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질은 단순하다. 중독되지 않으면 ‘싫증’ 낸다. 중독과 싫증의 중간 단계가 없다는 것이 우리 삶의 비극이다. 중독되는 것들을 갖기 위해서는 대개 돈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중독은 파멸적인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중독되는 것들과는 적절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중독되지 않은 것들에 싫증 내지 않기 위해서 인간은 깊이가 필요하다. 깊이는 도달하기 어려운 가치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사이클을 갖고 있다. 처음 태어나는 순간 환호받는다. 신선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열광한다. 그래서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배우들도 대중의 싫증을 두려워하면서 또 얼굴에 손을 댄다. ‘도입기’가 성공적으로 지나면 ‘성장기’가 찾아온다. 제품의 전성기다. 신선함을 바탕으로 적당한 친숙함까지 확보한다. 그러나 전성기는 영원할 수 없다. 경쟁자들의 모방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성숙기’가 찾아온다. 치열한 경쟁 속에 마진은 줄어든다. 마지막 ‘쇠퇴기’가 찾아온다. 인간의 본성도,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도 잘 알고 있는 기업은 두 가지 전략을 쓴다. 하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서서히 제품에 싫증 낼 무렵 신인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괜찮은 신인을 발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괜찮은 신인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도 전에 이미 잘 활동하고 있는 ‘선수’를 완전히 집에 보낼 수도 있다.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다. 또 다른 전략은 명품 전략이다. 제품의 프리미엄화다.

남자들은 아름다운 여성에 환호한다. 그 아름다움이란 철저하게 외면적인 것이다.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인간의 내면이란 철저히 외면적인 것이다. 중독되지 않으면 싫증 내기 때문에 얼굴만 아름다운 여인에게 남자들은 금방 질린다. 능력자일수록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능력자들은 아름다운 얼굴에 더해 스타일이 좋은 여자를 원한다. 싫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좋은 스타일의 본질은 ‘싫증 나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끊임없는 변화다. 프리미엄 전략의 본질은 비싼 것이 아니라 ‘싫증 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 전략은 많은 비용이 든다. 얼굴도 아름답고 스타일도 근사한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런 여성을 만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평범한 여성과 만날 때 필요한 시간과 돈의 몇 배를 가진 남자는 세상에 많지 않다. 상관없다. 명품을 파는 사람들은 초조해하지 않는다. 내 가치를 아는 사람이 적어도 상관없다. 있기만 하면 된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명품’이 되기를 원한다. ‘프리미엄’의 가치를 갖기 원한다. 사람들은 프리미엄의 가치를 가진 에이스들을 동경한다. 에이스들의 삶은 화려하고 우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고단하다. 에이스들은 에이스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이스들의 세계는 경쟁으로 피가 튄다. 에이스들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경기가 좋을 때 그들은 지갑을 연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그들도 지갑을 닫는다.  

노무라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워커의 분석에 따르면 2005년 세계가 5퍼센트 성장할 때 명품 시장은 10퍼센트 성장했다. 2009년 세계가 0퍼센트 성장하자 명품 시장은 -10퍼센트 하락했다. 2배가 넘는 승수로 변화한다. 경제 위기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사건들도 영향을 준다. 일본은 소비세율을 5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인상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명품에 대한 지출을 더 줄였다. 중국 정부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명품 전략은 암초를 만나게 된다. 많은 프리미엄 스포츠카를 만드는 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때 비틀거리다 대형 양산차 회사들에 인수 혹은 합병됐다.

세계 양산차 회사 가운데서 순이익 마진이 가장 높은 것은 다임러나 BMW가 아니다. 그들의 마진율은 5~7퍼센트다. 중국의 브릴리언스와 덩펑은 순이익 마진율이 20퍼센트가 넘는 자동차 회사들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존중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다. 다임러나 BMW는 자신들이 구축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위에서 특별한 프리미엄 제품군을 만든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신인을 발굴한다. 마진을 유지하면서 매출 증가를 꾀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소비력이다. 중국인들은 모든 것을 사들이지만 특히 자동차를 열광적으로 산다. 골드만 삭스의 자동차 애널리스트인 스테판 버그스톨러에 의하면 2014년 다임러, BMW와 폭스바겐의 이익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3, 38, 19퍼센트에 달한다. 중국인들은 크고 화려한 고급차를 선호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서 고객이 원하는 차를 만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제품을 위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그쪽으로 더 몰고 간다.

다임러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추구하면서도 이면에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추구한다. 르노, 닛산과는 플랫폼을 공유하고 BMW와는 공동으로 원자재를 구매한다. 테슬라와 기술을 제휴한다.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노골적인 프리미엄 전략의 이면에는 실용적인 노선이 숨겨져 있다. 다른 양산차 회사들이 모두 이런 전략을 추구하지만 소수만이 성공한다. 다임러가 투자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모두가 프리미엄 전략을 추종할 때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모두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꿈꾸며, 모두가 프리미엄 전략을 시도한다. 선언이 제품의 질을 압도한다. 피상적인 업그레이드가 스타일의 본질인 것처럼 오도된다. 프리미엄이란 말 자체가 식상해지고 럭셔리란 단어가 부박한 뉘앙스를 갖게 된다. 에이스도 아니면서 에이스를 고집하면 영원히 연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외의 답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도 그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현 자동차 업계가 안고 있는 ‘프리미엄 전략의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