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충격적인 오렌지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곧 650마력을 내는 오렌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윌로 스프링스 트랙에 일찍 도착했다. 피트레인에서 스산한 느낌의 일출을 보고 있을 때 카를로스 라고가 도착했다. 그는 굉장히 이국적인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난 그 충격적인 오렌지색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랄까, 오버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데 그 차는 곧바로 날 흥분시켰다. 이 차는 맥라렌이다. 난 어릴 때부터 M6A 캔암 레이스카 모형을 가지고 놀았다. 대학 졸업 후에도 아일톤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를 보면서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맥라렌 F1을 두 번째로 가장 좋아하는 로드카로 꼽고 있다. 첫 번째는 그때그때 경주할 때 타는 차다.

새로 나온 650S는 로드카 MP4-12C 2세대 모델이다. 시승차는 스파이더로 경량의 자동접이식 루프를 얹고 있다. 출력은 25마력 올랐고 스타일은 좀 더 매끈하다. 그리고 25퍼센트의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여기엔 P1과 같은 LED 헤드라이트도 포함이다. 인테리어는 모두 알칸타라다. 도어 손잡이의 각도가 센터콘솔과 멋지게 맞아떨어진다. 서스펜션과 구동계, 다운포스를 각각 컴포트부터 트랙 모드까지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 3개 에어컨 송풍구는 윈드터널 모양으로 만들었다. 난 공간이 넉넉한 운전석에 앉아 길게 뺄 수 있는 운전대를 잡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시트에 몸을 넣고 운전대를 잡기까지 체조에 가까운 동작이 필요하다. 이 슈퍼카를 구입하고 싶다면 우선 무릎이 탄탄한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줌바 댄스로 무릎을 단련하는 게 좋다. 드라마틱하게 도어를 열면 그 누구나 이 차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탄소섬유로 만든 모노셀 프레임을 넘어 운전석에 앉고 도어를 닫으면 그 느낌이 꽤 근사하다. 
 

탄소 게이트 도어가 아주 근사하게 열린다. 주위 시선을 몽땅 사로잡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타고 내리기가 아주 힘들다는 데 있다.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카본 레이싱시트는 진짜 물건이다. 깊고 좁으며 단단하다. 또 레이싱벨트를 위해 정말 많은 구멍이 뚫려 있다. 트윈터보 660마력의 이 차는 윌로 스프링스 직선구간에서 시속 257킬로미터를 넘게 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레이싱벨트가 꼭 필요하다. 7단 듀얼클러치 시프트 기어박스(SSG)는 신속하고 확실하고 부드럽다. 스포트 모드에서 변속할 때 배기구에서 레이싱카만큼이나 공격적인 소리가 터진다. 트랙 모드로 전력 질주하면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관성 푸시’라 부르는 기능이 생각난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지 않고 변속하는 기술이다. 

첫 번째 랩 1번 코너로 돌진하면서 650S의 카본 브레이크가 괴물 같다고 느꼈다. 파워풀하고 페이드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차는 울퉁불퉁한 브레이크 존에서 놀라울 정도로 흔들렸다. 턴인은 미드십 엔진 섀시 특유의 가벼우면서 무게중심이 낮은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안쪽 뒷바퀴에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 스티어의 도움을 받아 면도날같이 날카롭게 움직인다. 모노셀 튜브의 강성도 정교함에 한몫을 했다. 코너에서 쏠리는 현상도 거의 없다. 독특하면서도 똑똑한 프로액티브 섀시 컨트롤(PCC)이 유압을 배분하면서 차체가 기우뚱거리는 걸 막아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승차감도 끝내준다. 이는 12C에 장착된 것보다 독창적이고 효과적이다. 
 

P1의 조합 650S 스파이더의 엔진 스로틀 응답성은 12C에서 손을 본 것이다. 하이퍼카 P1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PCC의 성능을 칭찬함과 동시에 찾아오는 언더스티어에 깜짝 놀랐다. 언더스티어를 전혀 예상 못한 것은 아닌데 그 정도가 예상보다 심했다. 마치 노즈가 코너 중간에서 죽어버리는 것 같았고 이는 달릴수록 더 심해졌다. 이런 현상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결과적으로 랩타임을 방해했다. 난 고속에서 다운포스를 더하는 액티브 에어로를 껐음에도 여전히 밸런스가 흐트러진다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이런 현상에 대해 타이어랙(Tire Rack)에서 근무하는 매트 에드먼즈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 차 앞에 피렐리 코르사 디레지오나레, 뒤는 스코피언 제로 아시메트리코가 끼워진 걸 알아차렸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앞뒤 그립력이 많이 달라 언더스티어가 생긴 것이다. 불과 3랩만 돌았는데도 앞 타이어가 견디지 못했다. 

그래도 650S의 힘은 대단했다. 650마력의 출력은 중독적으로 더 많은 파워를 원하게 만들었다. 650S는 파워를 잘 전달했고 더 큰 파워에서도 차체가 너끈히 버텨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가속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3.8리터로 이 정도의 힘을 얻으려면 부스트가 높아야 한다. 트랙에서 rpm을 올리면 즉각적이고 거대한 토크가 중후반에서 뿜어져 나온다. 일반 도로에서는 터보래그가 살짝 느껴지지만 부스트가 쌓이면 세상을 장악해버린다. 달콤하고 똑똑한 SSG가 저속과 고속에서 터빈을 적당히 돌려준다. 맥라렌의 트윈터보는 마치 포탄과 같다. 너무나 맹렬해서 더 매력적이다. 

LA로 돌아오는 길에 650S는 노면 충격을 잘 흡수했다. 서스펜션을 노멀 모드로 맞추고 애지중지하며 몰았는데도 PCC가 여전히 작동하면서 쏠림 현상을 막아냈다. 산을 가로지르는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에서는 언더스티어가 일지 않았다. 아마도 트랙의 가혹한 조건에서만 생기는 것 같다. 난 이 오렌지색 맥라렌이 더 좋아졌다. 여기서 I-10 고속도로로 좌회전해 3380킬로미터 떨어진 애틀랜타 집으로 가버릴까도 생각했다. 루프를 열고 윈도를 반만 내린 상태로 시원한 밤공기를 즐기며 달렸다. 오렌지색 친구는 고요하고 포근하게 날 감쌌다. 그리고 도로에 있는 그 어떤 차보다 빨리 달렸다.  

글•Randy Pobst

QUICK TIME  650S 스파이더는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2.5초)과 400미터 도달 시간을 합친 것보다 하드톱을 여닫는 시간(17초)이 더 걸린다. 

2015 MCLAREN 650S SPIDER
기본 가격 28만3925달러 시승차 가격 35만1935달러 레이아웃 미드십 엔진, 뒷바퀴굴림, 2인승, 2도어 로드스터 엔진 V8 3.8ℓ DOHC 32밸브 트윈터보, 650마력, 69.1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중량 1469kg(42/58%) 휠베이스 2670mm 길이×너비×높이  4511×1908×1204mm 0→시속 97km 가속 시간 2.5초 0→400m 주파기록 10.7초/시속 216km 시속 97km→0 제동거리 32.0m 평균 횡가속 1.05g MT 8자 테스트 23.1초/0.99g 연비 시내, 고속도로, 합산 6.8, 9.4, 7.7km/ℓ CO₂ 배출량 298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