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르노 닛산
르노 닛산의 판매량은 기대보다 밋밋하게 오르고 있다. 지난 2012년 800만 대를 넘어섰지만, 아직도 840만대다. 두 회사가 상호 출자하며 연합으로 묶일 때는 재정적 어려움만 극복하면 판매량이 쉽게 올라갈 것으로 봤다. 두 회사의 주력 시장은 겹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르노는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에서 주로 판매됐고, 닛산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와 북미, 오세아니아에서 시장을 넓혀갔다. 주요 기술이 다른 것도 긍정적이었다. 디젤 엔진과 작은 차에 일가견 있는 르노, 가솔린 엔진과 CVT를 잘 만드는 닛산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기대는 금세 오판으로 바뀌었다. 주력 시장이 겹치지 않아 오히려 서로 보완해줄 일이 없었던 거다. 르노는 소형 디젤차가 인기 있는 시장에서, 닛산은 가솔린차를 선호하는 곳에서 많이 팔렸다. 서로의 시너지가 자동차를 통해 드러날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이들의 시너지가 발휘된다면 폭발력이 상당할 수 있다.

2 토요타
토요타는 지난해 아시아에서만 무려 550만대를 팔았다. 그 밖의 시장에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미에서도 강했고, 유럽에서도 나름 선방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아프리카 1위 소식이 반갑다.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잠재력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장이기도 하다. 정치적 불안이 가장 큰 변수다. 정국만 안정된다면 성장 가능성은 밝다. 반면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저조한 건 아쉽다. 세계 제1의 시장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심지어 여전히 성장 중인 시장이다. 토요타의 중국 시장 고전은 진입이 늦었던 탓도 있지만, 민족적인 감정이 더 큰 문제다.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깊고 진하다. 토요타로선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3 GM
GM은 시장에 무척 잘 스며드는 회사다. 편중된 지역이 없다. 물론 판매량이 유독 많아 보이는 곳이 있긴 하지만 그건 해당 지역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순위로 따지면 GM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상위권이다. 올해도 그 기조를 그대로 이어갔다. 지난해 초 터진 리콜 파문이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GM은 위기를 헤쳐 나왔다. 판매량도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면서 파문 직전 취임했던 메리 배라 CEO가 빛났다. 위기 대처 능력과 조직 장악력이 기대 이상인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제 누구도 배라 CEO를 취임 초기처럼 공주 보듯 하진 않을 것이다. 여성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이젠 모두 능력 있는 CEO로 대할 거란 얘기다. 댄 애커슨 전임 CEO가 쉐보레의 유럽 철수와 홀덴의 호주 생산기지 철수란 선물까지 안겨주고 간 상태다. 이익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데 앞으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의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날지 모른다.

4 폭스바겐
폭스바겐그룹에게 가장 큰 시장은 이제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다. 그중에서도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368만대를 판매했다. 1위다. GM과의 차이가 크진 않지만,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라 불안할 건 없다. 폭스바겐은 그룹 내 모든 브랜드를 중국에 진출시켰다. 모터쇼라도 있으면 사장단이 총출동해 폭스바겐그룹의 현지화를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중국은 이제 유럽과 함께 폭스바겐그룹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 됐다. 반면 북미 시장은 폭스바겐그룹에게 철옹성이다. 미국 사람들도 원래는 유럽에서 넘어온 사람들인데 감성은 이미 너무 달라졌다. 유럽차는 북미에서 먹히지 않는다. 폭스바겐의 고민이 크다. 지난해 터진 폭스바겐의 ‘크라이슬러 인수 시도설’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파사트도 북미형으로 내놨고, 다른 북미형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판매랑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5 현대·기아
현대·기아는 지난해 800만대 하고도 5000여 대를 더 판매했다. 이 기록은 예고된 실적이었다. 현대·기아는 지난해 11월 24일 ‘전 세계 800만대 판매가 확실시 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당시 800만대 달성을 위해선 12월 한 달 동안 75만대를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대·기아의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보다 약 10만대 많은 양이다. 이윽고 새해가 밝자 현대·기아는 800만대 달성을 알렸다. 한 달 새 세계 곳곳에서 기어코 75만대를 넘게 판 것이다. 현대·기아가 기록한 800만대 중 절반 이상은 아시아에서 판매됐다. 현대·기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강세다. 중국과 한국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178만대, 국내 시장에서 114만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로선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 안방이기에 상징성이 크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단일 시장 중 세 번째로 현대·기아차가 많이 팔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7.6% 확대됐다. 반면 현대와 기아의 판매량은 각각 6.9%와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질적인 감소 추세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대다수 브랜드는 성장세에 있다. 특히 수입차의 실적이 눈부시다. 현대·기아로선 안방에서의 입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