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FICATION  기본 가격 2690만원, 28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4기통 1.6ℓ DOHC 직분사 터보, 190마력, 24.5kg·m 변속기 무단변속기 공차중량 1345kg 휠베이스 2530mm 길이×너비×높이 4135×1765×1570mm 복합연비 12.1km/ℓ CO₂ 배출량 144g/km

닛산 쥬크가 페이스리프트로 몸단장을 했다. 사실 변화는 사소한 데 그쳤다. 굵고 선명해진 ‘V 모션’ 그릴을 달고, 앞뒤 범퍼의 아래쪽 모양이 살짝 바뀌었다. 워낙 개성이 강한 차라 크게 바꿀 필요가 없었다. 달라진 곳이 별로 없는 신형은 기존 고객이 흐뭇해할 일이다.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와 시트 열선의 장비를 추가했지만 값은 변함이 없다.

차 중에 으뜸은 재미난 차가 아닌가 싶다. 차를 타는 순간 재미가 넘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재미난 차인 쥬크는 바라보는 순간부터 내 맘을 들썩이게 한다. 쥬크는 엉뚱한 모양에도 불구하고 2010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42만대 가까이 팔렸다. 그중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팔렸다. 그러니 유럽 성향의 CUV라 할 수 있다. SUV와 스포츠카의 결합인 쥬크는 작고 경쾌한 차지만 어디나 갈 것 같은 터프한 인상도 준다.

이 차를 자세히 보면 정말 제멋대로 생겼다. 파격적인 스타일은 ‘펑키’하다는 단어를 떠올린다. 디자인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나뉜다. 다행인 것은 정말 이상한 모양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닛산 차들과 비슷하지 않다는 것. 아무도 닮지 않아 오히려 독보적이다. 이상한 차 쥬크의 매력이다. 다소 이상한 위치에 달린 헤드라이트는 랠리카의 커다란 포그라이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바퀴마다 근육질 펜더가 볼륨감을 강조한다. 네 바퀴 모두 펜더가 불룩한 차는 비좁아진 실내를 개의치 않는다. 껑충하지만 떡 벌어진 보디로 안정감을 만든다. 옆에서 바라보면 뒤로 낮아지는 루프라인으로 독특한 모양새를 가졌다. 엉덩이는 예쁘다. 뒷도어 손잡이를 숨겨서 쿠페 같은 느낌을 준다.

적당한 키로 타고 내리기 편하고, 덕분에 운전석에서 시야도 좋다. 운전석에 앉으면 눈앞 보닛 양쪽으로 램프가 솟았다. 센터콘솔은 모터사이클 라인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센터콘솔에 있는 주차브레이크 레버는 요즘 보기 드물어 반갑다. 고급형인 쥬크 SV는 기본형(S)에서 선루프와 8인치 내비게이션, 리어뷰 모니터가 추가된다. 모니터로 조절하는 오디오가 조금 번거롭고 팝업이 안 되는 스티어링휠에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사실 이런 건 문제도 아니다). 뒷자리 공간은 어딘가 경차의 느낌과 비슷하다. 트렁크 바닥이 높아 짐 실을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쥬크는 4인승이 아닌 2+2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쿠페형 보디에 뒷자리를 위한 도어를 만들어주었으니 고마울 뿐이다.

작고 경쾌한 차는 재미난 차의 출발점이다. 작은 몸집은 좁은 길에서 민첩성을 발휘한다. 주차가 편하지만 뒤 시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이 역시도 재미있는 차에 문제가 아니다. 190마력의 1.6리터 직분사 터보 엔진은 가변밸브를 달아 2000rpm부터 5200rpm까지 안정적인 토크 곡선을 만든다. 실제로도 저중속 영역의 응답성이 좋다. 엔진은 강하고 조용하고, 터보 같지 않게 반응이 자연스럽다. 엑스트로닉 CVT는 스포츠 모드에서 자동변속기 같은 느낌을 추가했다. 드라이빙 모드는 스탠더드와 스포츠, 에코로 나뉜다. 모드에 따라 스로틀과 변속기 반응, 스티어링휠 감각이 변한다. 에코 모드는 반응이 느리고 여유롭다. 연비를 높이기 위함이다. 거칠게 달려도 연비는 리터당 10킬로미터 이상 나왔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부드럽던 차가 탄탄해지면서 재빠르게 쏘아댄다. 반응이 생각보다 빠르다. 200마력도 안 되는 출력이 거짓말처럼 무게 1345킬로그램을 가볍게 한다. 제로백은 8초대, 최고 시속은 200킬로미터까지 나간다. 원할 때 뛰쳐나가는 모습에 가슴 후련하다.

쥬크는 민첩한 방향전환 능력도 가졌다. 서스펜션이 부드럽지만 코너에서 타이어가 노면을 잘 붙잡고 버틴다. 깊은 코너에서 운전자 의지대로 꽁무니를 미끄러트릴 수도 있다. 거친 노면에서 깡충거리는 즐거움에 높이 앉아 휘청거리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코너에서 흥겹지만 안정감은 계속된다. 고속주행 감각은 의외로 푸근하다. 부드럽고 조용한 쥬크가 몹시 빠르게 느껴진다. 크로스오버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내보이는 차라고 했다. 그러니 개성으로 똘똘 뭉친 쥬크와 비교되는 크로스오버를 쉽게 찾을 수 없다. 현대 벨로스터 터보와 비슷하지만 차 높이가 다르고, 132마력의 기아 쏘울보다는 순발력이 좋다. 미니 컨트리맨처럼 재미난 성격을 가졌지만 값 차이가 크다. 쥬크는 작년 한 해 국내에서 1000대 남짓 팔리는 데 그쳤다. 점잖지 못한 차의 수요가 제한적일 때 개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쥬크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들썩인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소형 SUV가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