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WRC 우승
지난 8월 22~24일 WRC 독일 랠리에서 현대 월드랠리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자동차 메이커가 FIA 주관 세계 모터스포츠대회에서 거둔 첫 번째 우승이다.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1, 2위를 달리던 팀이 모두 리타이어하면서 어부지리로 1등이 됐지만, 운도 경주의 일부분이므로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터스포츠 문외한’임을 자처하는 꼴이다. 

이번에 현대는 WRC 랠리팀에 꽤 많은 투자를 했다. 유럽에서 굉장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WRC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브랜드 인지도 상승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우승팀 폭스바겐, 2012년까지 8년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한 시트로엥과 다투는 형국이다. 그곳에서 우승컵을 올리고 애국가를 떨쳤다는 것만으로도 투자비용 이상의 홍보 효과를 냈을 것이다. 

현대는 내년에도 WRC에 참가한다. 창단 첫해에 우승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니 내년에는 더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년 1월 22일 몬테카를로부터 시작되는 랠리에서 현대 WRC 팀이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낼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1 엔진 없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 E 경주차는 모두 똑같은 섀시에 전기모터,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경주차의 성능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드라이버의 역량이 중요하다. 
2 르노의 F1 엔진 가격은 가장 비싸면서 성능은 가장 떨어진다. 

전기 모터스포츠 개막
지난 9월 13일, 중국에서 모터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이벤트가 있었다. 포뮬러 E 경주 개막이었다. 이전까지 모터스포츠의 역사는 내연기관과 함께했다. 기름을 많이 태워서 더 빨리 달리는 것이 모터스포츠의 역사였는데 이제는 순수 전기만으로 속도를 겨루는 시대가 온 것이다. 

중국 경주는 호응을 얻었다. 지금의 F1 경주차만큼 속도를 내지도 못하고 관중을 흥분시키는 엔진 및 배기사운드도 없었지만 F1에서 볼 수 없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엔진 소리 없이 시속 22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것도 신기한데 차가 달릴 때면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가 난다. 차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타이어 마찰음이다. 지금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피트인해서 차를 바꿔 타는 모습도 이채롭다. 

F1과 나스카 등에서 활약했던 내로라하는 드라이버들이 포진한 것은 물론이고 출전 팀들도 자동차 경주에서 잔뼈가 굵은 팀이다.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많다. 더불어 FIA는 미래 자동차 경주 환경을 대비해 포뮬러 E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니, 포뮬러 E는 꾸준하게 그 영역을 넓혀가게 될 것이다. 

F1 1.6리터 터보 엔진 사용

올해 F1은 지난해까지 사용하던 8기통 2.4리터 대신 6기통 1.6리터 터보로 바뀌었다. 엔진이 바뀐다는 건 F1에서 가장 큰 변화다. 이로써 드라이버와 컨스트럭터 순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까지 큰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메르세데스 AMG가 독보적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르노 엔진을 사용하는 레드불 머신은 이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4년 연속 챔피언을 지낸 페텔은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외에도 엔진 회전수를 1만5000rpm으로 제한하면서 사운드가 줄었다. 다행히 차의 속도는 비슷하거나 더 빨라졌다. 배기량이 줄어든 대신 전기 사용량이 늘었고 차의 무게가 줄어든 덕분이다. 하지만 F1 팬들은 ‘재미가 줄었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3 메르세데스의 두 드라이버 중 누가 시즌 챔피언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메르세데스의 독주
올해 브라질 GP까지 메르세데스 AMG가 18번의 GP에서 15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미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차지한 상태이고 루이스 해밀턴과 니코 로스베르크 두 드라이버 중 누가 드라이버스 챔피언을 차지하느냐만 남았다. 

메르세데스는 몇 년 전부터 엔진이 바뀌는 2014년 시즌을 준비했다. 그렇게 가장 강력한 엔진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시즌을 압도하게 됐다. 메르세데스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경주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언제나 가장 앞에서 출발해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으니까. 그런데 해밀턴과 로스베르크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둘 사이의 냉랭한 기운이 재미를 더하고 있다. 브라질 GP까지 해밀턴이 17포인트 앞서고 있으니 시즌 챔피언은 마지막 아부다비 GP의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내년에도 메르세데스가 독주할 수 있을지, 다른 엔진 공급자들은 어떤 엔진을 가져올지, 새로운 엔진 공급자 혼다는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PECTATION vs. REALITY
기아 카니발
올해 신형 카니발 출시를 기대한 이유는 두 가지다. 카니발 예비 구매자이기도 하고, 또 8년 만에 풀모델 체인지되는 신제품의 개선 수준이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신형 카니발은 8년 전 국내 출시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장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요즘 국내 소비자는 미니밴을 단순히 사람이 많이 타는 ‘승합차’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미니밴을 고급 SUV나 패밀리 세단의 연장선으로 인식한다. 여기엔 레저 활동의 관심 증가에 따른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주된 이유로 꼽는다. 한편으론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나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같은 수입 미니밴의 등장이 소비자 눈높이를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 신형 카니발이 등장했다. 국내엔 9인승과 11인승이 먼저 등장했다. 그리고 곧 하이리무진, 아웃도어 패키지 등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들이 추가됐다. 뚜껑을 열고 보니 카니발의 상품 가치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수입 미니밴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당당한 모습에 안전 및 편의장비도 충실히 갖췄다. 특히 실내 디자인과 품질이 일약 발전했다. 절대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수입 미니밴과 비교해 1300만~2000만원 저렴한 가격대에 위치하며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품의 경쟁력을 입증하듯, 신형은 발표 한 달 만에 사전 계약을 1만7000건 돌파했다. 사전 계약이 100퍼센트 판매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이 중 상당수가 내년에 등장할 7인승 모델에 관심을 돌렸다) 이런 관심은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는 유례가 없던 일이 분명했다. 카니발은 데뷔 후 지난 10월까지 약 4개월 동안 2만3435대가 팔렸다. 지난 10월에만 6500여 대가 계약됐다(기아차 노조의 파업으로 실제로는 3313대가 팔렸다). 현재 카니발의 출고 대기 물량은 1만3000여 대, 평균 출고 대기기간은 3개월에 육박한다. 하이리무진의 경우 출고까지 최소 8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계약자가 다른 미니밴으로 이탈하지 않고 카니발에 줄 서 있다. 역시 자동차 회사는 ‘제품의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맛집’의 법칙과 같은 것이다. 긴 줄을 서야 하고, 서비스도 형편없지만 음식을 맛보면 감동해서 언젠가 다시 찾아오는 법칙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보아 카니발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김태영

송도 시가지전
7월 4~6일 국내 최초로 수도권 시가지에서 자동차 경주가 열렸다. 인천 송도의 일반 도로를 막고 경주차들이 폭렬했다. KSF 1전으로 현대차가 준비한 대규모 이벤트였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도 출전했다. 아이돌 공연도 이어졌다. 덕분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썰렁한 국내 자동차경주 현장과는 사뭇 달랐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관중이 대부분이었지만 드라이버들은 한껏 고무됐고 현장은 뜨거웠다. 자동차 경주로 인해 한국이 이만큼 시끄러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현대차도 ‘성공적인 이벤트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매년 송도에서 경주를 펼칠 것”이라 했다. 아직도 열악한 국내 모터스포츠 환경을 생각하면 이렇게 모터스포츠가 관중 곁으로 찾아가 즐거움을 주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르망 24시 포르쉐 참전
16년 만에 포르쉐가 르망으로 돌아왔다. 이를 두고 많은 이가 ‘왕의 귀환’이라 말했다. 포르쉐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F1 레드불 레이싱 드라이버로 활약했던 마크 웨버가 출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경주 결과는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으나 포르쉐의 복귀로 아우디, 토요타의 양강 구도였던 LMP1 클래스가 더욱 재미있어졌다. 

올해의 뜬소문
아우디 F1 진출
올해 말 뜬금없이 아우디가 2016년 F1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구체적이었다. 같은 폭스바겐 그룹에 있는 포르쉐에게 르망을 넘겨주고, 폭스바겐이 DTM을 맡고, 아우디가 F1에 진출한다는 것. 그리고 드라이버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내정됐다고 했다. F1 팬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며칠 후, 아우디는 “전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1 페텔의 몰락
F1 레드불 레이싱 소속의 디펜딩 챔피언 제바스티안 페텔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올해 성적이 극도로 부진하다. 올해 토로 로소에서 건너온 팀 동료 리카르도가 우승을 세 번이나 차지해서인지 그의 성적이 더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변화를 원했던 것일까? 그는 이미 스쿠데리아 페라리와 계약했고 내년 시즌에는 페라리 경주차를 타게 된다. 

2 코리안 그랑프리 재개되나?
모 싱가포르 일간지에 국내 F1 팬들이 혹할 만한 기사가 실렸다. 코리아 그랑프리 개최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싱가포르 GP가 열린 지난 9월, 정영조 전 한국자동차경주협회 회장이 버니 에클래스톤 FOM 회장을 만나 이 같은 논의를 했다는 것. 논의 내용은 2016년부터 서울 시가지에서 야간 레이스를 치르자는 것이다. 개최권료 등에 대한 상당한 논의가 이뤄졌고 에클래스톤도 만족했다고 한다. F1이 서울에서 개최된다면 영암보다 관중 동원과 수익성 측면에서 월등히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많다. 서울시와 관할구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도로를 서킷 형태로 변형하고 경주를 치르는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자동차 통행을 통제해야 한다. 시민 편의 및 안전에 대한 대비도 이뤄져야 하니 F1이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건 녹록지 않을 것이다. 

3 비앙키 일본 GP 사고
지난 10월 5일 열린 F1 일본 GP에서 큰 사고가 났다. 마루시아의 줄스 비앙키가 사고 수습차 서킷으로 나온 구난차를 들이받으며 정신을 잃은 것. 그는 척추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로 지금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F1 팬과 관계자, 드라이버들 모두 그가 빨리 의식을 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