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2억2500만원 레이아웃 뒤 엔진, RWD, 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수평대향 6기통 3.8ℓ, 475마력, 44.9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무게 1505kg 휠베이스 2457mm 길이×너비×높이 4545×1852×1269mm 연비(통합) 6.8km/ℓ CO₂ 배출량 267g/km
구입 시기 2014년 12월 총 주행거리 270km 평균연비 6km 월 주행거리 약 25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24만원(유류비 19만원, 통행료 5만원)

자동차로 즐기는 취미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자동차를 관리하는 과정을 즐긴다. 나는 드라이빙 자체가 즐겁다. 본격적으로 서킷을 달리는 꿈을 가슴속 깊이 키운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나는 포르쉐 911 GT3를 차고에 들였다. 서킷 주행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사실 GT3를 사기 전에도 애차였던 BMW Z4 로드스터로 이따금 서킷을 달렸다. 그러나 Z4는 서킷에 다녀올 때마다 차체가 버티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911 중에서 GT3를 선택한 것도 서킷 주행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터보 엔진이 자연스러운 요즘, GT3는 최대 9000rpm까지 회전하며 475마력을 발휘하는 자연흡기 엔진이 얹힌다. 출력의 수치가 아니라 정교한 반응성, 출력을 매끈하게 지면으로 쏟아붓는 특성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차를 고르고도 GT3를 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카탈로그를 펼치고 곧바로 “이거 주세요!” 하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워셔액 노즐커버 컬러부터 안전벨트, 계기반 색상까지 오너의 취향에 맞춰 주문할 수 있다. 나는 GT3를 주문하기 전에 6개월간 매일 밤잠을 설쳐가며 내 취향에 딱 들어맞는 차를 완성했다. 스포츠카는 자주 타는 차가 아니기에 볼 때마다 마음속에서 ‘와~’ 하는 탄성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톡톡 튀는 레이싱 옐로 컬러를 골랐다. 개나리를 넘어 레몬에 근접한 노란색이 GT3와 잘 어울린다. 서킷 주행에 필요한 버킷 시트와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도 넣었다. 원래 달려 나오는 휠은 건메탈이였지만, 휠은 스포크의 기울기, 디테일들이 꼭 보여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으로 은색을 선택했다.

그렇게 만난 고운 자태의 GT3는 비현실적으로 낮은 차체와 큼지막하고 볼륨감 있는 리어펜더, 리어 스포일러 등 마치 장난감 자동차를 그대로 키워놓은 듯한 느낌이다. 내 마음대로 선택한 차를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앞으로 길들이기 과정, 서킷 주행을 준비하는 과정, 운전 실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기록해보겠다. 길들이기가 끝나고 봄이 됐을 때, 이 녀석이 서킷 위에서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 벌써 기대된다.
글•안오준(가구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