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미친 짓이다

솔직히 난 캠핑이 싫다. 텐트를 치고 걷고 야전에서 밥해 먹는 게 부산스럽고 귀찮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불편하다. 난 숙박업소에서 자고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거지? 난 지금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강원도 정선의 어느 산골짜기 계곡에서 오들오들 떨며 잠을 청하고 있다.

기획회의였다. 난 혼자 지리산까지 오르겠다는 당찬 기획을 던졌다. 천왕봉까지 오르면서 일출과 눈꽃을 담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칼럼니스트 나윤석이 한마디 했다. “그냥 겨울 캠핑 가자.” 순식간에 캠핑이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편집장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 걸 목격했다. 그는 뇌를 8000rpm으로 돌리며 오토캠핑과 아웃도어 그리고 오프로드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새하얀 눈밭에 지프가 보무도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도 상상했을 것이다. 내가 캠핑을 가지 않기 위해서는 흐름을 바꿔야 했다. 무언가 더 달달한 의견을 던져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훅 들어온 겨울 캠핑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1월 2일, 40대 중년남자 네 명이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4를 타고 강원도로 향하게 됐다. 난 내심 걱정이었다. 날이 워낙 추워 자다가 입이 돌아가는 건 아닌지, 나이 많은 형님들이 동장군에게 잡아먹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런데 그들은 아이처럼 신나 보였다. “왜 이렇게 좋아해요?” “결혼 안 한 사람은 몰라. 이 나이 되면 집 나가는 게 그냥 좋아. 그래서 중년들이 그렇게 캠핑, 낚시, 등산을 하는 거야.”

소주가 날 바꾸기 시작했다. 어느 틈엔가 캠핑을 찬양하게 만들었다. 따라놓은 소주는 빨리 마셔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얼어버렸다.

콜맨에서 보내준 텐트는 엄청나게 컸다. 텐트가 있고 그 안에 이너 텐트가 또 있다. 군 제대 이후 텐트를 처음 쳐보는데, 두 명의 전문 캠퍼(나윤석, 이명재) 덕분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올릴 수 있었다. 문제는 땅이 얼어서 팩을 박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돌을 옮겨 텐트를 지탱했다. 텐트를 다 치고 불을 지폈다. 화롯대에 장작을 쌓고 불을 지피니 그럭저럭 분위기가 난다. 숯에 불을 댕기고 그릴을 올린 후 목삼겹을 구우니 실실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소주가 등장했다. 한 잔, 두 잔, 석 잔. “캠핑 좋네. 아~ 낭만적이야.” 소주가 날 바꾸기 시작했다. 어느 틈엔가 캠핑을 찬양하게 만들었다. 따라놓은 소주는 빨리 마셔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얼어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마신 것 같은데 저녁 7시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여기서는 시간이 더디게 간다. 계속 고기를 굽고 찌개를 끓였다. 물론 소주잔도 계속 채워졌다. 세상 사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자동차 이야기가 활활 타올랐다. 뼈 마디마디가 시릴 정도로 추웠지만 모두가 즐거웠다. 소주가 동났다. 지난해 5월 아프리카에서 사온 남아공 전통주 ‘아마룰라’를 꺼냈다. 유부 중년들도 뭔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술을 바라봤다. 아마룰라가 목구멍을 타고 흐르자 아프리카 대초원이 떠올랐다. 난 당시 사자, 치타, 코뿔소 등 야생동물이 우글거리는 초원에서 지평선으로 해가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이 술을 마셨다. 그런데 유부 중년들은 “술이 너무 달다”며 더 독한 것을 요구했다. 싱글몰트 위스키 18년산을 따라줬다. 이번엔 너무 쓰단다. 1.8리터 페트 맥주를 따라줬다. “한국 맥주가 이렇게나 맛있었어?”라며 좋아한다.

그렇게 4시간 30분 동안 먹고 마셨다. 고기를 다 굽고 햇반과 떡볶이 등 인스턴트식품도 모두 끓여먹었다. 더 이상 먹을 게 없었다.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다. 가장 무서운 순간이기도 하다. 외부 온도는 영하 15도. 텐트 안은 영하 2도. 핫팩 두 개씩 나눠주고 “내일 아침 살아서 만나자”는 진심 어린 농담을 던지고 침낭으로 파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다행히 일어나지 못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밤새 죽을 것 같은 추위와 싸워야 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진짜 팔한지옥(八寒地獄)이 있다면 이러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빨리 텐트 걷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뜨끈한 방바닥에 육신을 눕히고 싶었다. 그런데 유부 중년들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진우 씨. 라면 끓여야지!”  글•이진우
 

모든 건 내 입에서 시작됐다

이진우 혼자 단출하게 다녀오려던 새해맞이 계획이 내 바람몰이 때문에 네 명이 참가하는 기획으로 커져버렸다. 행선지도 지리산이 아니라 강원도로 바뀌었다. 게다가 일주일 전에 눈이 꽤 왔고 출발 당일은 한파 특보가 발효됐다. 내 생각에도 이번에는 내가 너무했다 싶다. 결국 영하 15도의 혹한기 캠핑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진우는 군 시절을 제외하고는 캠핑 비슷한 것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추위도 추위였겠지만 ‘내가 어쩌다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정신적 충격이 컸을 터다.

하지만 어쨌든 간다. 캠핑에 일가견이 있다는 포토그래퍼 이명재, 오프로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는 류청희, 솔로 캠핑만 다닌 나까지 ‘판타스틱 4’ 멤버다. 그리고 든든한 오프로더 디스커버리 4와 그랜드 체로키가 함께했다.

출발 당일 아침, 그랜드 체로키 써밋 3.0 터보 디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형 SUV가 2인승 밴으로 변신했던 것. 동절기 캠핑용 장비는 참 많다. 2룸 텐트도 크지만 정말 큰 것은 침낭. 혹한기용 침낭은 하나가 중형 여행용 트렁크 크기다. 승용차였다면 텐트 하나와 침낭 네 개만으로도 트렁크와 뒷좌석이 그득했을 터. 하지만 그랜드 체로키는 침낭 네 개와 2룸 하우스 텐트, 캠핑용 테이블, 화롯대, 대형 바닥 매트, 모포, 의자 등과 나와 이진우의 개인 장비가 든 가방 세 개까지 꿀꺽 삼키고도 공간이 남는다. 아 참, 남자 넷이 밤새 먹고 마시고 불태울 음식과 물, 술, 장작 등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싣고도 룸 미러의 시야를 전혀 가리지 않는다. 다른 차였다면 루프 박스를 달지 않고는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 역시 넉넉한 미국산 대형 SUV임을 실감한다.

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래서 미국 대형차, 그리고 그랜드 체로키가 좋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심각한 오프로더들은 포장도로도 비포장의 느낌으로 덜걱덜걱 달리고, 요즘의 SAV라는 녀석들은 키만 컸지 자기가 스포츠카인 줄 착각하고 딱딱한 승차감에 피곤하기 일쑤다. 하지만 그랜드 체로키는 여유롭다. 어떤 곳이든 포근하고 능수능란하게 대처한다. 독일차처럼 정교하거나 꽉 조여진 느낌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것이 SUV의 진정한 느낌이 아닐까?

켜켜이 쌓인 얼음이 한두 층 깨져나갈 때마다 움찔움찔. 하지만 뒤에 오프로드 최강인 D4가 있으니 믿고 좀 더 나아간다.

휴게소에서 합류한 디스커버리 4와 함께 길을 재촉한다. 처음에는 내가 앞서갔지만, 이내 D4에게 선두를 양보한다. 사실 양보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로 오토파일럿을 즐긴 것. 차선이탈 경보에 비상 제동 기능까지 자율 주행에 거의 근접한 장비를 갖추었으니 고속도로에서는 리무진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똑똑해져서 코너에서 앞차가 사라졌다고 급가속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강원도 산길에서도 페달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쓸모가 있었다. 물론 앞선 D4의 류청희가 워낙에 운전을 잘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는 그랜드 체로키의 스마트 크루즈 시스템이 기특했다. 다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만 얹는 느낌이랄까.

깊은 산속 개울가에 마련된 캠프 사이트. 빌려온 장비에 캠핑이 서투른 40대 아저씨들이지만 신나게 춤을 춘다. 아니, 텐트를 친다. 사이트를 구축하니 이미 하늘은 어둑어둑.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한참 먹었는가 싶어서 시계를 보니 어라, 아직 7시밖에 되질 않았네? 역시 산속의 밤은 길다. 아니, 도시의 밤이 짧은 것이겠지. 네 시간에 걸친 식사와 남자들의 수다는 영하 15도 속에서도 따듯했고 끈끈했다. 두 대의 SUV는 우리 옆에서 바람을 가리는 벽도 되어주고 캠핑에 신난 40대 ‘어른이’를 묵묵히 지켜봤다.

다음 날 아침, 밤새 추위에도 살아남은 네 명은 SUV 두 대와 오프로더들이 좋아한다는 계곡을 향했다. 하지만 아쉽게 그랜드 체로키의 타이어가 온로드형. 험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그래도 근처까지 가본다. 계곡 진입로를 따라가다 개울을 만난다. 미리 프로그램 된 프로 오프로드 선수를 지형에 따라 소환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콰드라 리프트 에어 서스펜션만 조금 올려주면 그랜드 체로키는 얼음이 둥둥 떠내려가는 개울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간다. 허무하다. 점점 계곡이 깊어지고 꽁꽁 얼어붙은 개울이 나왔는데 로 레인지를 선택해본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혹시나 이런 날씨에 고립되면 낭패이기에 무리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갈 수는 없다. 좁아지는 개울 앞에서 후진으로 돌아가자는 이진우에게 “난 후진 못해. 얼음판으로 올라가서 돌려 나올거얏!” 켜켜이 쌓인 얼음이 한두 층 깨져나갈 때마다 움찔움찔. 하지만 뒤에 오프로드 최강인 D4가 있으니 믿고 좀 더 나아간다. 그러고는 아무런 일 없이 차를 돌려 나온다.

류청희는 캠핑은 재미있었지만 산행은 심심했단다. 맞다. 우리가 가져간 차들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오프로드에 특화된 ‘장비’인 D4는 고속도로에서 그랜드 체로키보다 두 배나 기름을 쓰며 힘들게 온 것이 더욱 억울했을 거다. 하지만 난 그래도 괜찮다. 고속도로에서는 안락한 승차감을 즐겼고, 강원도 와인딩 도로에서는 똑똑한 스마트 크루즈로 류청희와 같은 페이스를 공짜로 즐겼다. 캠핑 장비를 다 싣고도 “더 없어요?”라고 미소 짓는 그랜드 체로키가 나를 푸근하게 안아주었다. 며칠 뒤, 이진우가 메지시를 보내왔다. ‘날 풀리면 또 가요’

기온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지만 그 아래 모닥불과 숯불을 둘러싸고 앉은 중년 남자들의 입은 먹느라, 떠드느라 하얀 입김이 끊이질 않는다.

다음엔 더 고생하고 싶다

어른이 되고 나서 떠난 캠핑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여름이었고, 이번은 겨울이다. 그저 남의 일처럼 여겼던 일을 하려니 뭘 어떻게 준비하나 고민이었다. 다행히 일행은 캠핑 경험이 나보다 많고, 장비도 비교적 알차게 갖췄다. 몸만 오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노파심에 옷가지 몇 개와 간식거리를 좀 챙긴 단출한 짐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모처에서 이번 캠핑의 파트너이면서 사진을 맡은 이명재 실장을 만났다.

그가 몰고 온 랜드로버 D4에는 짐칸에 촬영과 캠핑을 위한 장비가 한가득 실려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D4는 7인승이다.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3열 좌석을 접으면 제법 큰 짐칸이 만들어진다. 그런데도 남는 공간이 크지 않다. 추운 겨울밤을 지새울 때 유용할 법한 스토브와 등유 한 통만 해도 차지하는 공간이 만만찮다. 그나마 텐트처럼 부피가 큰 짐들은 대부분 그랜드 체로키에 실려 있는데도 그렇다. 캠핑 지식이 하나 생긴다. 겨울에 캠핑을 떠나려면 일단 차가 커야 한다는 것. 장비를 제대로 챙기면 D4처럼 큰 차도 탈 수 있는 사람은 어른 서너 명이 한계겠다.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도 경계를 넘어 여행을 떠난다는 조건도 큰 차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든다. 매번 느끼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 활동하는 것 이상으로 오가는 길에서 소비하는 체력이 만만치 않아서다. 게다가 이번처럼 어디에서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르는 여행이라면 최대한 덜 피곤한 차여야 한다. 힘이 좋아 운전 스트레스가 적고 승차감이 편안하면서 안정감 있는 차일수록 좋다.

그런 기준이라면 D4는 아주 훌륭하다고 하기는 어려워도 높은 점수는 줄 만하다. 높고 각진 차체 때문에 속도가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면 가속이 더뎌지고 포장도로를 달리기에는 움직임이 좀 둔한 편이다. 물론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수긍할만한 수준이고, 묵직하고 든든한 주행감각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다. 정작 껄끄러운 것은 가속할 때 힘이 붙을 만하면 금세 기어를 아랫단으로 바꿔버리는 8단 자동변속기다. 변속기를 S 모드에 놓고 스티어링휠 뒤의 패들을 열심히 조작하며 달리면 되지만 왠지 모양새가 어울리지 않는다. 성능이든 모양새든 일단 험한 곳에 던져놔야 어울리는 차의 숙명이다. 그래도 야영지에 도착할 때까지 네 시간 남짓 달려도 피로감이 거의 없었으니 제 역할은 충실히 한 셈이다.

야영지로 잡은 곳은 강원도 정선으로 흘러들어가는 어천 기슭. 요즘 인기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촬영지가 코앞인 곳이다. 겨울 가뭄에 물이 많지 않아 둑방 밑 자갈밭에 차를 대고 텐트를 칠 수 있었다. 40대 남자 네 명이 달려들어 하룻밤 지샐 자리를 뚝딱뚝딱 꾸리고 나니 이미 해가 산 너머로 져버려 캄캄해졌다. 맑은 하늘에 산봉우리를 비집고 떠오른 달과 별들이 초롱초롱 빛났다. 기온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지만 그 아래 모닥불과 숯불을 둘러싸고 앉은 중년 남자들의 입은 먹느라, 떠드느라 하얀 입김이 끊이질 않는다. 모두 다 웃고 떠들다가 지쳐 잠들 때까지 바람도 불지 않고 눈도 내리지 않았다. 침낭 밖으로 나온 얼굴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얼어붙을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견딜 만했다. D4 짐칸 한편을 당당히 차지했던 등유 스토브 덕분이었다.

전날 일찍 졌던 해는 다음 날 느지막이 떴다. 차에 실어두었던 생수병이 얼 정도로 추운 밤을 보낸 일행이 새삼 대견했다. 두 대의 차에서 짐을 꺼내어 펼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지만 다시 꾸려 차에 싣고 출발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심산유곡으로 유명한 정선을 그냥 떠나기 아쉬워, 가까운 덕산기 계곡으로 발길을 돌렸다. 곳곳에 쌓인 눈과 추위에 얼어붙은 계곡물이 D4와 그랜드 체로키를 반겼다. 험로 준비는 터레인 리스펀스와 차고 조절 스위치로 차에 앉아 간단하게 마칠 수 있었지만, 월동 장비는커녕 겨울용 타이어도 끼우지 않은 탓에 계곡 깊숙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딱히 D4에 부담스럽거나 위험한 곳은 없지만 5년 전 지금의 <모터 트렌드> 편집장이 같은 곳에서 다른 차를 몰다가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어 무모한 도전은 자제하기로 했다. 그래도 다져진 눈과 물과 얼음이 섞인 얕은 개울을 지날 때의 기분은 짜릿했다. 마치 그날 아침 텐트 밖으로 나와 차가운 냇물에 세수했을 때처럼 말이다.

이번 캠핑은 적당한 고생으로 기분 전환하기에는 좋은 경험이었다. 겨울 오프로드 주행을 맛만 보고 마는 게 못내 아쉽기도 했지만 우리는 모두 돌아가야 할 일상이 있는 사람들이다. 좀 더 진한 고생에 대한 아쉬움은 다음 기회를 위해 남겨놓기로 했다. 다음에는 좀 더 장비와 마음을 든든히 다지고 더 깊은 겨울 산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그때에도 D4라면 마음 놓고 함께할 수 있을 듯하다. 좀 더 힘 좋은 녀석에 겨울용 타이어를 끼운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