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보수적인 느낌의 브랜드다. 1960년대나 90년대 미국 영화에 어울리는 거대한 차체와 압도적인 이미지. 그런데 캐딜락 CTS는 좀 달랐다. 일단 사람들이 이 차를 몰랐다. 수입차인 것 같은데 엠블럼도 낯설고 필기체로 흘려버린 브랜드명도 잘 읽히지 않는다. “이 차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캐딜락입니다”라고 답하면 그제야 “아하, 이게 캐딜락이구나!”란 반응이 돌아왔다. 같은 미국차라도 포드와는 조금 달랐다. 성능을 따질 만한 능력은 안 되지만 일반 운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포드보다는 확실히 조용하고 무거웠다. 

캐딜락에서도 CTS의 신형을 내놓으면서 차폐음에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고 밝힌다. 외부 환경과 확실한 단절을 제공하는 덕분에 실내에선 분명하게 안락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정도 크기의 세단임에도 차체의 폭이 좁게 느껴지는데, 덕분에 운전석과 조수석의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없다. 애인이나 배우자와 나란히 앉아 손장난(?)을 하기에도 좋은 사이즈. 

오디오 시스템에는 보스가 붙었다. 포드에 설치된 소니와 비교해도 좋을 듯하다. 포드와 소니의 조합이 무난한 가운데 보편적인 소리의 전달에 집중한다는 인상이라면, 캐딜락과 보스의 조합은 베이스 라인을 살리면서 공간감을 강조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이 차의 특징을 ‘정숙성’이라고 할 때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조용함에 일조할 것 같다. 물론 이걸 켜는 것과 끄는 것의 차이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특정한 비가청대역의 주파수를 방출해서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소음의 주파수를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차음에 대한 설계 덕분인지 이 기능이 없다고 해서 엔진 소음이 갑자기 커지는 건 아니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기능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다.

실내에는 모두 11개의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보스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오디오 브랜드다. 그래서 무난한 브랜드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오디오의 설치 환경이나 함께 쓰는 앰프 등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기도 한다. 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다룬 카오디오 중에 보스가 설치된 건 인피니티 M30d와 SM7이었다. M30d의 보스는 일렉트로니카에 잘 어울렸고 SM7의 보스는 포크에 좀 더 맞았다. 캐딜락 CTS의 보스에는 공간감을 강조한 미니멀한 팝이 잘 어울렸다. 로-파이의 포크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소리의 밀도가 높은 팝을 듣기에 가장 좋았다. 외부 소리의 차단력이 높은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안방의 침실이나 거실의 소파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안락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차의 강점은 가속 능력에 있다. 밟으면 밟는 대로 쭉쭉 치고 나간다. 시속 180킬로미터로 폭주하는 중에 흐르는 나긋한 팝송이라니.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의 막 나가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글: 차우진(음악 평론가)

1 Lana Del Rey <Ultraviolence> ★★★★★
라나 델 레이의 음악은 미니멀한 구성으로 공간감을 극대화한다. 여러 비판적인 지점도 있지만 나쁘지 않은 스타일이라 자주 듣는다. 이 노래가 환기하는 정서, 분위기도 매력적. 보스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이 아득함과 나른함이 상당히 잘 표현된다. 

2 VA <Begin Again> OST ★★★☆☆
영화 <원스> 감독의 신작. 키라 나이틀리, 마크 러펄로, 그리고 ‘머룬 파이브’의 보컬 애덤 러인이 출연. 따뜻한 인상의 포크송이 담겼는데 키라 나이틀리가 직접 부르는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등이 듣기 좋다. 캐딜락에선 이상하게 딱 붙는 느낌이 아니어서 조금 어색했다.

3 권나무 <가내수공업노래공작소> ★★★☆☆
꾸밈없고 맑은 목소리. 이 노래의 특징은 오직 목소리다. 홈레코딩으로 제작돼 음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래서 더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캐딜락의 안락함이 집중도를 높여준다. 하지만 볼륨을 더 크게 올려야 하는 건 함정.

4 Puss N Boots <No Fools, No Fun> ★★☆☆☆
노라 존스가 참여한 컨트리 트리오의 앨범. 컨트리 팝이나 포크 팝에 가까운 음악으로, 익숙하고 관습적으로 편곡했다. 다만 어떤 순간에 이 여자들의 목소리가 확 등장할 때가 있는데, 보스의 해상도가 그만큼 선명하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5 f(x) <Red Light> ★★★★☆
팬덤으로부터도 논쟁을 이끈 에프엑스의 새 앨범. 미니멀한 비트의 전자음악 앨범으로, 무거운 베이스 라인을 강조할 때 특히 좋다. 캐딜락의 차폐성과 보스 스피커의 해상도가 가장 잘 구현한 사운드. 다만 피로도가 약간 높다. 그만큼 소리가 너무 잘 들린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