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KSWAGEN GOLF CABRIOLET 2.0 TDI

소리를 만졌다 
골프 카브리올레의 스피커는 소리가 안 좋기로 유명하다. 사실 웬만하면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귀가 고급이 된 것인지 골프의 오디오가 실제로 구제 불능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연말을 기점으로 차에서 음악 듣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니, 괴로웠다. 이퀄라이저를 대충 조정해서 그럭저럭 견뎠지만 해가 바뀌고는 그야말로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곧 ‘그래, 어차피 오래 탈 차인데 조금 투자를 해도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자기 합리화를 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가능하면 순정 오디오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이상한 고집이라고 해도 좋을 텐데, 차를 순정 상태로 유지하고 싶었다. 자동차만 그런 게 아니다. 자전거도 그렇고 거실 오디오도 그렇다. 나는 모든 제품을 웬만하면 순정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그러니까 튜닝은 나와 거리가 먼 단어다. 그래서 ‘포칼’이니 ‘레인보우’니 하는 애프터마켓 스피커를 한참 뒤적이다가 ‘아 됐다, 그냥 듣자’는 마음이 돼버렸다. 중년 아저씨의 마음이야말로 갈대 같은 거니까 괜찮다고 자기 합리화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순정 상태의 스피커를 살짝만 손봐도 음질이 향상된다는 글을 동호회에서 봤다. 빠르게 검색을 했다. 꼼꼼하게 이것저것을 따졌다. 커뮤니티를 광범위하게 헤매며 후기를 찾고 실제 녹음한 동영상을 보면서 소리의 차이를 따져봤다. 차에 앉아 그 소리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 반이 지난 뒤, 업체에 전화해 예약을 잡았다. 그 업체는 분당에 있었다. 분당에 갈 일을 만들고(요즘 함께 일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담당자와 ‘굳이’ 미팅을 잡았다) 넉넉한 시간에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골프 카브리올레는 시속 70킬로미터에서 음악이 엉망진창이다. 시속 90킬로미터로 속도를 높이면 그럭저럭 들을 만하다. 고속에서는 음…. 어차피 고속에서는 소리가 엉망이 되니까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아무튼 그런 상태로 업체에 도착했다. 업체라고 해도 개인 작업실 규모였다. 아담한 차고 겸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사장님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음악 얘기, 스피커 얘기, 심지어 전에 다니던 직장 얘기와 인생 얘기까지 해버렸다. 그렇게 3시간 정도를 보내고 스피커 작업은 끝났다. 사장님과 나란히 차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소리가 깨끗했다. 맙소사! 소리가 잡힐 듯했다. 물론 애프터마켓의 스피커 브랜드를 설치했으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애초에 그런 목적은 아니었다. 골프를 골프인 채로 둘 것이 기준이었으니까. 기존에 달린 일체형 헤드를 바꾸고 싶지도 않았다. 그 점에서 오디오와 스피커, 내비게이션과 방진 작업을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비용은 스피커를 교체하는 것보다 절반 정도였다. 그날 집에 오는 길에 기분 좋게 음악을 크게 틀었다. 요즘엔 차에서 금방 내리기가 싫다. 그래서 귀갓길에 옆길로 새서 김포든 파주든 찍고 헤매다가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