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열린 시승행사에서 기아 카니발을 만났다. 첫인상은 멋지다. 앞부분이 수직으로 내려온 ‘드롭 페이스’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잘생긴 앞모습은 앞으로 신형 쏘렌토 신형에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신형 카니발은 구형보다 15밀리미터 짧고 40밀리미터 낮다. 그럼에도 차가 구형보다 우람해 보인다. 휠베이스는 40밀리미터 길어져 실내공간을 개선할 수 있었다. 미국시장에서 요구하는 미니밴의 요건에 충실한 디자인이지만 앞뒤로 스키드 플레이트까지 달아 멋을 냈다. 대시보드도 디자인과 마무리가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메운 센터콘솔이 미니밴 고유 기능인 워크스루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이 방법이 안전하겠다는 생각이다. 센터콘솔에 우뚝 선 시프트 레버는 승용차 느낌을 더한다. 센터콘솔 뒤로 220볼트 인버터를 달아 가정용 전원을 이용할 수 있다. 카니발은 ‘아빠가 가르쳐준 세상’이라는 구호 아래 가족과의 여행을 강조한다. 전방추돌 경보시스템,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스마트 테일게이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파워슬라이딩 도어 등 많은 장비 덕에 전체적으로 상품성도 커졌다. 9인승은 고급함, 11인승은 경제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시승차는 9인승이었는데, 실내의 의자 배치는 국산 미니밴을 감싸기 위한 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4열로 꾸며진 시트는 맨 뒤 시트가 바닥으로 들어간다. 어차피 4열은 무릎공간도 없는 자리라 항상 집어넣고 다닐 듯하다. 평평해진 바닥은 적절한 화물공간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된다. 비좁은 9인승 시트 배열에 불만이 없지 않은데, 10월에 3열이 바닥으로 들어가는 수출형 7인승 차가 나온다고 한다. 고객들이 ‘제대로 된 차’를 원할지, 아니면 시트 배열이 비정상이라도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차를 원할지 궁금하다(법은 9인승 차에 6명 이상 탔을 때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게 한다).

시승코스는 하이원 리조트를 출발해 영월까지 왕복 120킬로미터. 주행감각은 푸근하고 안정감이 좋다. 그리고 조용하다. 가벼운 스티어링휠은 여성들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승용차처럼 달리는 카니발은 미니밴이 갖춰야 할 덕목을 모두 갖추었다. 2.2리터 202마력 디젤 엔진은 45.0kg嫥의 토크 덕분에 힘 부족을 모른다. 급가속을 할 때면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이지만 미니밴 성격에 불만은 아니다. 일상적인 달리기엔 6단 자동변속기도 흠잡을 곳 없다. 2138킬로그램의 무게를 생각하면 연비는 의외로 좋아 리터당 11.5킬로미터를 달린다.

미국의 미니밴 시장은 정체된 느낌이지만 수요는 일정하다. 카니발이 신형으로 경쟁력을 더한 것은 고무적이다. 경쟁차인 혼다 오딧세이나 토요타 시에나가 오랫동안 별 변화가 없던 터였다. 조용하고 푸근한 신차의 감각에서 미니밴은 상용차가 아니라 ‘승용차’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유로6 인증을 받은 신형 카니발은 저공해차로 분류돼 혼잡통행료의 50퍼센트, 그리고 공영주차장 할인을 받는다. 값은 2990만원부터 3630만원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