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츠는 슈즈원, 뱅글은 카밀라, 반지는 케이트앤켈리, 보디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것 좀 드시겠어요?” 그녀가 가방에서 투명한 비닐 봉투를 꺼냈다. 그 안에는 길쭉하게 자른 고구마가 들어 있었다. “집에서 직접 말린 거예요. 다른 군것질보다 고구마를 먹는 게 나을 것 같아 이렇게 들고 다녀요.”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던 그녀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평범한 여자로 돌아왔다. 내 앞에 서 있는 그녀가 조금 전 카메라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취하던 김하율이 맞나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녀가 천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게 평소 제 모습이에요.” 

레이싱 모델이 된 계기가 뭔가? 

처음엔 잡지 모델을 했어요. 20대 초반까진 잡지 모델로 일했죠. 그런데 아는 사람이 서울모터쇼에 대신 서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어요. 사정이 생겨서 나갈 수 없게 됐다고요. 그게 2007년이에요. 그렇게 한 번 모터쇼에 섰는데 그 후로 계속 그쪽 일이 들어왔어요. 레이싱 모델을 한 지도 햇수로 벌써 8년이네요. 

어려운 점은 없나? 다른 레이싱 모델보다 키가 작은 편이라 굽이 높은 힐을 신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남들이 7센티미터 굽을 신으면 전 10센티미터 이상을 신어야 하니까요. 2년 전에 허리 디스크 수술도 했어요. 8개월 동안 재활 치료를 받았고요. 지금은 거의 나았는데 그래도 하이힐을 신고 오래 서 있으면 허리에 무리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가방에 꼭 운동화를 챙기고 다녀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부산에 가고 싶어요. 생각해보니 부산엔 늘 일을 하러 갔더라고요. 제대로 바다도 보고, 맛있는 것도 실컷 먹고 싶어요. 시원한 해운대 앞바다를 거닐고 싶기도 하고요. 지금은 너무 추울까요? 

올해 목표는? 올해도 일을 열심히 해야겠죠? 제가 지금 스물아홉 살이에요. 레이싱 모델치고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찾아주시고, 좋아해주시니까 정말 고맙죠.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참, 다음 주부터 복싱을 배우려고 해요. 운동을 하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복싱이 재밌을 것 같아서요. 몸이 유연하지 못해서 요가나 필라테스는 못하겠더라고요. 

타이트한 옷을 입었을 때 남자들의 은밀한 시선이 부담되지는 않나? 

제가 원래 낯가림도 심하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데 이상하게 무대나 카메라 앞에만 서면 그런 게 사라져요. 이건 일이니까요. 예쁘게 나온 사진을 보면 즐겁기도 하고요. 시선이 부담되거나 싫었다면 지금까지 이 일을 못 했겠죠. 

어디에서 당신을 볼 수 있나? 

서울모터쇼에 오세요. 포르쉐 부스에 제가 있을 거예요. 서울모터쇼에 서게 되면 12일 동안 합숙해야 해요. 서울에서 일산까지 매일 왔다 갔다 하는 게 불편해 보통 자동차 회사에서 호텔을 잡아주거든요. 합숙하고 모터쇼 기간 내내 부스에서 계속 서 있어야 하는 게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모터쇼 무대가 제일 재미있어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제가 원래 낯가림도 심하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데 이상하게 무대나 카메라 앞에만 서면 그런 게 사라져요. 이건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