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4일 개막한 다카르 랠리. 많은 이들이 푸조의 복귀로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이 먼저 전해졌다. 바이크 부문에 출전한 미할 헤르닉(39세, 폴란드)이 스테이지 3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헬기가 수색에 나서 숨져 있는 헤르닉을 발견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외부 충격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고사는 아닐 것으로만 예상하고 있다.

헤르닉은 다카르 랠리 첫 출전이지만 이전에 모로코 랠리(2013년), 아부다비 사막 챌린지(2014년)에 출전해 완주한 경험이 있다. 초보적인 실수를 할 라이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카르의 가혹한 조건이 그를 죽음의 길로 인도한 것이다.  

다카르 랠리는 1979년 제1회 대회부터 거의 매년 사망자가 나왔다. 드라이버는 물론이고 코스를 이탈한 경주차에 치여 갤러리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고, 경주차가 경찰차와 충돌해 경찰이 사망하기도 했다. 사고사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열흘 넘게 달리다 체력이 고갈돼 탈진해 죽기도 했다.

1979년부터 올해까지 사망자 수가 60명이 넘는다. 아프리카 치안이 불안정해 대회가 취소된 2008년을 제외하면 200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사망자가 나왔다. 부상자까지 합치면 사상자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가장 빠른 모터스포츠 F1이 지난 20년간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다카르 랠리가 얼마나 치열하고 가혹한 환경인지 실감케 한다.

그럼에도 다카르 랠리는 매년 참가자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푸조가 출전하면서 매뉴팩처러 팀이 풍성해졌다. 푸조는 1987년부터 1990년까지 4년 연속 우승했던 전력이 있다. 더불어 시트로엥이 현재 WRC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PSA는 자타공인 랠리에 가장 강한 브랜드다. 그래서 이번 푸조의 출전은 ‘왕의 귀환’이라 불리기도 한다. 2011년 폭스바겐이 떠나고 미니가 독주(4년 연속 우승)하고 있어 푸조와의 경쟁 구도가 재미있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푸조 팀 드라이버의 면면이 엄청나다. 다카르 랠리에서 바이크와 자동차 부문 통산 11회 우승에 빛나는 스테판 페테랑셀을 비롯해 WRC와 다카르 랠리에서 챔피언에 오른 카를로스 사인츠, 다카르 랠리 바이크 부문 5차례 우승을 차지한 시릴 디프리가 시트에 앉았다. 세 드라이버의 다카르 랠리 우승을 합치면 17회나 된다. 다카르의 살아 있는 영웅들로 경주차만 잘 받쳐주면 우승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 푸조가 미니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토요타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별거 아니었다. 지난 1월 12일 현재. 스테이지 8까지 페테랑셀의 8위가 최고다. 디프리는 42위고 사인츠는 보이지도 않는다. 잦은 경주차 트러블 때문이다. 푸조가 미니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토요타가 선전하고 있다. 토요타의 지니엘 드 빌리에와 야지드 알라지가 나란히 2, 3위를 달리고 있다. 매뉴팩처러 팀이 아닌 남아공의 임페리얼 토요타 딜러 자본으로 출전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적이다. 드빌리에는 스테이지 8까지 선두 알-아티야(미니)를 8분 차이로 압박하고 있다. 2009년 폭스바겐 팀에서 우승까지 했던 베테랑이다. 그런데 더욱 주목받는 드라이버는 3위를 달리는 알라지다. 다카르 랠리 처녀 출전인데 스테이지 8에서 우승까지 하면서 굳건히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챔피언 나니 로마(미니)는 첫날부터 경주차 트러블로 자력으로 움직이지 못해 6시간 동안 묶여 있었다. 꾸준히 순위를 올리고 있지만 30위다. 우승은 고사하고 10위권에 들기도 힘들어 보인다.

올해 다카르 랠리는 이렇게 이슈가 많았다. 누군가 야망의 덫에 걸려 목숨을 잃었고, 왕의 귀환은 왕의 귀가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사막의 영웅으로 불리던 챔피언들은 세월의 흐름을 한탄했고, 그 자리는 알라지와 같은 신성이 파고들었다. 전기차도 출전했다. 랠리 역사상 처음이다. 이렇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해 칠레와 볼리비아를 거쳐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오는 9000킬로미터의 죽음의 레이스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