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빨리 타이어 가져와!” “이쪽을 먼저 해야지.”
“아니, 그쪽 말고 이쪽!”
지난 11월 2일, 전남 영암 코리아 그랑프리 서킷에서 2014년 넥센 타이어 스피드레이싱의 마지막 대회가 열렸다. 대회 전날 서킷에 도착해 아주자동차대학 개라지에 가보니 학생들이 막바지 조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학생들이 만든 차가 레이싱에 나간다니,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도 전례를 찾기가 힘든 일이다.
아주자동차대학 학생들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생들이 만든 슈퍼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충남 보령에 내려갔다. 한국에 자동차 특성화 교육을 하는 대학기관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학생들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더욱 놀라웠다. 단순히 수능 성적에 맞춰 입학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큰 뜻을 품고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들을 인터뷰할 때만 해도 이 차가 도로 위에서 실제로 굴러갈지는 불투명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차를 직접 만들어본다면 굉장히 의미가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학교 수업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5년 전 드림카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했던 신성호 교수는 지난 6월부터 아주자동차대학의 총장이 됐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학생들이 자동차를 꿈으로만 생각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자동차가 너무 좋아서 입학한 학생들인데 졸업하기 전에 자신의 손으로 차를 한 대 만들어보면 얼마나 의미가 있겠나 생각했습니다. 자동차 메이커에서 기증받은 차를 가지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디자인 응모부터 모든 걸 우리 손으로 직접 하기로 했죠. 자동차 개발, 디자인, 설계, 정비, 엔진 튜닝, 모터스포츠 학과가 합쳐서 드림카 프로젝트라는 팀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목표는 ‘굴러만 가면 좋겠다’였어요. 그런데 학생들의 열기가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습니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이번 넥센 스피드레이싱에 이 드림카를 가지고 타임 트라이얼에 출전했다. 대회 규정상 양산차를 베이스로 한 차가 아니면 출전할 수 없지만 학생들의 열정과 참가 팀들의 이해로 특별히 참가할 수 있었다. 모터스포츠 학과 박정룡 교수가 감독을, 김상범 교수가 치프 미캐닉을 맡고 드라이버부터 미캐닉은 모두 재학생으로 꾸렸다. 팀원들이 전부 선후배 관계이다 보니 스스럼없이 어울리려고만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차를 만질 때만큼은 한없이 진지하다. 자동차가 그들에겐 교보재이자 장난감이었다.
드디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트랙에 올라가자 학생들이 환호한다. 모니터링을 하는 팀 스태프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차에서 내린 드라이버는 송재필 선수로 2학년 학생이다. 그는 전날 연습주행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모든 팀을 긴장시키기까지 했다. “팀워크는 너무 좋아요. 현재 이 차는 데이터가 전혀 없어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낼지 쉽게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 나가는 차들과 겨뤄도 뒤지는 부분은 없을 것 같아요. 방금 탈 때 마지막 랩에서 살짝 트러블이 난 것 같은데 큰 문제는 아니에요.”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작은 문제일 것 같던 드림카는 동력 계통에 문제가 생겨 다시는 트랙에 올라갈 수 없었다. 이미 꽤 추운 11월의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학생들이 땀을 흘리며 차를 고쳐보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학생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차를 만든 김상범 교수가 아쉬움을 감춘 채 몇 마디 말을 남겼다. “괜찮아요.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셨죠? 이런 것 자체가 아이들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현장실습이자 추억이 될 겁니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생산 5대 강국이라지만 자동차 교육은 그에 훨씬 못 미치거든요.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산업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우리가 할 일 아닐까 생각해요. 이제 실용적인 친환경 차 한번 만들어보려고요. 이미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연습 주행을 하는데 몸놀림이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동력 계통에 문제가 생겨 차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