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언더커버를 붙여 공기 흐름을 유연하게 했습니다. 엔진은 낮은 RPM에서 높은 토크가 나오도록 조율했고요. D스펙은 유럽에서 서스펜션을 조율했습니다. 더불어 7단 듀얼클러치가 들어갔죠. 6단 싱글클러치에 비해 반응속도가 빨라지고 연비도 좋아졌습니다.” 

지난 2월 4일, 현대차의 신형 i40 시승회에서 들은 말이다. 요즘 TV 광고대로 이름 빼고 다 바꾼 것 같았다. 외관도 라인이 더욱 또렷해진 듯해 느낌이다. 2011년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i40를 좋아했다. 이 차에  뭔가 현대스러운 느낌이 한 움큼 빠져있었고 그곳을 실용성과 편의성이 그득하게 채우고 있었다. 승차감도 훌륭했고 스타일도 괜찮았다. 그래서 신형 i40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연비가 10퍼센트 좋아져 16인치 휠을 낀 1.7리터 디젤 DCT 모델은 연비가 무려 리터당 16.7리터에 이른다. 연료통이 70리터니 가득 채우면 1169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내 차보다 차체가 크고 연비도 좋으면서 차값과 세금이 낮으니 혹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부터 말하면, 난 내 차를 계속 타기로 했다. 처음 스타트부터 내가 기억하고 있던 i40와는 사뭇 달랐다. 우선 승차감이 딱딱하다. 단단하다거나 탄탄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딱딱한 거다. 댐퍼가 스프링을 단단하게 옥죄는 느낌도 아니다. 그냥 스프링 자체가 아주 강하다. ‘D스펙이니까’라고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하다. 현대차 유럽이 뉘르부르크링에서 조율했다는데, 이건 뭔가 콘셉트를 잘못 잡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국과는 스타일과 성향이 잘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승차감이 낯설다.
1.7리터 디젤 엔진은 반응이 아주 빠른 편이다. 7단 DCT와의 궁합도 훌륭하다. 두 유닛 사이의 간극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엔진도 내가 알던 그 엔진이 아니다. 초반 반응이 빨라진 것은 좋은데 그만큼 진동이 심해졌다. 아이들링에서 엉덩이를 간질이고 운전대가 미세하게 떨린다. 

현대는 i40의 페이스리프트를 하면서 1.7리터 디젤 엔진의 연료분사 압력을 높였다. 더욱 잘게 쪼개진 연료 덕분에 폭발압력이 더 커졌고 이를 출력을 높이는 대신 토크 곡선을 플랫하게 끌고 가도록 조율했다. 즉 초반부터 높은 토크를 뽑아내 길게 끌고 가면서 실용구간에서 운전이 더 쉽고 재미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전에는 최고출력 140마력/4000rpm에 최대토크가 33.0kg·m/2000rpm이었는데 신형은 141마력/4000rpm에 34.7kg·m/1750~2500rpm이다. 차의 콘셉트를 생각하면 높아진 폭발력을 플랫토크 방식으로 이용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높아진 폭발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있다. 엉덩이가 간지럽고 운전대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라는 건, 차체가 엔진 폭발력을 제대로 억누르지 못해서다. 4년 전 내가 좋아했던 i40는 어디로 갔을까? 현대차는 이 차의 세월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YF 쏘나타 시절에 i40는 소수를 위한 특별한 사치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훌륭한 LF 쏘나타보다 작지만 더 비싼 애매한 포지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