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혁신적이고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스포츠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F 타입입니다. 재규어에는 스포츠카의 DNA가 흐르고 있습니다. 50년 전 E 타입이 스포츠카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F 타입이 그 뒤를 이을 차례입니다.” 

지난 2012년 9월 기자들에게 F 타입 컨버터블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재규어 글로벌 브랜드 디렉터 에이드리언 홀마크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재규어에는 스포츠카의 DNA가 흐르고 있다. SS 카스란 회사 이름으로 1935년에 처음 내놓은 차는 SS 재규어 90이라는 스포츠카였다. 1948년 런던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3.4리터 트윈캠 XK 엔진은 뛰어난 성능으로 재규어의 스포츠카 DNA를 이었다. 이 엔진을 얹은 C 타입과 D 타입은 1950년대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다섯 차례나 재규어에 우승을 안겨줬다. 196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E 타입은 지금까지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 중 하나로 불린다. 3.8리터 XK 엔진으로 최고출력 265마력을 뽑아냈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240킬로미터였다. F 타입은 바로 이 E 타입을 잇는 2인승 스포츠카다. 특히 쿠페 모델은 더더욱 스포츠카다운 면모를 뽐낸다. 탄탄한 스포츠 시트와 단단한 하체, 묵직한 스티어링휠이 “우린 나긋나긋한 재규어가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솔직히 소프트톱 컨버터블은 정통 스포츠카라고 하기엔 낭만적인 구석이 많다. 짜릿한 달리기보다는 멋으로 탄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쿠페는 다르다. 지붕을 막은 것조차 ‘한눈팔지 않고 달릴 생각만 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단지 스포츠카라는 이유 하나로 F 타입 쿠페를 E 타입의 후계자라고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맞다. 그러기엔 F 타입 쿠페가 E 타입의 디자인을 꽤 가져왔다. 특히 1971년형 E 타입 쿠페 말이다. 지붕에서 트렁크까지 완만한 곡선을 그리다 날렵하게 떨어지는 옆 라인은 웃을 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똑 닮았다. 뒤 펜더를 두툼하게 부풀린 디자인이나 기다란 보닛, 타원형의 프런트 그릴도 서로 비슷하다. F 타입 쿠페가 훨씬 덩치가 크고, 세련되며, 젊어 보여도 두 차의 느낌은 확실히 비슷하다.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 이언 칼럼도 “F 타입을 디자인하면서 E 타입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E 타입은 경주차의 파워풀한 성능과 세단의 안락한 승차감이 조화를 이룬 차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F 타입 쿠페는 다르다. 정통 스포츠카를 지향한다. 자동차 회사는 보통 쿠페를 먼저 출시한 다음 지붕을 깎아 컨버터블을 선보인다. 하지만 재규어는 달랐다. F 타입 컨버터블을 먼저 내놨다. 컨버터블로 감성을 채우겠다는 전략이었다. E 타입의 향수와 낭만적인 감성을 F 타입 컨버터블에 맡기겠다는 작전이었다. 컨버터블이 감성을 책임졌으니 쿠페엔 달리기 실력을 한껏 발휘하는 일만 남았다. F 타입 쿠페는 일반 도로에서 즐겁게 타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트랙에서 가속페달을 짓이기며 손마디가 저릿저릿하도록 내달리는 스포츠카다. 심플한 실내, 운전석과 조수석을 분리하는 듯한 바는 오직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자세를 딱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는 엉덩이가 얼얼할 각오를 하는 게 좋다고 경고한다. 쥐고 당기는 손맛을 위해 단 스틱 형태의 8단 변속기는 F 타입 쿠페의 스포츠카 룩에 방점을 찍었다. 만약 둥근 드라이버 셀렉터를 달았다면 정말 어색했을 거다. F 타입 쿠페는 시트가 달랑 두 개다. 차 안에는 가방을 놓을 공간조차 변변치 않다. 둘이 앉으면 가방은 트렁크에 넣거나 시트 뒤쪽에 던져놔야 한다. 이 모든 게 ‘닥치고’ 달리기나 하라고 채근하는 듯하다.   

“R 모델은 힘이 차고 넘쳐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시속 250~270킬로미터 영역에 진입하죠. 어쭙잖은 실력의 스포츠카들과 비교할 성능이 아니에요. 서킷에서 초고속 영역을 달리는 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요.”

스페인 모터랜드 아라곤 서킷에서 F 타입을 사정없이 돌려댄 김태영 기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F 타입 쿠페는 재규어가 50년 동안 숨기고 살았던 스포츠카 DNA를 되살렸다. 특히 F 타입 R 쿠페는 재규어에서 가장 화끈한 달리기를 보여준다. 재규어의 고성능 스포츠카가 부활했다.  

SPECIFICATIONS
F-TYPE COUPE  

기본 가격 974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V6 3.0ℓ DOHC 슈퍼차저, 340마력, 45.9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680kg
휠베이스 2622mm
길이×너비×높이 4470×1923×1309mm
복합연비 8.9km/ℓ

F-TYPE S COUPE
기본 가격 1억1320만원
레이아웃 ←
엔진 V6 3.0ℓ DOHC 슈퍼차저, 380마력, 46.9kg·m
변속기 ←
공차중량 1730kg
휠베이스 ←
길이×너비×높이 ←
복합연비 8.7km/ℓ

F-TYPE R COUPE
기본 가격 1억6970만원
레이아웃 ←
엔진 V8 5.0ℓ DOHC 슈퍼차저, 550마력, 69.4kg·m
변속기 ←
공차중량 1825kg
휠베이스 ←
길이×너비×높이 4470×1923×1321mm
복합연비 7.8km/ℓ