 수는 모두 추정치고 실제로는 60만 정도의 인원이 다녀갔다”는 것. 그들은 서울모터쇼가 세계적인 모터쇼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관람객 수를 세계 5대 모터쇼만큼 부풀린 것이다.  

2013년 서울모터쇼가 끝나고 나서 조직위는 “서울모터쇼가 연관 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며 “고용, 생산, 관광, 운송 등 경제 파급효과가 1조 원에 달하고 41개국으로부터 해외 바이어 1만4311명이 방문해 14억3850만 달러의 수출 상담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건 진실일까? 관람객 수처럼 경제적인 효과도 부풀린 것은 아닐까? 그동안 서울모터쇼조직위의 행태를 보면 이런 수치도 믿지 못하겠다. 

지역적 특성상 서울모터쇼가 세계 5대 모터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어렵다. 시기적으로도 뉴욕모터쇼와 겹치고 앞에는 제네바모터쇼, 뒤에는 오토차이나가 있다. 그럼에도 서울모터쇼가 단 한 번도 취소되지 않고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의 노력 덕분이다. 다만 그 노력의 방식과 방법이 문제였다. 그런데 그들이 먼저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투명하지 못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거품과 부풀리기에 치우친 모터쇼”라는 의견을 겸허히 수용했다. “레이싱 모델의 의상도 너무 많은 노출을 자제해달라”고 각 업체에 부탁했다고 한다. 

올해 서울모터쇼는 완성차업체 33개와 부품업체 150여 개가 참가한다. “부풀리기를 하지 않겠다” 했으니 늘 말했던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건 역대 최대, 세계 5대 모터쇼가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고 유익한 모터쇼다.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스스로 일으킨 자성과 변화의 바람에 온기가 더해져 2015년 서울모터쇼는 좀 더 투명하고 알찬 자동차 박람회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