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애플이 전기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사실 이런 징조는 꽤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미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가전전시회(CES)에 자동차 업체의 참여가 높아진 것도 증거다. IT 회사가 자동차에 관심을 둔다는 뜻이다. 애플 전기차의 프로젝트명은 ‘타이탄’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약 1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됐고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알려진 바로는 애플이 개발 중인 전기차가 미니밴이며 자동차 엔지니어링 및 위탁생산 업체와 이미 접촉 중이다. 하지만 애플은 그동안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특이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전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 전기차 프로젝트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컴퓨터 회사인 애플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도 처음 공개된 2007년 당시에는 낯선 개념이었다(컴퓨터 회사가 전화기를 만든다니?). 최근 등장한 애플 워치도 비슷한 경우다. 어쨌든 애플은 새로운 영역에 진출한다는 신호로 인재 영입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7월, 스위스의 시계 회사인 태그호이어의 글로벌 영업 및 소매 부문 부사장 패트릭 프루니옥스를 영입했다. 당시에는 애플 워치를 공개하기 전이라 애플이 손목시계를 만든다는 루머에 더 큰 불을 지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근거가 있다. 지난해 9월 메르세데스 벤츠 북미법인 연구개발 대표이사인 요한 융비르트는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게다가 애플 전기차 프로젝트의 리더가 포드 출신 기술자이자 아이팟과 아이폰 개발에 참여한 스티브 자덴스키다. 그뿐이 아니다. 애플은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치열한 인재 확보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실제로 테슬라 직원 약 50명이 애플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따지고 보면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도 있다. 애플은 통화 기능만 있던 전화기를 인터넷에 연결시켰다. 전화기는 하나의 정보 단말로서의 생명력이 생겼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연결된 자동차가 사물 인터넷 시대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애플 특유의 디자인 철학이 가미된다면 애플 전기차는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애플과 자동차 사이에는 접점이 있다.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자동차는 배터리라는 하나의 자원에 의지해 동력계통과 편의장비 등 모든 장비가 작동한다. 따라서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개념은 아이폰 같은 모바일 제품에도 동일하게 작용할 것이다.

물론 양산 자동차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억만장자인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도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자리 잡기는 어렵다. 하지만 애플은 현재 사상 최고의 시가총액(약 190조)을 보인다. 자금력은 넉넉하다. 제조 공장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테슬라처럼(캘리포니아 토요타 공장 하나를 인수했다) 해결할 수도 있지만, 외주 제작에 맡기는 경영방식을 이용할 수도 있다. 애플이 접촉했다고 알려진 자동차 엔지니어링 위탁생산 업체인 마그나의 경우 메르세데스 벤츠 G 클래스나 푸조 RCZ 등을 위탁 생산한다. 이 기업은 포드와 함께 포커스 전기차를 개발한 경험도 있어서 애플과 손을 잡는다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애플이 정말 양산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을까? 아직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애플은 현재 자동차 개발 관련 루머를 부인하고 있다. 신제품을 숨겼다가 깜짝 발표하는 것이 애플의 제품 론칭 방식이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애플 CEO 팀 쿡이 ‘한 가지 더(One more thing)’를 외치며 애플 자동차를 공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