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1989> ★★★★☆

지금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이 앨범은 파사트 1.8TSI 스포츠에서 듣기에 딱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다른 차에서 들었을 때보다 빈티지한 공간감이 더 강조되는 인상인데, 카랑카랑한 느낌보다는 어딘지 허전한 느낌이 딱 좋다. 고속으로 달릴 때의 날렵한 쾌감과 함께 짜릿하고 매력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내겐 폭스바겐 차 저마다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폴로가 젊은이의 자동차라면 비틀은 아가씨를 위한 차인 반면, 골프는 무난하고 광범위한 소비자를 떠올린다. 제타나 시로코는 골프에 지겨워진(?) 사람들이 선택하는 모델이고, 파사트와 CC는 중년을 위한 차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티구안과 투아렉은 가족용, 페이톤은 성공한 비즈니스맨을 위한 차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 이유로 파사트 1.8 TSI 스포츠 모델을 받기로 했을 때 그저 ‘조용하고 편안하겠지’ 정도의 기대만 했다. 하지만 막상 시승하자 편견이 한 번에 날아간다. 일단 몸놀림이 가볍다. 차체가 가볍다기보다는 토크가 그 무게를 받쳐준다는 인상이다. 스티어링휠의 반응도 훌륭하며 승차감은 안락하고 조용하다. 가격을 고려할 때 확실히 가족용 세단으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엔 사운드 시스템도 한몫했다.
파사트 1.8 TSI 스포츠에는 펜더의 오디오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서브 우퍼를 포함한 9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공식적으로는 총 출력 440와트로 출력만 놓고 보자면 재규어 XF 시리즈나 캠리 하이브리드와 같다. 다만 스피커의 개수는 재규어가 13개, 캠리가 10개로 이들이 더 좋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기계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은데, 중요한 건 결국 감각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눈치챘겠지만 본래 펜더는 오디오가 아닌 기타 제조사다. 펜더 기타의 대표적인 모델은 텔레캐스터와 스트라토캐스터인데 텔레캐스터가 초기 모델로 개성이 강한 사운드의 컨트롤이 어렵다. 스트라토캐스터는 지미 헨드릭스나 에릭 클랩튼이 애용하면서 대중에게 익숙한 소리를 들려준다. 소위 ‘쌩톤’이 매력적인 기타로 운전하는 내내 어떤 소리에 특화되어 있을지 신경을 썼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차의 오디오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소리를 낸다. 빈티지한 소리에 특히 잘 어울린다는 인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덕분에 21세기에도 장르적 특징이 거의 변하지 않는 컨트리나 80년대의 튠을 재현한 팝 음악에 무척 잘 어울렸고, 섬세한 톤의 재현이 생명이랄 수 있는 재즈 사운드에도 잘 맞았다. 반면 지나치게 깔끔하게 녹음된 음반들, 요컨대 가장 최근에 발매된 록이나 일렉트로니카 음반들은 약간 어색한 느낌을 남겼다.
파사트 1.8 TSI 스포츠 모델에서 듣는 음악은 고출력의 앰프가 실내를 채우는 공간감이 좋았다. 중형 세단 중에서 특히 음악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쏘나타나 캠리 등과 함께 비교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누군가를 태우는 것보다 혼자 탈 때가 더 재미있었다(음악도 크게 틀 수 있고). 그 점에서 중형 세단을 꺼리는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펜더의 카오디오는 비틀 익스클루시브에도 장착되어 있고 출력은 400와트다.

Pick 폭스바겐 파사트 1.8 TSI에서 맛본 음반들

1 배트 포 래시스 <Two Suns> ★★★★☆
즐겨 듣는 앨범으로 시승할 때마다 거의 매번 듣는다. 그런데 파사트 1.8 TSI 스포츠에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간감이 확 살아서 깜짝 놀랐다. 특히 에스닉한 연주가 등장하는 ‘Daniel’이라는 싱글의 질감은 매번 딱 기대하던 그것에 거의 가까웠다. 어린아이의 통통한 뺨을 쓰다듬을 때의 그 몽글몽글한 질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2 U2 <Songs Of Innocence> ★★★☆☆
U2의 새 음반은 의외로 화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부분인데, 파사트 1.8 TSI 스포츠에서는 다소 날카로운 인상을 남겼다. 70년대 펑크록, 80년대 일렉트로닉과 소울까지 U2의 음악적 역사를 모은 것 같은 구성은 참 매혹적이지만 그 각각의 트랙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랄까.

3 찰리 헤이든-짐 홀 <Charlie Haden - Jim Hall> ★★★☆☆
라이브 앨범으로 지난달 미니 쿠페에서 들었을 때보다 파사트 1.8TSI 스포츠가 더 부드러운 음감을 구현했다(그래서 지난달에 이 앨범은 빠졌다). 딱히 라이브의 현장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감상의 포인트는 사운드보다는 연주에 집중되어야 한다. 찰리 헤이든의 연주에 은근히 끼어드는 짐 홀의 사려 깊음이 돋보이는 앨범.

4 눈뜨고 코베인 <스카이랜드> ★★☆☆☆
‘눈코’의 앨범 중 특히 소리의 균형에 신경 쓴 앨범으로, 깔끔한 질감을 선보인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음반이지만, 파사트 1.8 TSI 스포츠에서 이 소리는 다소 개성 없이 재현된다. ‘눈코’의 음악은 비현실적이고 비약적인, 그래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사가 특징이고 이것이 바로 밴드의 개성이다. 집에서 오디오 헤드폰으로 듣자 불만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