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2014) [silly 라이브] ★★★★★

봄여름가을겨울은 매년 와인 콘서트를 연다. 작은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이 모여 와인을 마시며 공연을 즐기는 것이다. 이 앨범은 작년의 라이브 실황이다. 굉장히 깔끔한 레코딩과 현장감이 잘 살아 있다. Q3의 보스 시스템에서도 그 감각이 잘 살아난다.

아우디 Q3는 매끈하고 부드러운 디자인에 소형 SUV라는 아담한 체구가 특징이다. SUV는 근육질이라는 편견을 깬다. Q3의 운전석은 넓고 높다. 꽤 높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시야는 넓고, 운전석 쪽으로 살짝 틀어진 센터페시아는 조작감을 높인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터치스크린이 지원되지 않고 블루투스 연결도 그리 좋지 않다. 전화 통화는 물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 다행이었다. 문을 열면 양옆에 있는 보스 스피커의 무드등이 켜지는 건 근사했다.

Q3는 탑승감도 좋다. SUV는 승차감을 포기하고 타야 한다는 편견을 깬다. 시동을 걸 때 나는 소리는 큰 편이다. 디젤차 특징이겠지만 그래도 디젤 세단보다는 거친 느낌이다. 주행감은 SUV보다 세단에 가깝다. 소위, 잘 나간다. 도로에서의 속도감과 주행성능은 세단과 비교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높은 시트 포지션과 안락한 주행감이 좀 어색하기도 한데 이건 익숙해지면 그만인 문제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편의장치는 좀 모자랐다. 차 안에는 USB 포트가 없어 SD 카드로 음악을 들어야 한다. SD 카드 슬롯은 두 개지만 보통 폭스바겐이나 아우디 모델이 내비게이션과 멀티미디어 파일을 SD 카드에 각각 따로 넣는다는 걸 감안하면 그중 하나는 내비게이션용일 것이다(미처 확인하지는 못했다). 편의장치가 부족한 대신 소리는 꽤 묵직하다. 최근 아우디는 주요 모델에 뱅앤올룹슨 오디오와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얹고 있다. 이 중 Q3에는 보스가 달렸고, 보스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어쨌든 좋은 오디오 시스템이다. 특히 베이스가 풍부한 걸로도 유명한데 Q3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베이스가 강조됐다. 그래서 보스 특유의 공간감은 좋지만 전자음악이나 록, 힙합을 들을 땐 피로도가 높았다. 포크나 팝, 클래식에 최적화됐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운전 중 실내 소음은 적은 편이다. 의외로 정숙하다. 이 정숙성은 운전과 음악 감상 모두에 도움을 주는데 특히 소리가 귓가를 스치며 흘러가는 감각이 좋았다. 찰랑거리는 기타 소리라든가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가 잘 어울렸다. 음반을 슬롯에 넣고 빼는 건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난 차에서 CD를 들으면서 CD가 사라지는 시대에 대해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카세트 데크가 달린 차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 차에서 CD 플레이어도 사라지지 않을까? USB나 블루투스로 음악을 듣는 게 당연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차에서 음반을 듣는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CD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일종의 고급 취향으로 남지 않을까? 그렇다면 Q3의 주요 구매층인 30~40대에게 CD는 어떤 의미일까?

자동차는 점점 네트워크화되어 간다. 자동차뿐 아니라 많은 사물이 그렇다. 문득 5년 후에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5년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기, 아니 못했기 때문이다.  

아우디 Q3에서 맛본 음반들

1 THE 1975(2013) [THE 1975]
★★★★☆

가인의 페이스북에 이 밴드의 사진이 올라왔다. 괜히 반가웠다. 이름만 보면 빈티지한 음악을 할 것 같지만, 요즘 트렌드에 맞게 전자음악과 록을 결합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통통 튀는 감각이 살아 있지만 ‘이것은 록’이라는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베이스가 강조되는 Q3의 보스 시스템이 그 질감을 제대로 재현한다.

2 이영훈(2015) [내가 부른 그림 2]
★★★☆☆

이영훈의 이번 앨범은 정말 좋다. 국내 포크 앨범 중에서 가장 좋은 축에 속한다. 균형 잡힌 믹싱과 여리여리한 미성이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만든다. 그런데 Q3의 보스 시스템에서는 소리가 약간 흩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휴대전화로 듣는 것보다는 좋다. 개인적으로 강력히 추천하는 앨범이다.

3 Guy Smeets Band(2014) [GS BAND]
★★☆☆☆

얼핏 보고는 ‘GS 25시’가 떠올랐지만 아무 상관 없다. 유려하면서도 끈끈한 리듬이 근사한 블루스 앨범. 놀라운 건 가이 스미츠 밴드의 리더인 가이 스미츠가 16살이라는 점이다. 다른 멤버들은 백발의 어르신들. 그냥 젊은 게 아니라 어린 리더와 함께 만드는 소리가 꽤 근사하다. 하지만 Q3에서는 조금 산만하게 들린다.

4 VA(2014) [SHADY XV]
★★☆☆☆

에미넴의 신곡과 같은 레이블의 여러 아티스트들의 곡이 담긴 더블 앨범. 에미넴의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Q3에서는 소리가 너무 두껍게 들렸다. 보스 시스템의 기본 세팅이 두껍기 때문이다. EQ를 조절하면 좀 나아지지만 매번 그러긴 귀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