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슨가? 설마 이어폰은 아니겠지?’

그런데 그 설마가 맞을 줄이야. 요즘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운전하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처음엔 보고도 믿기질 않아 욕만 나왔는데 어느새 망각하게 됐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남한테 내가 차 안에서 듣는 음악을 들려주는 게 민폐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너무 좋은 이어폰을 가지고 있어, 제대로 된 음질로 듣고 싶어서 그러나? 운전할 때 시각만큼이나 중요한 감각기관이 청각이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도 중요하단 얘기다. 

‘피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했던 내 소극적인 마음이 적극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지난달에 있었다. 택시를 탔는데 음악 소리가 커서 줄여달랬더니 대뜸 커다란 헤드폰을 양쪽 귀에 귀마개인 양 뒤집어쓰는 게 아닌가. 화가 치밀어올라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흔들까 하다가 뒷좌석 문에 붙은 스티커의 택시 회사로 전화를 했다. “내가 탄 차의 기사가 지금 헤드폰을 끼고 운전한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통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택시기사는 헤드폰을 목에 걸었다. 그러더니 되레 어이없다는 듯이 룸미러로 나를 째려봤다. 손이 올라가는 것을 애써 참으며 운전할 때 귀를 막는 게 올바른 운전 자세냐고,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들어야 만일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조목조목 얘기했다. 그는 뭐라 말하려고 입을 오물거리더니 이내 앞만 보고 운전했다. 

이런 경험은 나만 한 게 아니었다. 얼마 전 친구와 술을 마시는데 너무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면서 퇴근길에 있었던 일을 침 튀기며 꺼냈다. 경기도에 사는 그는 광역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기사가 이어폰을 꽂고 운전했다는 거다. 심지어 내릴 곳을 지나친 한 할머니가 내려달라고 몇 번이나 소리쳤는데도 못 들어 앞자리 사람이 어깨를 치고 나서야 차를 세웠다니, 대체 얼마나 크게 노래를 들었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 기사는 과연 무엇을 차단하고 싶었던 걸까?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승객들의 대화가 듣기 싫었던 걸까?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에서는 현재 운전 중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상을 보거나 DMB를 볼 경우 최고 7만원까지 범칙금을 내고 벌점 15점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운전할 때만큼은 눈은 물론이고 귀와 코 그리고 피부까지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운전이 단순히 하나의 감각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또 당신의 잘못된 행동 하나가 다수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나마 요즘 시내 주행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DMB와 스마트폰 단속을 보게 된다. 스마트폰은 손으로 들고 봐야 하는 까닭에 단속의 덫(?)에 걸려드는 운전자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은 핸즈프리인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단속이 더 어렵다. 이 부분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니, 비행기를 탈 때처럼 차 시동을 걸면 전자기기를 꺼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없어 보인다.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은 오직 운전자의 태도와 양심, 그리고 반복적인 운전교육뿐이다. 그러기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아니,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사내대장부라면 중고등학교 때 누구나 한번쯤 친구와 주먹다짐을 해봤을 거다. 양 귀에 이어폰 꽂고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건 ‘귓방망이’ 맞아서 얼얼한 상태로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다. 그러니 제대로 볼 리가 있겠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