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에 불을 때며 살던 시절에 옛 여인들은 정성 들여 지은 밥을 놋그릇에 담아 아랫목 깊숙이 넣어두곤 했다. 놋으로 만든 식기는 음식의 온도를 유지하여 본래의 맛을 오래도록 지켜주니 제 식구든, 갑작스런 손님이든 언제라도 따뜻한 밥 한끼를 차려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동양 사회에서는 상차림에 반상기와 수저가 올라간다. 돌을 맞은 아이에게 제 몫의 반상기와 수저 한 벌을 마련해주고, 수저를 손에 바로 쥐어주는 풍속은 우리의 오랜 미덕이다. 반상기와 수저는 혼인을 앞둔 신부가 반드시 챙겨야 하는 혼수이기도 하다. 평생 배 곯지 않고 잘 살라는 의미로 신부는 신랑과 자신 두 사람의 반상기와 수저를 혼수로 준비해왔다.

특히 입안에 직접 닿는 수저는 유기장이 일일이 두들겨 만드는 놋수저가 널리 사용되었다. 이 놋수저에는 수(壽), 복(福), 쌍 희(囍)자 문양을 새기기도 했다. 오래도록 복되고 기쁜 날이 될 것이라는 바람을 담았으니 이 수저로 먹은 밥과 반찬은 배를 채우는 곡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놋은 사용할 때마다 짚수세미에 황토를 묻혀가며 푸르스름한 녹을 벗겨 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따르지만 대를 물려가며 사용한 귀한 그릇이었다. 좋은 것을 가려 쓸 줄 알았던 안목과 소중히 다룰 줄 알았던 품격이 배어 있기에 놋그릇으로 차린 상은 귀한 대접으로 다가온다. 그릇 자체는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제 안에 담긴 것을 빛나게 하고, 상한 음식을 담으면 제 몸을 검푸르게 바꾸어 우리 몸을 지켜주었던 그릇. 놋그릇은 생명의 그릇이다.

WHERE TO
‘놋그릇 가지런히’는 한 평생 놋쇠를 두드려 최고의 방짜유기를 만들어온 징장 이용구와 징장 이경동, 두 부자가 손발을 맞추어 선보이는 방짜유기 브랜드이다. 대를 이어온 전통 제작방식에 현대의 디자인 감각을 더한 놋그릇으로, 이 시대에도 사랑받는 전통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더욱 세련되고도 건강한 밥상문화를 이끌고 있다.

놋그릇 가지런히   add.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3길 3 | tel. 02-4736-6262 | web. www.nosh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