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계가 달라져도 지향점은 한결같다
얼마 전 포드 머스탱 6세대 모델이 국내에 상륙했다. 새 모델은 5세대에서 호평을 받았던 레트로 디자인을 바탕으로 역대 머스탱 중 가장 박력 있는 1세대 후기 모델의 스타일을 가미했다. 그러나 그 내용물은 크게 변했다. 머스탱 역사에 전환점이라 해도 좋을 만큼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신기술도 많이 쓰였지만, 근본적인 구조에서 이전 세대와 뚜렷하게 선을 그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엔진과 서스펜션이다.

신형은 우리나라에 공식 수입된 머스탱 중 처음으로 V8 엔진을 준비했다. 주력은 4기통 2.3리터 터보 엔진이다. 이 부분은 팬층이 두꺼운 미국에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 스포츠카의 상징인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화젯거리인 서스펜션도 머스탱 기준에서는 혁신적인 변화다. 머스탱은 뒤 서스펜션을 그동안 솔리드 액슬을 바탕으로 하는 고전적 구성을 고수해왔다. 뒤 디퍼렌셜 좌우로 뻗은 드라이브 샤프트가 하나의 하우징 안에 들어 있어 한쪽 바퀴의 움직임이 다른 쪽에도 영향을 주는 구성이다. 그러나 새 머스탱에는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독립 서스펜션이 쓰인다. 다시 말해 주행 특성에도 그만큼 영향을 준다는 소리다.

이런 혁신적 변화는 과연 전통과의 단절을 뜻하는 것일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머스탱에게 의미 있는 전통이 무엇인지 가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우선 머스탱에 4기통 엔진이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석유파동 여파로 다운사이징을 선택한 2세대(머스탱 II)와 3세대가 4기통 엔진을 썼다. 심지어 그 시절에는 고성능과는 거리가 먼 자연흡기 방식이었다. 나아가 초대 머스탱도 V8 엔진이 선택사항이었다. 머스탱이 그동안 구식 서스펜션을 쓴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머스탱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솔리드 액슬은 뒷바퀴굴림 자동차에 흔하게 쓰였다. 덕분에 머스탱은 다른 차에 쓰인 것을 응용하면서 개발비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포드 승용차 라인업이 대부분 앞바퀴굴림으로 바뀌자 상황이 달라졌다. 서스펜션 설계를 공유할 차가 없어진 것이다. 대대적으로 손질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 탓에, 기본적인 틀은 그냥 내버려두면서 조금씩 뜯어고치는 방향을 선택했다.

엔진과 서스펜션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 머스탱은 전통적으로 큰돈을 들여 만든 고성능 스포츠카가 아니다. 애당초 평범한 승용차에 스포츠카 디자인과 멋을 입힌 패션카로 시작했다. 머스탱이 본격적으로 스포츠카 대열에 끼어든 것도 대배기량 엔진이 올라가고 머슬카 붐이 불면서부터다. 고성능을 위한 수단이었던 대배기량 V8 자연흡기 엔진이 상징으로 굳어졌을 뿐이다. 머스탱이나 머슬카의 핵심은 ‘싼값으로 얻을 수 있는 고성능’에 있는 것이지, 어떤 엔진이나 어떤 기술이 쓰이느냐는 부수적인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머스탱은 세대를 거듭하며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한 가지 목표만큼은 충실히 이어받았다. 뛰어난 성능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얻을 수 있는 차라는 목표다. 그것이 머스탱의 진정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머스탱이 전통적인 기술을 버린 것은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가 아니다. 가장 합리적인 값으로 고성능을 얻는 방법을 택한 것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신형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얼마든지 납득할 수 있다.  글•류청희(자동차 평론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을까?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에서는 디지털과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새롭게 다가올 미래를 ‘당신의 시대(The Age of You)’로 정의하고 미래의 비즈니스는 ‘개인적’일 것이라 전망했다. 대중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모두를 위한 비즈니스’는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 개개인의 특성과 요구에 따라 제품, 서비스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포드 6세대 머스탱과도 연관이 있는 이야기다. 머스탱은 1964년 출시 이후 900 만대 이상 팔렸다. 단순히 자동차를 넘어서 미국 자동차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유와 열정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스포츠카의 자존심인 머스탱은 철저하게 미국의 특성, 미국인의 취향에 따라 만들어졌다. 무수하게 많은 영화, TV, 음악, 게임에 등장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극단으로 갈라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머스탱이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차라는 이유로 미국 외 지역에서 그 존재감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포드는 1996년 국내에 법인을 설립할 때부터 머스탱을 소개했지만, 길거리에서 머스탱을 보기란 쉽지 않다.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보다, 선진 시장인 유럽보다 먼저 선보였음에도 이런 증상이 도드라진다. 비효율적인 연비나 허술한 구성 때문인지 몰라도 머스탱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역동적인 포니를 담고 있는 디자인만 눈에 띄었고 그래서인지 영화에 나오는 차로만 인식됐다. 

‘브랜드쟁이’들은 일반적으로 브랜드가 사람들의 취향과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호불호를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끼고 사용하던 브랜드가 흔해지길 바라지 않는다. 만약 누구나 사용하는 브랜드가 되면 다른 브랜드를 찾기 시작한다. 페라가모 구두가 그랬고, 라미 만년필이 그랬다. 최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루해진 사람들이 스페셜 에디션을 찾거나 마세라티나 랜드로버 등 특별한 소규모 브랜드로 옮겨가는 현상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성숙된 시장에서 흔하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신형 머스탱은 어느 쪽인가? 시장의 흐름을 읽어서인지 접근 방법은 좀 달라 보인다. 오랜 역사에서 오는 전통이나 미국차의 정통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최신 기술을 이용해 제품 개선과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고 있다. 머슬카의 자랑이자 약점인 연비 부분도 개선했고 환경 관련 이슈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성숙해지는 과정에 있는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미국차, 나아가 머스탱은 어떤 의미로 다가설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된다. ‘당신의 시대’를 맞이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머스탱이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아무리 보기 좋고 관심이 가는 차라도 그것이 실제 구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머스탱을 둘러싼 국내 시장의 반응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우승우(브랜드 컨설턴트)

포니카로 이해시켜라
머스탱은 자신이 창조한 장르를 유지하는 매우 희귀한 존재다. ‘포니카’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포드라는 회사를 넘어 쉐보레 콜벳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포니카라는 장르가 미국을 상징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유럽산 스포츠카처럼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부품과 평범한 플랫폼으로도 호쾌한 멋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반항아 기질을 가진 자동차를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까. 둘째, 대성공을 거둔 1세대 머스탱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였던 리 아이아코카는 나중에 크라이슬러도 구원해 미국 도전 정신의 아이콘이 됐다. 셋째, 머스탱은 장르를 개척한 이후 단 한 번도 생산을 중단한 적이 없다. 즉 반항아적인 기질과 도전 정신, 끈질긴 생존력이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모델로 자리 잡게 한 원동력이다.

그런데 머스탱이 달라졌다. 6세대는 더 이상 ‘긴 보닛, 높은 지붕과 트렁크 리드’라는 포니카 공식에 따르지 않고, 독립식 후륜 서스펜션과 다양한 주행 보조 장치도 추가됐다. 저렴한 구성에서 탈피해 본격적인 스포츠카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 포드 코리아는 머스탱을 소개하며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차원의 드라이빙’이라는 카피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머스탱이 정통 스포츠카가 되려고 했을까? 아니면 단지 허망한 구호에 불과할까? 혹시 아직은 부족하지만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을까? 그 답은 제품을 타보고 발견할 수 있었다.

신형의 디자인은 확실히 본격적이다. 껑충하던 키는 낮아지고, 넓어진 차체와 보기 좋은 비율로 시선을 잡는다. 여전히 거대한 보닛이 포니카의 흔적으로 남아 있지만, 이는 머스탱의 디자인 DNA라고 인정하는 쪽이 맞다. 실내도 이전 모델보다 짜임새가 좋다. 그러나 질감이나 디자인의 디테일에서는 아직은 섬세한 배려가 부족하다. 오히려 보기 좋은 디자인에 집중하다가 스포츠카에 필수 요소인 직관적 조작성을 잃어버리는 실수도 저질렀다. 예를 들어 센터페시아 하단의 토글스위치는 자연스럽게 누르는 대신 손가락을 아래로 넣어 위로 올려야 작동한다. 조작이 편하거나 명확하지 않다(크게 멋이 있는 것도 아니다). 찰나의 순간에 필요한 비상등도 마찬가지다. 엔진 시동 스위치가 비상등 스위치 바로 옆에 있다는 점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상등을 켜려다가 시동을 꺼뜨린 적이 실제로 있었으니까. 

머스탱 GT 5.0의 엔진과 변속기는 확실히 세련됐다. 이 가격대 자동차로는 보기 힘든 만듦새가 돋보인다. 제동력도 본격적인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수준이다. 그러나 타이어의 접지력과 조향 감각 등은 여전히 무디고 부족하다. 스트로크가 길고 물렁거리는 서스펜션은 최고성능 타이어(피렐리 P 제로)를 노면에 밀착시키지 못한다. 아쉽지만 의도적이라고 본다. 포니카의 느슨함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것이다.

머스탱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과 같은 과장된 카피가 불필요하다. 왜냐하면 머스탱은 포니카라는 장르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마당에 허심탄회하게 만날 수 있는 머스탱과 같은 친구도 시장에는 필요하다. 머스탱은 몇 안 되는 미국차의 헤리티지다. 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냉정한 천재들 사이에서 인간적인 친구가 더 빛날 수도 있다.  글•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