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 300h 시승행사에서다. 일본에서 날아온 카토 다케아키 치프 엔지니어에게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 고객들 가운데 렉서스가 드라이빙 퍼포먼스는 진화하고 있지만 디자인은 오히려 역행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젊고 공격적인 디자인 때문에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어떻습니까?” 렉서스 디자인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는 걸 돌려 말한 질문이다. “렉서스 디자인에 대해 일본 내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입니다. 특히 NX 300h의 디자인을 젊은 사람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디자인이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이다. 내 눈엔 정말 이상한데 남의 눈엔 멋질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이 좋다, 나쁘다를 객관적으로 말할 수 없다. 렉서스의 얼굴은 공격적이다. 곳곳에 선이 살아 있고, 에지가 살아 있다. 누군가에겐 이게 무서운 얼굴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다이내믹하고 멋진 얼굴일 수 있다. 참고로 <모터 트렌드> 미국 에디터 조니 리버만은 지난달 시승기에서 “앞모습뿐 아니라 뒷모습도 정말 근사하다”며 NX의 디자인을 칭찬했다.
커다란 프런트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 날렵한 주간주행등은 NX의 다이내믹한 얼굴을 완성하는 요소다. ‘L’자 모양으로 빛나는 세 개의 LED 헤드램프는 한층 또렷한 눈매를 만든다. 앞범퍼 양쪽에 세로로 넣은 에어인테이크는 스포티한 얼굴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공기역학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화살표 모양의 주간주행등은 강렬한 인상에 방점을 찍었다.
“주간주행등을 왜 헤드램프 바로 아래에 달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유럽에서는 차의 앞부분과 45도 각도에서 헤드램프를 봤을 때 불빛이 보이지 않으면 안전규정에 어긋납니다. 프런트 그릴을 앞으로 튀어나오게 디자인하다 보니 이 규정에 어긋나게 됐죠. 그래서 헤드램프 아랫부분을 볼록하게 살리고 거기에 주간주행등을 넣은 겁니다.”
NX 300h는 콤팩트 SUV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고급스럽다. 가죽을 넉넉하게 두른 실내와 금속을 깎아낸 것 같은 질감의 센터페시아는 ‘역시 렉서스’란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이그제큐티브 모델에 달리는 시마모쿠 우드 트림은 고급스러움의 진수를 보여준다. 38일 동안 67가지 공정을 거쳐 장인이 정성스럽게 마무리한다.
 

“NX의 시마모쿠는 LS에 쓰이는 시마모쿠보다 공정이 까다롭습니다. 당연히 더 비싸죠. 야마하에서 작업하는데, 마지막에 살짝 흠집을 내서 너무 눈부시지 않도록 처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흠집을 내는 건데 이건 야마하에서도 오직 3명의 장인만 할 수 있습니다.”  
이그제큐티브 모델에는 14개 스피커로 무장한 마크레빈슨 오디오가 달린다. 이 오디오가 특별한 건 마크레빈슨 이름값 때문만은 아니다. 손실된 음원을 복원해 원음을 그대로 들려주는 클래리파이 기술 때문이다. 덕분에 사운드는 한층 풍성하고 생생하다. 배터리로만 달릴 땐 엔진 소리조차 들이치지 않아 차 안이 사운드로 꽉 찬다. 그래서 운전이 더 즐겁다.
NX는 윗급의 RX보다 휠베이스가 8센티미터 짧다. 길이는 14센티미터 짧다. 그런데 앞뒤 좌석 간격은 1센티미터밖에 짧지 않다. 성인 남자가 편히 앉기에 문제없을 만큼 넉넉하다. 그런데도 여기에 앞시트 등받이 가운데를 오목하게 디자인해 뒷자리 승객이 더욱 편하게 앉도록 배려했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깊이가 950밀리미터로, 뒷시트를 접지 않고도 골프백 3개를 가로로 나란히 실을 수 있다. 뒷시트는 6대 4로 나눠 접을 수 있는데 시트나 트렁크 안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저절로 접힌다. 뒷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트렁크 깊이는 1605밀리미터로 커진다.
 

풍성한 편의장비는 NX의 큰 장점이다. 3가지로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시트는 열선은 물론 통풍 기능도 발휘하고, 스티어링휠은 스위치만 켜면 후끈하게 데워진다. 사이드미러에 달린 블라인드 스폿 모니터(BSM)는 사각지대에 차가 있을 때 깜빡이며 알려준다. 이그제큐티브 모델은 콘솔박스를 열면 무선 스마트폰 충전 시스템이 나타난다. 아이폰은 따로 케이스가 있어야 하지만 삼성 휴대전화 상당수는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센터콘솔 앞쪽에는 네모난 터치패드식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가 있다. 이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모니터 화면을 조작할 수 있는데 반응이 꽤 빠르다. 눈길을 끄는 건 그 뒤에 있는 네모난 가죽 뚜껑이다. 안쪽에 거울이 붙어 있다.
“손거울은 여성 스태프가 낸 아이디어입니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 옆자리에 탔을 때 거울을 보고 싶은데 선바이저를 내리는 게 운전에 방해되지는 않을까 생각하다가 센터콘솔에 손거울을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답니다. 센터콘솔에 손거울이 있으면 가방을 뒷자리에 뒀을 때도 거울을 찾으려고 일부러 몸을 돌릴 필요가 없죠. 저희는 NX를 개발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공격적인 외모와 달리 운전감각은 매끈하고 안락해 이질적인 느낌이 있다는 질문에 카토 다케아키 치프 엔지니어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 이내믹하다는 건 크게 파워풀하다는 것과 핸들링이 뛰어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NX는 파워보다 핸들링에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필요 이상의 넘치는 파워보다 핸들링과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하자는 거였죠. 실제로 운전해보면 핸들링이 얼마나 좋은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NX 개발팀은 민첩한 핸들링을 위해 서스펜션을 새로 개발했다. 매끈한 달리기를 위해 다양한 시스템도 얹었다. 스프링 하중 감쇄 제어장치는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 때 노면 상태에 따라 구동 바퀴에 토크를 더 보내거나 덜 보내 앞뒤로 흔들리는 피칭을 줄여준다. LSD(Limited Slip Differential)에 스프링을 적용한 프리 로드 디퍼렌셜은 코너를 돌아나가거나 미끄러운 길을 달릴 때 양쪽 바퀴에 토크를 적절히 분배해 안정감을 더한다. 실제로 NX 300h의 움직임은 매끈하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고속으로 달릴 때도 매끈한 기본기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헐렁하거나 물렁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체는 제법 단단하고 스티어링은 정교하다. 매끈한데 묵직하게 내달린다. 소리를 꽁꽁 틀어막은 ES와 달리 바람 소리와 바닥 소음이 조금씩 들이쳐 달리는 생동감도 살아 있다. 그래서 운전이 재미있다.
 

NX 300h의 보닛 아래에는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 있다. 앞쪽에 발전용과 구동용 두 개의 모터(MG1, MG2)를 달아 제동할 때뿐 아니라 달릴 때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199마력이다. 스포티한 운전 재미를 위해 킥다운 스위치를 달았는데,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딸깍’하고 한 번 더 가속페달이 들어가면서 순간적으로 토크가 커진다. 하이브리드 가변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미끄러운 길에서 출발할 때 앞바퀴가 헛돌면 뒷바퀴에 달린 모터제너레이터(MGR)가 뒷바퀴를 구동시킨다. 이 시스템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뒷바퀴에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도 한다.
공 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2.6킬로미터다. 하지만 시승행사에서 대부분의 기자들은 리터당 15킬로미터를 넘겼다. 리터당 20.5킬로미터를 기록한 기자도 있었다. ‘연비왕을 뽑는다’는 타이틀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평소대로 달린 나 역시 리터당 15.4킬로미터를 기록했다. 콤팩트 SUV에서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다.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핸들링과 달리기 성능에 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고, 때론 싸움을 하면서 NX를 개발했습니다. 콤팩트 SUV 시장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우린 개성이 넘치는 SUV여야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략은 성공했다. NX는 어디에서 봐도 개성이 넘친다. 어디에서고 눈길을 끄는 디자인이다. 그리고 멋지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