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FICATION  기본 가격 44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63마력, 34.6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550kg 휠베이스 2815mm 길이×너비×높이 4830×1830×1455mm 복합연비 14.8km/ℓ CO₂ 배출량 133g/km

508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외모다. 밋밋한 헤드램프에 각이 생겼고, LED가 들어가 한층 화려해졌다. 입을 오므리고 있는 것 같던 프런트 그릴은 좌우로 길어지면서 크롬 장식을 둘렀다. 프런트 그릴 위쪽 한가운데엔 푸조 로고도 크게 달렸다. 밋밋한 보닛에도 손으로 빚어 올린 듯한 날렵한 라인이 생겼다. 안개등 주변에도 매끈한 크롬 장식이 붙었다. 뒷모습은 한결 당당해졌고, 테일램프 아래에도 LED 장식이 더해졌다. ‘푸조 모델 맞아?’라는 질문을 던질 만큼 전체적으로 독일 중형 세단 같은 단단한 외모로 바뀌었다. 이전 모델보다 열 배쯤 마음에 드는 외모다. 참고로 신형 508은 이전보다 길이가 40밀리미터 늘었고, 너비는 20밀리미터, 높이는 5밀리미터 줄었다.
 

겉모습에 비해 실내는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눈길을 끄는 건 센터페시아 중간쯤에 있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위쪽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크기도 7인치로 커졌다. 컵홀더는 여전히 그 아래 숨어 있다. 살짝 누르면 모습을 나타낸다. 그런데 컵홀더라는 걸 알려주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눌러보면 알 텐데 뭐 하러 표시를 하냐는 건가? 푸조 담당자는 보도 자료에 ‘센터콘솔에 이전 508에 없던 수납공간을 추가했다’고 써놨다. 그런데 센터콘솔 덮개를 아무리 들어 올려도 열리지 않는다. 1분쯤 그렇게 센터콘솔과 실랑이하다가 왼쪽에 있는 둥근 버튼을 발견했다. 버튼을 누르자 앞에서 뒤로가 아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덮개가 열린다.
 

시승차는 2.0리터 HDi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푸조는 지난해 11월 17일 신형 508과 508 SW를 국내에 출시했다. 508은 1.6 e-HDi 엔진을 얹는 모델 두 개와 2.0 HDi 엔진을 얹은 모델 하나가 있고, 508 SW는 1.6 e-HDi 엔진을 얹는 모델 하나와 2.0 HDi 엔진을 얹은 모델 하나가 있다. 1.6 e-HDi 엔진은 MCP와, 2.0 HDi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스티어링휠 왼쪽(푸조는 왜 왼쪽에 시동 버튼을 달았을까?)에 있는 시동 버튼을 누르자 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가 실내로 들어온다. 낮은 엔진 소리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가장 먼저 체감한 건 스티어링이 꽤 묵직하다는 거였다. 하체도 제법 단단했다. 저속으로 달릴 땐 울퉁불퉁한 노면 상황이 엉덩이로 전해졌다. 아니, 엉덩이보다 등과 머리로 전해졌다는 게 정확하다. 엉덩이는 괜찮은데 등이 계속 떨리면서 머리가 같이 떨렸다.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단단히 고정해도 잔 진동이 계속 느껴졌다. 하지만 고속으로 달릴 땐 꽤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2.0 HDi 모델은 3750rpm에서 최고출력 163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34.6kg·m다. 오른발에 힘을 주면 처음엔 ‘끄응’ 하고 한 박자 쉬며 굼뜨게 출발하지만 이내 힘을 받는다. 가속감이 호쾌한 편은 아니지만 가슴을 칠 만큼 답답하지도 않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좀 더 강력한 힘을 즐길 수 있다.
 

508은 쓰임새가 좋은 중형 세단이다. 뒤시트를 6대 4로 나눠 접을 수 있어 트렁크를 넉넉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트렁크에는 스키 스루도 있고, 트렁크 매트를 올리면 2단으로 수납할 수 있는 수납공간도 나타난다. 뒤창과 뒷좌석 양쪽 옆유리에 선셰이드를 단 점도 맘에 든다. 밤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아 있으나 마나지만 어찌됐건 후방 카메라도 달려 있고, 아틀란 3D 내비게이션도 챙겼다(단, 센터페시아에 내비게이션 메뉴가 따로 없어 내비게이션을 켜려면 스티어링휠에 있는 메뉴 버튼을 눌러야 한다). 2.0 HDi 모델은 4490만원이지만 1.6 e-HDi 모델(에코)은 3990만원이다. 적당한 값에 무난한 실력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중형 세단을 찾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후보가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시트만 불편하지 않았어도 다음 차 후보에 1순위로 올렸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