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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높고 둥근 노즈는 유럽의 보행자 안전 기준에 맞추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공기역학도 고려했다.
2 루프레일은 기본 옵션이다. 앞을 뾰족하게 뽑아낸 것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함이다.
3 A필러를 검은색으로 만들면서 차체 지붕이 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노렸다.

다만 필러 아래쪽의 삼각 패널은 키가 작은 운전자에게 시야가 방해될 것이다.
4 쿼터 패널 위와 아래에도 검은색 패널을 붙였다. 지붕이 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위해서다.
5 휠하우스에 검은색 패널을 붙여 주차할 때 차체가 긁히는 것을 보호했다. 더불어 시각적인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이 부분까지 도색돼 있다고 생각해보자.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6 사이드 패널은 열성형 우레탄으로 만들어 아주 튼튼하다. 독특하지만 스타일 측면에서 모두에게 환영받지는 못할 것이다.
7 휠이 요란하다. 과한 디자인이다. 8개의 스포크 중 눈에 보이는 건 4개다. 옵션인 17인치 타이어는 승차감이 좋지 않다. 16인치가 나을 것이다.
8 주간 주행등이 굉장히 높이 있다. 이 주행등은 1955년 DS-19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당시에는 미등이 가장 위에 있었다.
9 각 모서리에 붙어 있는 에어 범프는 생각처럼 큰 차체 보호 효과는 없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런데 눈 밑 주름처럼 보기 흉하다.
10 번호판 바로 위에 있는 작은 구멍이 에어 인테이크다. 공간이 너무 작아 공기를 많이 빨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공기를 흡입한다.

뒤 3/4
11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유리를 약간 둥글렸기 때문이다. 뒷좌석 승객들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
12 이 얇은 검은색 패널 덕분에 쿼터 패널의 우아한 곡선이 더욱 돋보인다.
13 경사진 차체와 수직의 플라스틱 패널이 만나 날카로운 직선을 만들었다.
14 해치도어가 너무 높이 열린다. 도어를 여닫을 때 아주 힘들다. 이게 업계 최고의 트렁크 모양을 만들어내던 회사의 작품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15 이렇게 아래쪽을 검은색 패널로 마감하면서도 차체 무게중심이 낮아 보이는 효과를 낸다. 잘 설계되고 잘 만들어졌다.
16 여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범프가 진짜로 차체를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17 리어램프는 직사각형으로 단순하게 만들었다. 아주 평범하다.
18 여긴 왜 이런 거지? 연료주입구가 왜 휠하우스 패널과 겹쳐 있는지 누가 좀 설명해주겠나?
19 사이드 스커트 디자인이 멋스럽다. 그런데 알아차리기 힘든 위치인 것이 아쉽다.
20 평행주차 시 ‘문콕’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뒷문은 문콕에 조심해야 한다.

실내
21 도어 손잡이가 실용적이고 멋있다.
22 3스포크 스티어링휠은 아래쪽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괜찮은 디자인이다.
23 스티어링휠은 높낮이가 조절되지만 텔레스코핑 기능이 없다.  
24 큰 모니터 덕분에 여러 다이얼이나 스위치가 사라졌지만 운전자의 시선도 빼앗아버렸다.
25 아주 크고 실용적인 글러브 박스다.
26 송풍구는 오래된 애프터마켓 에어컨 버튼처럼 생겼다. 디자인이 형편없다.
27 변속기 레인지가 D, R, N 세 개뿐이다.
28 주차 브레이크 디자인은 독특하면서 멋있다.

시트로엥은 언제나 흥미로운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그만큼의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기술적으로는 앙드레 르페브르가 엔지니어링을 이끌던 1934~40년이 최고 전성기였다. 앞바퀴굴림형 모노코크 자동차, 그러니까 지금은 ‘트랙션 아방’이라고 불리는 차와 소박한 2CV, 급진적인 선구자 같았던 DS19까지가 그들의 최고 전성기였다. 하지만 이후 시트로엥은 이탈리아 피아트와 잠시 손잡고 마세라티를 매각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거액을 주고 독일 반켈 엔진 생산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석유파동이 한창일 때 엄청나게 기름을 많이 먹는 바이로터 엔진을 장착한 차를 만들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헬리콥터 제작에도 손을 댄다. 이런 일련의 엇박자 때문에 결국 시트로엥은 푸조 손으로 넘어갔다. 보수적인 성향의 푸조는 시트로엥의 혁신적인 기술 시도를 모두 막아버렸다. 이제는 자동정렬 스티어링휠도 없고 물과 공기로 감쇄력을 조절했던 서스펜션과 시트로엥만의 독특한 스타일도 없다. 시트로엥은 다른 회사들처럼 지루한 회사가 됐고 차도 잘 만들지 못한다.
시트로엥의 상황은 지금도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때 회사를 살렸던 정신을 새롭게 가다듬는 희망의 불빛이 보이고 있다. 바로 C4 칵투스를 통해서다. 여전히 푸조의 도심형 SUV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지만 차체는 시트로엥 특유의 기발함이 묻어 있다. 특히  ‘에어 범프’라 부르는 우레탄 쿠션을 사용한 것이 독특하다. 차체 옆면과 앞 뒤 모서리에 이 쿠션을 붙였다. 지금 내가 타는 7년 된 시트로엥 C3는 이리저리 긁힌 상처가 많다. 이런 에어 범프가 있으면 아주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학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다. 시트로엥은 “칵투스는 가구업계의 이케아처럼 본질을 단순화한 뒤 편안함과 실용성을 버무린 차”라고 설명한다.
 

3기통과 4기통 휘발유 엔진 그리고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에 5단 변속기를 장착하고 딱히 좋은 성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자동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 등이 들어간다. 그래서 연비가 꽤 좋아 도심이나 교외 거주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그래도 고속도로 여행을 위해 선택할 만한 차는 아니다. 출력이 낮고 승차감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칵투스는 인테리어가 뛰어나다. 요즘 대부분의 차가 그렇듯 뒷좌석 헤드레스트를 조절할 수 없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만 널찍한 공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자세히 살펴보면 통째로만 접히는 뒷좌석 등받이 등 원가를 절감한 부분도 보인다. 엔진이 고속으로 회전할 때는 소음에 대한 대책도 미진하다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운전석의 커다란 모니터는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센터콘솔이 없고 그 자리를 벤치 시트로 변환할 수 있는 건 인상적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앞자리에 두 사람 밖에는 탈 수 없다.
C4 칵투스는 기술적으로는 예전의 시트로엥처럼 흥미롭지 않다. 그렇지만 분명 전통적인 스타일을 꽤 많이 회복했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