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모델 라인업 확장을 보면 마치 곧 있을 전쟁을 대비해 군대를 확충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미 1~7시리즈 숫자를 완성했고 전기차 i를 일찌감치 론칭했다. 그리고 이제는 X시리즈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엔 X7을 미국 스파튼버그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BMW에서 짝수는 스포츠성을 가미했다는 뜻이다. 뒤 문짝이 없거나 지붕을 낮췄거나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지녔다는 뜻. X시리즈에서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X6를 보자. SUV인데 차고를 낮추고 스포츠 시트를 넣고 스티어링휠을 무겁게 했다. 지붕도 낮고 A필러도 뒤로 많이 뉘어 공기저항을 줄였다. 이건 스포츠카의 그것과 똑같다. 

오는 8월 20일 국내에 론칭하는 X4도 이러하다. X3를 베이스로 하는데 성향이 다르다. 길이×너비×높이가 4671×1881×1624밀리미터로 X3보다 14밀리미터 길고 54밀리미터 낮다. 폭은 똑같다. 루프를 낮추고 A필러를 뒤로 눕혔다. 시트포지션도 앞 20밀리미터, 뒤 28밀리미터 낮아졌다. X3보다 시야가 좁다. 스포츠카의 특징을 잘 따랐다. 트렁크 용량은 500리터로 X3보다 50리터 줄었다. 서스펜션 세팅을 약간 더 단단하게 하면서 빠르고 정확한 핸들링을 유도했다. X3의 밸런스와 몸집을 생각하면 X6보다 X4가 와인딩 로드에서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엔진은 184마력의 2.0리터 디젤 터보가 주력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괜찮은 콘셉트다. SUV의 실용성과 편의성에 스포츠성과 스타일까지 더했으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크기도 적당하고 연비도 훌륭할 것이다. X3 고객이 많이 흘러들 것이다. BMW는 상관없다. 소비자가 다른 브랜드로 유출되지만 않으면 된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점점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차종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가짓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시장조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시장은 전쟁터고, 그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좋은 무기가 많이 필요하다. 철저히 준비해야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