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컨트리가 뭐예요?

크로스컨트리는 원형 트랙이 아닌 언덕이나 목초지, 도로 등 다양한 곳을 달리는 육상 종목이다. 코스 길이는 대회의 성격과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남자는 12킬로미터, 여자는 8킬로미터 레이스를 펼친다. 평지와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고루 섞인 표고차 200미터 이내의 구릉지를 스키로 완주하는 노르딕 스키의 한 종목을 크로스컨트리라고도 한다. 남자는 15, 30, 50킬로미터 개인 경기가 있으며 여자는 5, 10, 20킬로미터 개인 경기가 있다. 그러니까 크로스컨트리는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난 스포츠 종목인 셈이다. 멀쩡한 트랙을 놔두고 언덕을 달리거나, 매끈한 슬로프를 놔두고 구릉지를 달리니 말이다.

볼보가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크로스 컨트리를 선보였다. V40을 기반으로 전고와 최저지상고를 각각 30밀리미터와 10밀리미터 높인 모델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크로스 컨트리는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꾼다.

“V40 크로스 컨트리는 볼보가 1997년 선보인 V70 크로스 컨트리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의 삶에서 모험과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이 차는 당신을 어디든 데려다줄 겁니다. 물론 산을 오르는 건 직접 해야겠지만요.”

볼보자동차의 제품 담당 수석 부사장 렉스 케서마커스(Lex Kerssemakers)의 말이다. 크로스 컨트리는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이 언제고 도시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시에서 벗어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우선 V40과 외모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앞 범퍼 아래쪽에 검은색 프레임을 달고 벌집 모양 프런트 그릴을 붙여 강인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뒤 범퍼 아래쪽에도 검은색 프레임을 달고 ‘CROSS COUNTRY’라고 쓴 리어 디퓨저를 장식했다. 사이드미러도 검게 칠했다. 바람개비 날개처럼 생긴 18인치 전용 휠은 크로스 컨트리의 겉모습을 한층 강렬하게 만들어준다. 참, 지붕에는 캐리어나 루프 박스 등을 달 수 있는 루프 레일도 챙겼다. 앞뒤에 달린 검은색 프레임은 오프로드를 달릴 때 진흙이 묻거나 작은 돌이 튀어 보디를 상하게 하는 일도 막아준다.

“크로스 컨트리는 소소한 디테일까지 터프한 이미지를 놓치지 않으면서 V40의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은 V40과 다릅니다. 사람으로 치면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캐릭터입니다. 원하면 언제든 여러분에게 멋진 순간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하죠.”   

크로스 컨트리의 익스테리어 디자인 매니저 사이먼 라마레(Simon Lamarre)는 이렇게 말했다. 겉모습뿐 아니라 속도 터프한 이미지를 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회색과 갈색이 독특하게 섞인 시트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두 줄의 스티치 자국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처리해 클래식하면서도 터프하다. 보디 컬러와 센터페시아 컬러를 맞춘 센스도 돋보인다. 몸을 착 잡아주는 시트는 너무 푹신하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적당히 탄탄해 앉았을 때 기분이 좋다. 시트 포지션을 높일 수도 있어 최대로 높이면 시야가 확 트인다.

두툼한 스티어링휠은 묵직하게 돌아간다. 가볍지 않아 고속으로 달릴 때나 오프로드를 달릴 때 한층 안정적이다. 앞유리에는 열선이 들어 있어 시동을 켠 다음 5분 이내에 성에나 눈을 말끔히 녹일 수 있다. 계기반은 V40처럼 스포츠, 엘레강스, 에코의 세 가지로 바꿀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속도가 숫자로 크게 나타나는 스포츠 버전이 맘에 든다. 앞 시트는 물론 뒤 시트에도 열선이 들어 있어 추운 겨울에도 엉덩이를 후끈하게 데울 수 있다. 널찍한 파노라마 선루프는 파란 하늘을 시원하게 보여준다.

얼마나 잘 달려요?

해외에 출시된 크로스 컨트리는 2.5리터 T5 휘발유 엔진부터 2.0리터 T4 휘발유 엔진, 2.0리터 D4 디젤 엔진, 1.6리터 D2 디젤 엔진 등 다양한 엔진이 얹힌다. 하지만 국내에는 우선 2.0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만 들어왔다. 직렬 4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낸다. 주목할 건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1750~2500rpm이란 점이다. 비교적 낮은 엔진 회전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뽑아낼 수 있어 치고 달리는 맛이 제법이다. 처음 출발할 땐 디젤 엔진 특유의 ‘끄응’ 하고 한 박자 쉬는 버릇이 있지만 이내 탄력이 붙으면서 치고 나간다. 3000rpm을 넘어서면서 토크감이 줄어들긴 하지만 끈질기게 힘을 이어간다. 디젤 엔진의 질감도 꽤 매끄럽다. 거칠거칠한 느낌이 아니라 매끈하게 박자를 맞춰주는 느낌이다. 언덕에서도 제법 힘이 좋다. 토크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힘차게 밀어준다. 트윈터보 엔진이 힘을 내면 8단 자동변속기가 매끈하게 박자를 맞춘다. 아쉬운 건 국내에 들어온 모델이 앞바퀴굴림이란 점이다.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바퀴굴림이 아니라 AWD 모델이 들어왔어야 했는데….

그렇다고 크로스 컨트리가 오프로드에서 맥을 못 춘 건 아니다. 울퉁불퉁한 흙길과 자갈길을 무리 없이 내달렸다. 적당히 단단한 하체는 오프로드에서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렇다고 뻣뻣하게 버티고 있던 것도 아니다. 딱 알맞을 정도로 세팅된 느낌이랄까? 찌그덕거리지도 않고, 뻣뻣하지도 않고…. 적당히 매끈하면서, 적당히 출렁이면서 그렇게 오프로드를 공략했다. 눈길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평평한 눈밭은 무리 없이 내달렸지만 언덕에선 조금 허둥댔다. 시승차가 사계절용 타이어를 신고 있었던 탓이다. 겨울용 타이어를 신은 크로스 컨트리로 눈밭을 다시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눈길을 빼면 일반 도로에서 크로스 컨트리의 달리기 실력은 준수했다. 구불거리는 산길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묵직하게 움직였다. 일부러 뒤를 흘렸는데도 좌우로 요동치지 않고 금세 자세를 잡았다. 고속도로에서는 제법 시원한 가속감도 보였다. 고속으로 달릴 때도 가볍게 방방 뜨는 게 아니라 묵직하게 내달리는 덕에 불안감을 덜 수 있었다. 덜덜거리는 디젤 엔진 소리도 차 안으로 크게 들이치지 않았다. 밖에선 소리가 큰 편이었는데 차 안에선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방음재와 흡음재를 넉넉히 두른 덕이다. 하지만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게 달리면 바람 소리가 제법 들렸다. V40으로 달릴 때완 조금 달랐다. ‘왜지?’ 그러다 루프 박스를 계속 머리에 이고 다닌 게 생각났다.

크로스 컨트리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6.4킬로미터다. 이틀 동안 촬영하고 시승하느라 1000킬로미터 남짓 달렸는데 마지막에 연비를 체크했더니 리터당 15.1킬로미터였다. 연비를 좋게 하려고 일부러 천천히 달린 것도 아니고, 고속도로에서는 과속을 일삼았는데(게다가 루프 박스를 이고 달렸는데도) 이 정도면 훌륭한 수준이다. 연비는 신경 쓰지 않고 다녀도 되겠다. 참고로 도심 연비는 리터당 14.5킬로미터, 고속도로 연비는 리터당 19.4킬로미터다.

어떤 재주가 있어요?  

크로스 컨트리 역시 볼보 모델답게 안전장비가 그득하다. 앞에서 달리는 차는 물론 보행자와 자전거를 탄 사람까지 인식해 부딪힐 것 같으면 1차로 경고음을 울리고, 그래도 부딪힐 것 같으면 브레이크를 밟아 완전히 멈추는 인텔리 세이프 시스템이 기본으로 얹힌다. 보닛 위쪽과 앞유리 사이에 숨어 있다가 보행자와 부딪혔을 때 좌르륵 펴지면서 보행자에게 충격이 가는 것을 줄여주는 보행자 에어백도 달린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시속 65~200킬로미터로 달리는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면 스티어링휠을 부르르 떨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액티브 벤딩 라이트는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방향으로 헤드램프가 최대 15도까지 회전해 깜깜한 밤에 구불구불한 길을 달릴 때 걱정을 덜어준다. 액티브 하이빔은 앞이나 반대편 차선에 차가 있으면 상향등을 스스로 하향등으로 바꾼다.

편의장비도 풍성하다. 속도는 물론 차간거리까지 조절할 수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스티어링휠에 달린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설정했는데 앞에 달리는 차가 내 차보다 속도가 느려 거리가 가까워지면 스스로 속도를 줄여 거리를 유지해준다. 만약 앞차가 완전히 멈추면 인텔리 세이프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브레이크를 스스로 밟아 완전히 멈춘다. 크루즈 컨트롤을 해제한 상태에서 앞차와의 거리가 좁아지면 차간거리 경고 시스템이 작동해 ‘디디디딕’ 하는 경고음을 울리고, 앞유리 아래쪽에 붉은색 경고등을 보낸다.

평행주차를 돕는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은 깔끔하게 주차를 마친다. 운전자 경고 컨트롤은 스티어링휠의 움직임과 도로 앞 상황을 계속 감시하다가 운전자가 졸거나 산만하게 운전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계기반에 커피 잔 모양의 경고 아이콘을 띄운다(메르세데스 벤츠의 주의 어시스트와 비슷하다).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인 블리스(BLIS)도 카메라에서 V40처럼 레이더 센서로 진화했다. 레이더 센서가 옆 차선 상황을 감시하면서 사각지대에 차가 있는지 사이드미러 아래에 달린 경고등으로 알려준다.

곳곳에 수납공간을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기어 레버 아래에는 컵홀더가 두 개 있고 그 뒤쪽으로는 넉넉한 센터콘솔이 자리한다. 글러브 박스에는 음료수 캔 두 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자동온도조절 시스템 덕에 시원하게 저장할 수 있다. 뒤 시트 양쪽엔 휴대전화나 지갑 같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도 있다. 뒤 시트 가운데에 있는 암레스트는 내려서 테이블로도 쓸 수 있다. 뒤 시트 가운데, 엉덩이 부분 끝 쪽에 있는 고리를 당기면 컵홀더가 나타난다. 트렁크 바닥 매트 아래에도 널찍한 수납공간이 숨어 있다. 트렁크 매트를 세울 수 있는 홈이 양쪽에 있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좋다.

뒤 시트는 물론 조수석까지 접을 수 있는 것도 크로스 컨트리의 큰 매력이다. 뒤 시트는 40대 60으로 나눠 접을 수 있어 다양한 크기의 물건을 실을 수 있다. 여자 혼자 접기에도 어렵지 않다. 지붕에 달린 루프 레일에는 자전거는 물론 스키나 스노보드, 카누, 카약 등을 실을 수도 있다. 찬찬히 살필수록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다.

“우리의 XC 모델과 크로스 컨트리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XC는 시트 포지션이 높은 SUV입니다. 반면 크로스 컨트리는 해치백의 다이내믹한 버전이죠. 크로스 컨트리는 스포티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렉스 케서마커스의 말처럼 크로스 컨트리는 일상 탈출과 다이내믹한 달리기를 꿈꾼다. 삭막한 도시와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가끔은 벗어나 자유를 느끼라고 권한다. 자, 떠날 준비 되셨나?

뒤 시트는 물론 조수석까지 접을 수 있는 것도 크로스 컨트리의 큰 매력이다. 등받이를 40대 60으로 나눠 접을 수 있고, 여자 혼자 다루기도 어렵지 않다.

VOLVO CROSS COUNTRY D4  기본 가격 461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트윈터보 디젤, 190마력, 40.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555kg 휠베이스 2645mm 길이×너비×높이 4370×1800×1470mm 복합연비 16.4km/ℓ CO₂ 배출량 118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