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3는 성능을 강화한 아우디 A3 세단이다. 본격 적인 고성능 모델은 아니라는 얘기다. 과거의 아 우디 S 모델은 분명 고성능 버전으로 통했다. 하지 만 라인업이 세분화되고 모델마다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는 최근의 제품 경향에선 아니다. S3는 다 른 차원의 퍼포먼스를 지닌 RS3와 일반적인 A3 모델 사이를 잇는다. A3 범주에선 성능이 가장 뛰 어나지만 그 수준은 RS3의 경험을 슬쩍 맛보는 선에서 머문다. 말하자면 RS 수준의 고성능 차 입 문자를 위한 ‘고성능 감각’의 제품이다. 성능이 부 족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성능은 차고 넘친다.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4.9초에 끝내 고, 2.0리터 4기통 엔진은 최고 293마력의 출력을 뿜는다. 

하지만 제원의 숫자는 참고 사항이다. 아우 디 S3 세단은 말하자면 성능의 끝에 다다르기보 다 남다른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부류의 자동차 다. 293마력이라는 출력 역시 그 기쁨이나 즐거움 을 연출하기 위해 동원되는 양념 중 하나다. 다른 기술적 특징도 다르지 않다. 반응이 즉각적인 터 보 파워트레인, 단단하게 보강된 섀시, 강력한 브 레이크 시스템까지가 S3에 감칠맛을 더하는 조미 료로 톡톡히 구실한다. S3 세단은 이들 천연조미 료에 마그네틱 라이드 댐퍼, 사운드 제너레이터와 같은 합성조미료까지 더했다. 갖가지 조미료를 잔뜩 퍼부어 뒷맛이 텁텁하지 않을까 싶지만 아우 디는 조리 솜씨가 그렇게 서툴지 않다. 조미료로 북돋은 맛은 하나하나가 생생하고, 원재료가 가 진 고유의 식감도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손목과 어깨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가벼운 스티어링, 평범 한 가속에도 후련하게 울리는 사운드, 단단하지 만 유연한 승차감은 어떤 모드에서건 빠지지 않는 상쾌한 운전 경험의 밑간이다. 

S3가 가진 맛을 가장 손쉽게 즐기는 방법은 아 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라 부르는 주행 모드 전환 장치를 이용하는 거다. 안락함(comfort) 모드에 두 면 파워트레인이 유순해지고 보디 컨트롤은 한껏 느슨해진다. 지나치게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덕분에 노면 충격이 객실까지 전해지는 일은 별로 없다. 이때의 기분은 경쾌한 A3 35 TDI 세단을 몰 때와 비슷하다. 다이내믹(dynamic) 모 드는 모든 걸 팽팽하게 조이고 힘껏 끌어당긴다. 그래서 거친 반동이 늘지만 역시 안락함이 크게 떨어지진 않는다. 이 경우는 세단보다 날을 세운 A3 35 TDI 스포트백의 감각이 슬쩍 묻어난다. 온 몸에 잔뜩 힘을 준 작은 차체가 든든하고 등 뒤에 선 후련한 배기음이 들린다. 뻔한 소리로 들리겠 지만 자동(auto) 모드는 대부분의 주행상황과 노 면에 걸맞다. 조미료의 양은 개별맞춤 모드를 통 해 입맛 따라 조절할 수도 있다. 내가 찾은 레시피 는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과 엔진 사운드는 다이 내믹, 스티어링은 안락함 모드다. 작은 차에 걸맞 은 가뿐함(가벼운 스티어링)과 작은 차답지 않은 박력(나머지 설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4기통 터보 파워트레인은 스로틀 반응이 즉각 적이고 또한 효과적이다. 터빈에 배기가스를 가득 채우는 데 시간이 살짝 걸리지만 어떤 기어에서든 금세 강력한 힘으로 차를 밀어붙인다. 타코미터 다 이얼에 놓인 부스트 게이지가 꼭대기까지 차면 목 이 꺾일 정도로 폭발적인 가속력이 분출된다. 느긋하고 쾌적한 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두툼한 저회 전 토크도 매력이지만 확실히 이 엔진은 회전수를 꽉꽉 채워가며 괴롭힐 때 가장 즐거워한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635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293마력, 38.8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580kg 휠베이스 2631mm 길이X너비X높이 4469X1796X1392mm 복합연비 10.6km/ℓ CO₂ 배출량 165g/km 

결국 자연스럽게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게 되는데, 그건 고속도로건 굽이진 산마루건 마찬 가지다. 물론 쾌감은 고갯길에서 랠리카처럼 격하 게 다룰 때가 훨씬 크다. 아우디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 앞쪽이 무거운 차를 제일 잘 만지는 회 사다. 당연히 차체 앞쪽에 많은 부담이 가해지는 고갯길에서의 핸들링을 어떻게 매만져야 하는지 도 가장 잘 안다. 최근 많은 차가 오버스티어를 인 위적으로 연출하려 하지만 아우디는 S3에서 그 방식을 멀리했다. 그보다는 언더스티어를 최소화 하는 데 집중했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마그네틱 라이드 댐퍼가 대표적이다. 내리막 코너에서 힘껏 회전하면 차 앞쪽이 예상보다 쉽게 가라앉고 큰 롤이 생긴다. 하지만 몸을 충분히 수그린 다음엔 댐퍼가 빠르고 탄탄하게 버티고 자연스럽게 차체 를 일으켜 세운다. 앞 타이어가 노면과 싸울 충분 한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차 앞쪽의 움직임이 워낙 생동감 넘쳐서 이때 뒤 타이어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싶을 만큼 존재감이 약한데, 실은 그 반 대다. 무게가 앞쪽으로 한껏 쏠린 상황에서 차체 뒤쪽이 가볍게 팔랑거리지 않는 건 뒤 타이어의 그립이 온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 S3 세단이 고갯 길에 찰싹 달라붙어 달릴 수 있는 데는 소리 없이 강한 섀시 뒤쪽 그립의 공이 톡톡하다. 안정적인 그립 덕분에 코너에서는 보다 일찍 스로틀을 열고 뛰쳐나갈 수 있다. 콰트로 AWD 시스템이 주행 중 에 얼마큼의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토크스티어에 시달리지 않은 걸 보면 293마력의 힘을 어르고 달래는 데는 효과적 으로 기능하고 있다. 차의 거동을 쥐락펴락하는 위해 요소가 가뿐히 제압된 덕분에 운전자는 평소 보다 빠른 속도로 고갯 길 드라이브를 기분 좋 게 즐길 수 있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 는 건 이 차의 가격과 시 장에서의 위치다. 6350만원은 메르세데스의 CLA 45 AMG(6910만원)와 큰 차이 없는 가격이다. CLA 45 AMG는 RS3에 견줘야 할 모델. LED 헤드램프, 뱅앤올룹슨 서라 운드 시스템, 마그네틱 라이드 댐퍼 같은 고급 옵 션을 아울렀다 해도 격차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 이유다. 형제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 R과의 관계 도 신경 쓰이는 부분. 물론 나름의 뚜렷한 장점이 있다. 요란한 CLA 45 AMG에 비하면 S3 세단의 스타일은 얌전하고 균형 잡혔다. 편의사양의 구 성도 앞서며 인테리어 품질은 두말할 나위 없다. CLA의 광적인 360마력보다 S3 세단의 만지기 쉬 운 293마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 데 그렇게 생각하면 또 ‘차라리 컨버터블이었으면 훨씬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도 생긴다. 아아, 아무하 고도 비교하지 말자. 이 차는 그냥 타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모든 걸 가진 완성형 A3 세단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