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200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단어는 ‘뉴 페이스(New Face)’다. 아니, 더 포괄적인 범위에서 ‘섬싱 뉴(Something New)’라는 표현이 좋겠다. 이 차는 구석구석 모든 것이 새롭다. 새로운 개념에서 나온 디자인, 새로운 디테일이 돋보인다. 개선되거나 추가됐다는 표현보다 새로 개발했다는 쪽에 더 어울린다.

200은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합병 후 FCA 그룹에서 내놓는 첫 번째 모델이다. 두 회사가 공동개발에 참여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알파로메오의 ‘CUS 와이드’ 모듈러 플랫폼에서 태어난 첫 번째 중형 세단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뼈대부터 새롭다. 물론 공정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크라이슬러는 200을 위해 미국 미시건주의 스털링 하이츠 조립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했다. 품질 확보를 위해 차체 공장은 최신식 자동화 설비로 개선했다. 로봇이 루프에 레이저로 용접하고 트렁크 리드를 정밀 제작·조립한다. 레이저 장비를 이용해 차의 모든 이음매 간격을 확인한다. 트라이 코트 페인팅으로 정밀한 도장면을 구현했다. 결과적으로 200은 ‘미국차’보다는 ‘유럽차’에 가까운 품질로 완성됐다. 하지만 디자인은 여전히 미국의 취향에 비중을 둔다. 세부 디테일은 유럽차인데, 모아놓은 결과는 미국차 헤리티지에 충실하다.

보디라인이 매끈하다. 그릴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한 덩어리로 느껴진다. 쿠페형 루프라인을 비롯해 단순화한 라인을 가졌다. 모두 공기역학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료에 따르면 200은 600시간이 넘는 윈드터널 테스트를 거쳤다. 공기저항계수(Cd) 0.26을 실현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도 공기저항이 낮다. ‘효율성’에 집중한 결과다. 200의 키워드는 ‘효율성’과 ‘안전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체 사이즈에 비해 작은 휠 하우스 디자인을 선택한 것도 실내 공간의 효율성 때문이다. 센터콘솔 아래로 비밀의 수납공간을 만든 것도, 9단 자동변속기를 단 것도, 다이얼 방식 기어레버를 선택한 것도 모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효율성 아래 공간, 무게, 인터페이스라는 목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안전성을 강조한 모습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초음파 센서, 레이더, 카메라 등으로 자동차 주변 360도 위험요소를 꾸준히 감지한다. 사각지대 경보장치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기본이다. 시속 160킬로미터 이하에서 스스로 완전히 정지할 줄 안다. 레이더와 영상 센서를 이용한 ‘전방추돌 경고’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도시에서 앞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순간에 재빨리 반응해 경고한다. 운전자가 ‘아차’ 하는 순간보다 반 박자 빠르게 움직이며 운전에 집중하게 해줬다. 차선 이탈 경보장치(LDW+)의 영리함도 인상 깊다.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벗어나면 운전자가 졸음운전 중이라고 판단하고 스스로 스티어링을 보정해 차를 차로 중심에 맞춘다. 단 한 번의 어시스트로 끝나지 않는다. 시스템이 유지되는 약 10초간 좌우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계속해서 스티어링을 보정한다. 이쯤 되면 이 차를 타고 사고를 일부러 내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어찌나 운전자의 안전을 챙기는지 주차할 때도 연수를 받는 기분이다. 후진 주차 시 장애물과 추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200은 스스로 강하게 제동을 건다. “야! 나도 거울로 장애물을 보고 있다고!”

확 바뀐 200의 성격은 주행성능이 대변한다. 2.4리터 멀티에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출력을 후련하게 쓸 줄 안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출력도 비례해서 반응한다. 엔진 소리만 커지고 움직임은 굼뜬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촘촘한 기어비를 활용해 저속 토크감을 살린 세팅이 좋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타이어가 강하게 스핀하며 달려 나간다. 이런 특성은 도심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준다. 짧은 기어비 세팅으로 저속 클리핑 때 힘이 넘친다. 브레이크 페달을 놓으면 차가 ‘훅~’ 간다. 그래서 정차 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야 한다. 느슨하게 밟으면 제동력을 이기고 차가 슬금슬금 앞으로 나간다.

일단 속도가 붙으면 200은 변속기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탄력주행에 특화된 구간도 경험할 수 있다. 쉽게 속도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구간이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시속 70~90킬로미터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다이얼 방식 기어레버를 장착한 것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에 도움을 준다. 그러다 기어를 수동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효율적인 드라이브트레인을 밑에 깔고도 가속페달의 양으로 차를 움직이는 것이 여러모로 아쉽다. 핸들링 감각은 자연스럽고, 손과 엉덩이로 느껴지는 노면의 피드백도 좋다. 앞뒤 바퀴가 깔끔한 라인을 구사하며 회전한다. 저구름저항 타이어(브리지스톤 에코피아 EP422, 235/45R18)를 장착한 것을 감안할 때 안정감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손과 엉덩이로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만 믿고 코너로 뛰어들기엔 서스펜션이 다소 무르다. 마지막까지 미국차와 유럽차 브랜드가 충돌한 흔적이었다. 나는 이 차를 타보고 결론을 잠시 보류했다. 관점에 따라 장점이 단점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바뀔 만했다. 이런 합리적인 차는 평가 배경에 무엇보다 ‘가격’이 중요하다(시승기 작성 시점에는 가격 미정). 시장에서 승패도 가격이 좌우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크라이슬러 200이 궁금해
1 200과 200 C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둘은 같은 차다. 편의장비가 다를 뿐이다. 200은 크게 LX, 리미티드, S, C로 트림이 나뉜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C로 가장 최상위 트림이다.
2 200은 앞바퀴굴림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S와 C 모델에 앞바퀴 기반 AWD도 선택할 수 있다(국내 판매 미정).
3 200에 달린 9단 변속기는 ZF사의 948TE 제품이다. 무게는 86킬로그램으로 기존 6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13.6킬로그램 가벼운 것이 특징. 허용 토크는 가솔린 엔진에서 48kg·m, 디젤 엔진에서 45kg·m 수준이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미정(2월 2일 출시)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4ℓ DOHC 직분사, 184마력, 23.9kg·m 변속기 9단 자동 공차중량 미정 휠베이스 2742mm 길이×너비×높이 4885×1871×1491mm 복합연비 미정 CO₂ 배출량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