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가격 43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4인승, 2도어 카브리올레 엔진 4기통 2.0ℓ 터보 디젤, 140마력, 32.6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무게 1583kg 휠베이스 2578mm 길이×너비×높이 4245mm×1785mm×1425mm 연비(통합) 16.7km/ℓ CO₂ 배출량 116g/km 구입 시기 2014년 9월(중고) 총 주행거리 2만80km 평균연비 14.7km/ℓ 월 주행거리 10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엔진오일 교체(무상) 한 달 유지비 20만원(유류비)

아내는 크리스마스에 장모님과 처제와 열흘짜리 여행을 떠났다. 인천공항에서 식구들을 배웅한 다음 나는 남해로 떠났다. 얼마 전 후배가 그곳에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남해는 처음이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지나자마자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갈아탔다. 크리스마스의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라디오에서는 캐럴이 쉬지 않고 흘렀다. 굉장히 오랜만에 해방감이라는 걸 느꼈다. 나는 차와 친해지는 방법이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함께 밤을 지내보는 것. 그러면 왠지 그 공간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다른 하나는 장거리 운전을 해보는 거다. 6시간이고 10시간이고 차를 운전한다. 중간에 아무 데나 멈춰서 잠깐 눈을 붙이거나, 시동을 켠 채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낸다. 아무튼 먼 길을 함께 가면 그 차와 친해진다. 그러니까 차와 친해지는 건 사람과 친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감정은 연애 같기도 하고 우정 같기도 하다. 한 6시간 운전을 하고 있으면 이 차의 어떤 부분들을 새롭게 알게 된다. 엔진의 성능이라든가, 가속 반응이라든가, 혹은 기타 편의장치나 심지어 잡음이 나는 부위 등 좀 내밀한 부분까지 이해하게 되는 거다. 이번 여행은 골프 카브리올레와 함께한 첫 장거리 여행이다. 남해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후 4일간 아무 일도 안 했다. 아늑한 단칸방에서 자고 일어나 바다를 보며 동네 산책을 하고 1층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후배와 잡담을 나누고 세차를 했다. 그렇다. 나흘 동안 한 일이라곤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세차한 것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게 너무 좋아서 혼자 낄낄대면서 햇살이 좋은 그 몇 시간을 온전히 세차하는 데 다 썼다. 마침 게스트하우스의 이름도 ‘생각의 계절’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마지막 날, 서울로 출발하기 전에 동네와 주변의 드라이브 코스를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다랭이 마을이 있었다. 그 인근 도로 유려한 경치로 잘 알려졌다. 톱을 열고 도는 동안 남해의 따뜻한 공기가 귓불을 간질였다. 새삼 이 차를 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남해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고, 세차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운전대를 꺾어 고속도로를 탔다. 아무것도 안 한 5일간의 연말 휴가를 뒤로했다. ‘생각의 계절’과 창밖으로 애틋하게 배웅하던 후배를 뒤로하고, 아내가 없는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톨게이트로 들어서는데 마침 아내가 찍어 보낸 피렌체의 거리 사진을 받았다. 봄이 오면 ‘은둥이’를 타고 함께 제주에 가자고 답장을 보냈다. 이렇게 나는 이 차와 추억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