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성들이 <메종드히미코>에서의 오다기리조를 보고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비록 아빠의 게이 연인 역할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오다기리조의 우수에 찬 눈빛은 빛을 발할 수밖에 없었다. 또 딸인 사오리와 묘한 감정 기류를 만들어내며 감정 이입을 하도록 만들기까지 했으니 이 영화를 통해 오다기리조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1976년생으로 올해 37살을 맞이한 그는 서른 언저리에 찍은 영화들에서는 비교적 평범한 헤어 스타일을 보여주며 지금과는 달리 반듯하고 멀끔한 모습을 주로 보여주었다. 아마 계속해서 이런 모습만을 유지했다면 지금의 오다기리조가 갖는 독특한 분위기와 묘한 지점의 배우라는 느낌은 갖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 눈에 봤을 때 멋있는 옷을 입는다’는 그의 패션 철학이 아직 성립되지 않았던 시기이며 그저 잘생긴 일본 남자 배우였던 시기이다. 비록 가수 정재형을 향해 ‘노숙자 아니냐?’는 말을 던질 만큼 과감한 그이지만 여전히 패션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정체불명의 컨셉을 갖고 있다.

 

2006년도 <빅리버>를 시작으로 그는 다양한 헤어스타일 변신을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2011년에나 선보였던 반삭 헤어를 그는 이미 2006년도에 시도했던 것이다. 영화 <마이웨이> 기자 간담회에서도 선보였던 이 헤어스타일은 ‘잘생기면 용서된다’는 말을 몸소 증명하며 남성들이 시도할 수 있는 최고치를 보여준다. 국적이 다른 세 명의 남녀가 그랜드 캐년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회귀의 본능을 지닌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브라질에서 성장한 일본계 브라질인을 연기한 <플라스틱 시티>에서는 어린 시절 아마존에서 양친을 잃고 입양되어 뒷골목 보스의 아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TV를 통해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영화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흥행이나 상업성과는 상관 없는 영화를 선택하며 자신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아마도 이런 이유가 독특한 뷰티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과는 상관 없이 독특한 배역에 어울리는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함으로써 자신만의 아우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반삭의 헤어스타일은 물론이고 은발 머리나 올백 헤어,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파마 머리까지 시도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얼굴 덕분이겠지만 뭐니뭐니해도 자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당당함이 전혀 어색함 없이 만들어주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