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붕에도 있어요
조수석 에어백은 보통 대시보드 안쪽에 숨어 있다 충돌사고가 일어나면 부풀어 오르면서 대시보드 패널을 찢고 나온다. 그래서 에어백이 한 번 터지면 대시보드는 너덜너덜해진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미국의 자동차 부품회사 TRW는 지붕에서 터지는 에어백을 생각했다. 선바이저가 달린 지붕 안쪽에 에어백을 다는 거다. “에어백이 아래로 길게 내려오기 때문에 조수석 탑승자의 몸을 한층 넉넉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대시보드가 찢길 일도 없죠.” TRW 관계자의 말이다. TRW는 새로운 루프 에어백을 시트로엥 C4 칵투스에 공급했다. 칵투스는 이렇게 세계 최초로 루프 에어백을 단 차가 됐다. 한편 TRW는 지난해 뒷자리 지붕에서 터지는 루프 에어백도 선보였다. 뒷자리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2 꼭꼭 감싸라
볼보는 2013년 아주 독특한 에어백 기술을 선보였다. 이름 하여 ‘익스터널 비히클 프로텍션(External Vehicle Protection, EnVeloP) 시스템’. 쉽게 말해 차의 외부를 완전히 감싸는 에어백이다. 지붕 위에 여러 개의 거대한 에어백이 착착 접혀 있다가 사고가 일어났을 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외부를 완전히 감싼다. 만약 이 에어백이 상용화된다면 차가 뒤집히는 사고가 일어나도 차에 탄 사람은 멀쩡하겠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에어백은 볼보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볼보 세이프티 센터의 기술책임자 토마스 브로베르크의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에어백은 아직 기획 단계에 있다. 아이디어만 있을 뿐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볼보는 이 시스템을 상용화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1 들어는 봤나? 통풍 에어백
GM은 2013년형 쉐보레 크루즈에 통풍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에어백을 달았다. 등산복도 아닌데 에어백이 무슨 통풍 기술이냐고?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에어백은 오히려 탑승자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다. 빵빵한 튜브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고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GM의 ‘벤티드 에어백(Vented Airbag)’은 충돌사고가 났을 때 1차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다음 공기를 빼 운전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덜어준다. 일반적인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은 충돌속도에 따라 에어백이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달라지지만 이 에어백은 충돌속도에 상관없이 일단 부풀었다가 공기를 빼므로 다양한 충돌사고에 한층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 똑똑한 에어백은 미국 고속도로안전관리국에서 시행한 충돌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를 받았다.

2 보행자를 지켜라
보행자 에어백은 2012년 볼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에어백이다. 볼보는 V40에 이 에어백을 달았는데 앞부분에 있는 7개의 센서가 보행자와 부딪혔는지 감지한다. 만약 보행자와 부딪혔다고 판단되면 보닛의 윗부분을 들어올려 1차로 보행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고, 보닛 위쪽과 앞유리가 만나는 부분에 숨어 있던 보행자 에어백이 주르륵 펴지면서 보행자가 보닛 위로 넘어졌을 때 받는 충격을 흡수한다. 이 기특한 에어백은 2013년에 열린 ‘제23회 국제 자동차 안전기술회의’에서 글로벌 NCAP 기술 혁신상을 받았다.
랜드로버가 2014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디스커버리 스포츠에도 보행자 에어백이 달린다. 앞 범퍼에 달린 센서가 보행자와 충돌을 감지해 충돌했다고 판단되면 보닛 위쪽에 숨어 있던 에어백이 펴지는 건 볼보의 보행자 에어백과 똑같다. 하지만 볼보의 보행자 에어백이 하나로 연결된 것에 비해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보행자 에어백은 세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에어백을 보다 빨리 부풀리기 위해서다.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보행자 에어백이 600분의 1초 만에 펴진다고 광고한다.

1 시트와 시트 사이
토요타는 2009년 세계 최초로 뒷자리 가운데에 센터 에어백을 달았다. GM은 2013년형 쉐보레 트래버스와 GMC 아카디아, 뷰익 엔클레이브에 세계 최초로 앞자리 센터 에어백을 달았다. 사고가 났을 때 탑승자끼리 서로 부딪쳐 다치는 걸 줄이기 위해서다. GM의 센터 에어백은 운전석 바로 옆에서 튀어나와 운전자와 동승자를 보호한다. 옆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조수석 쪽으로 심하게 쏠리지 않도록 지지하는 역할도 한다. 차가 뒤집혔을 때도 충격을 한층 줄일 수 있다. 이 에어백은 2013년 캐나다 자동차 기자협회가 주는 최고의 신기술 상을 받았다.

2 글러브박스에 에어백이?
2014년 12월 포드자동차와 포레시아가 미국 ‘SPE(Society of Plastics Engineers)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자동차 안전부문 대상을 받았다. 포레시아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자동차 부품회사다. 이들이 상을 받은 이유는 액티브 글러브박스 때문이다. 포드가 지난해 출시한 신형 머스탱에는 포레시아에서 공급한 액티브 글러브박스가 달려 있다. 이건 단순한 글러브박스가 아니다. 에어백 기능을 품은 글러브박스다. 플라스틱 공기주머니가 글러브박스 안쪽과 바깥쪽 패널 사이에 들어 있는데 센서에서 사고가 났다고 감지하면 즉시 부풀어 올라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어준다. 글러브박스를 에어백으로 활용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유연하고, 부풀어 오를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주력했다. 신형 머스탱에는 액티브 글러브박스가 기본으로 달린다. 국내에 출시된 머스탱도 마찬가지다.

3 이건 혹시 폴더형 에어백?
TRW는 지난해 12월 독일 칼스루에에서 열린 ‘에어백 2014 콘퍼런스’에서 뒷자리 승객을 위한 새로운 에어백을 선보였다. 운전석과 조수석 등받이에 숨어 있다 사고가 나면 부풀어 오르면서 직사각형 튜브를 접는 것처럼 반으로 접히는 에어백이다. 왜 앞좌석 에어백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형태가 아니냐고? 앞 시트를 바짝 당기고 운전하는 운전자 뒤에 탄 승객은 앞뒤 간격이 멀 수밖에 없다. 반대로 앞 시트를 뒤로 밀고 운전하는 운전자 뒤에 탄 승객은 앞뒤 간격이 좁아진다. 두 상황에 모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에어백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
TRW는 지난 14년 동안 독일 교통사고 심층조사(GIDAS)의 사고 피해 자료를 살폈다. 그리고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의 반 이상이 뒷자리 승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안전벨트에 목을 다치는 일이 가장 많았다. “정면충돌 사고에서 뒷자리 승객은 앞자리 승객과는 다른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뒷자리 에어백을 개발한 것입니다.” 더크 슐츠(Dirk Schultz) TRW 안전시스템 개발 담당 디렉터의 말이다. TRW는 새로운 에어백을 2017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 안전벨트야? 에어백이야?
포드는 2009년 세계 최초로 에어백을 내장한 안전벨트를 선보였다. 평소엔 보통 안전벨트와 똑같지만 충돌사고가 일어났을 땐 안쪽에 들어 있는 원통형 에어백이 부풀어 오른다. 포드는 이 에어백에 ‘인플레이터블 벨트(Inflatable  Belt)’라는 이름을 붙이고 2011년 익스플로러 뒷자리에 처음으로 달았다. 국내 판매 중인 익스플로러에도 이 안전벨트 에어백이 달린다. 벤츠는 2012년 새로운 S 클래스에 달리는 신기술이라며 ‘벨트백(Beltbag)’을 소개했다. 포드와 이름만 다를 뿐 기능은 똑같은, 에어백을 내장한 안전벨트다(개인적으로 이 이름이 더 맘에 든다). 벤츠는 2014년 S 클래스에 벨트백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