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3780만원 레이아웃 FWD, 9인승, 5도어 미니밴 엔진 4기통 2.2ℓ 디젤, 202마력, 45.0kg·m 변속기 6단 자동 무게 2137kg 휠베이스 3060mm 길이×너비×높이 5115×1985×1740mm 연비(통합) 11.5km/ℓ CO₂ 배출량 174g/km 총 주행거리 150km 평균연비 11.8km/ℓ 월 주행거리 142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10만원(유류비 10만원)

‘내일 카니발 받으실 수 있어요.’ 영업사원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계약서에 서명한 지 딱 6주 만이다. 카니발은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아 소하리 출하장(경기도 광명시)에서 소비자가 직접 출고할 수 있다. 단지 탁송료 7만8000원을 아끼고자 출하장으로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막 만들어진 신차를 마중 나간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때 새로운 차를 배정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구석구석을 직접 검차하고 인수증에 서명해야 마음도 한 결 후련할 테고. 새 식구와 만나는 일인데 이 정도 고생(?)은 즐겁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출고사무소에 들렀다. 차가 이미 준비됐다며 따라오란다. 사무소 문을 열고 출하장으로 나오는데 10여 대의 카니발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은색은 단 한 대다. “바로 너구나!” 인수증에 서명하기 전 차를 꼼꼼히 둘러봤다. 초기 제품의 결함으로 알려진 보디 패널 단차나 선루프에서 물 새는 문제(당일 오전에 물세차하며 간접적으로 확인)는 없어 보였다. 눈에 불을 켜고 하자를 찾았지만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12월 생산 모델부터 품질 문제를 대폭 개선한 제품이 나온다더니 틀린 정보가 아니다. 2열 슬라이딩 도어 케이블이 리어펜더를 긁어댔던 문제도 수정됐고 도장과 조립 불량도 찾기 어렵다. ‘합격!’ 인수증에 서명하고 도로로 첫 바퀴를 내딛었다.

그날은 유난히 업무가 바빴다. 저녁 늦은 시간에야 겨우 카니발 뒷좌석에 앉아 여유 있게 실내를 둘러봤다. 그때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진짜 넓구나!” 그동안 내가 소유했던 자동차는 대부분 쿠페나 로드스터였다. 그나마 세단 중에는 실내가 가장 넓은 것이 르노삼성 SM3였고, 트렁크가 가장 넓은 차가 폭스바겐 제타였다. 매번 몸을 웅크리고 타는 차를 몰다가 실내가 무진장 넓은 미니밴을 샀으니 ‘공간’이 넘쳐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카니발은 어떤 관점에서는 비싼 자동차다. 하지만 신형의 경우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느끼는 건 최신 편의장비와 디자인, 드라이브트레인뿐 아니라 ‘공간’을 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요즘의 도시인들에게는 ‘잘 만들어진 공간’이 곧 ‘가치’로 여겨진다. 그런 기준에서 카니발의 가치는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